역대 국무총리·서리 50여명 충북 출신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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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국무총리·서리 50여명 충북 출신 0명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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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이완구 후보 포함 역대 7명 배출, 이원종 위원장 또 좌절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8번째 충청권 국무총리, 첫 충북 출신은 언제?” 새누리당 이완구 전 원내대표의 차기 국무총리 지명 기사 제목이다. 주말을 휴간한 <충북일보>는 지난 26일(월) 관련 기사에 충북 출신 총리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실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김종필 전 총리가 두번에 걸쳐 임명됐기 때문에 실제 충청권 출신 총리는 7명이다. 하지만 7명 전원이 충남 출신이고 충북은 한명도 임명되지 못했다.

역대 충청권 총리 7명의 면면을 보면 한국전쟁 직후인 54년 백한성 총리가 임시 서리로 임명돼 10일간 직무를 수행했다. 당시 이승만 정권의 사사오입 개헌 과정에서 변영태 총리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내무부장관 백한성을 총리서리로 겸직 임명해 강행토록 한 것. 일제 당시 판사로 공직을 시작해 내무부장관을 거쳐 대법관까지 지낸 친일 인사로 대전 출신이다.

5·16쿠데타로 등장한 군사정부의 첫 내각 수반 송요찬 총리(1961년 7월 3~1962년 6월 15일)는 충남 청양 출신이다. 이승만 정권 말기 육군 참모총장을 맡았으나 4.19혁명으로 옷을 벗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5.16쿠데타 소식을 듣고 귀국해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참여했고 이후 내각 수반에 임명됐다. 이후 10년뒤 ‘영원한 2인자’로 불리던 김종필씨가 11대 국무총리(1971년 6월 4~1975년 12월 18일)로 임명됐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총리(1998년 3월 3~2000년 1월 12일)로 발탁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최대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동시에 총리 임명장을 받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충남 청양, 경북 칠곡 3명씩 배출

노태우 전 대통령의 6공화국에서 20대 총리에 발탁된 이현재 총리(1988년 2월 25~1988년 12월 4일)는 충남 홍성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36대 이해찬 총리(2004년 6월 30~2006년 3월 15일)는 청양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0대 총리로 깜짝 발탁된 정운찬 총리(2009년 9월 29~2010년 8월 10일)는 공주 출신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을 제외하고 노태우 정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충남 출신 총리가 한명씩 배출된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양 출신의 이완구 지명자가 43대 국무총리로 발탁, 그 맥을 이었다.

특히 청양은 송요찬, 이해찬에 이어 이완구 지명자까지 모두 3명의 총리를 배출해 경북 칠곡군의 최다(?) 배출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칠곡에서는 장택상, 신현확, 이수성 총리가 배출됐다. 도별로 국무총리 및 총리서리 배출 인원(출처 아젠다넷)을 보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경남이 8회로 뒤를 이었다. 충남 9회, 전북 7회로 두드러졌고 경북 4회, 강원 3회, 전남 2회, 제주 1회였다. 제주도 출신으로는 1980년 신군부의 광주 무력진압 직후 4개월간 박충훈이 총리 서리를 맡았다.

충북 출신으로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올랐다 좌절된 문창극씨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후 민심수습용으로 발탁된 문 후보자는 청주중까지 다닌 최초의 충북 출신 총리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친일 망언 등으로 여론이 악화해 청문회 직전 자진 사퇴하는 소동을 빚었다. 충북 출신 인사 가운데 총리 하마평에 가장 자주 오른 인물은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2006년 한나라당 소속 충북지사로 재임하면서 3선이 유력했지만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언론에서 ‘아름다운 퇴장’으로 집중조명받았고 서울시장 경력이 더해져 줄곧 총리 하마평에 올랐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그 기대감을 높았다.

“지도자 자질, 스스로 만들어야”

영호남 지역색을 벗어났고 정치적 색깔도 약해 통합형 총리감으로 거명됐다. 최근엔 방송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수도권 집중화를 최전방에서 막아야 할 지역발전위원장이 대통령 심기(?)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한 셈이다. 하지만 충남 출신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가 되면서 이 위원장은 ‘게도 구럭도 잃은’ 모양새가 됐다.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지역구 Q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인물을 키워내는 풍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들도 많은데, 어찌보면 개인 브랜드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몫이 크다. 이완구 지명자의 경우 충남지사 시절 세종시 원안 사수를 명분으로 직을 던지지 않았나? 그게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 됐던 거고 총리감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원종 위원장의 경우 이번에 박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고 직을 던졌다면 어땠을까? 정치적으로 보면 큰 기회를 놓친 셈이고 냉정하게 보면 이게 지도자의 자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Q의원은 ‘자하비판’이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충북이 영호남 권력과 JP의 충남 세력 틈바구니에 있다보니 저돌성이 부족하다. 이번에 이완구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도 이런저런 심적부담 때문에 야당내에서도 청문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길 꺼리는 분위기다. 큰 정치를 위해, 큰 정치인이 되기위해서는 멀리보는 시야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내에서도 역대 국회의장 가운데 충북 출신은 없다. 김종호, 이용희, 홍재형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았을 뿐이다. 충남은 강창희 의원이 2012년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총리 후보 지명으로 여당내 차기 대권후보로 주가가 치솟았다.

또한 역대 대선과 비교해 보면 충청권 잠룡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여권의 이완구 총리 후보와 야권의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대선의 ‘캐스팅 보드’로 불리던 충청권이 어쩌면 여야 후보를 동시에 배출할 가능성도 있다.

역설적으로 충청권 대통령이 탄생하면 충북 출신 총리 탄생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영호남의 주고받기식 정권교체를 끊는다는 점에서 충청권 대통령의 탄생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충북이 총리의 꿈은 다시 접었지만 대통령의 꿈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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