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역사가 된 책들, ‘한국을 만든 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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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역사가 된 책들, ‘한국을 만든 책’은 무엇일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2.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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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포스터 <미국을 만든 책 25>

영화를 통해 문학 읽기 27
윤정용 평론가

      
 
오늘은 책 이야기다. 책 제목은 ‘미국을 만든 책 25’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미시간 대학교 영문학 교수인 토마스 포스터다. 먼저 책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이다. 이 책의 원명을 살펴보면, ‘Twenty-Five Books That Shaped America’다. 정관사가 붙지 않았다. 만일 정관사가 붙었더라면 미국을 만든 25권으로 획정되지만, 정관사가 붙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목록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목록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면상 25권 모두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몇 권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먼저 벤저민 플랭클린의 『플랭클린 자서전』이다. 위험함을 무릅쓰고 이야기하면, 『플랭클린 자서전』은 『카네기의 인간관계론』과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처세술 관련 서적이다. 이 책의 체제는 일반적인 자서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자서전은 보통 사실에 바탕을 두고 집필되기에 읽을 때 상당한 리얼리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경계한다.

즉 이 책에서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아니 경계 구분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대신 방점을 책이 전하는 내용, 교훈에 두고 있다. 주지하듯 플랭클린은 미국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인물’(self-made man)이자 미국 실용주의의 ‘아이콘’이다. 그는 윤리학의 추상적인 문제들을 다루지 않고 도덕의 합리적이고 즉각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휘트먼의 등장으로 나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숲으로 갔다. 오로지 인생의 본질적 사실들만 대면하고, 인생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는지 살펴보고, 또 내가 죽을 때 헛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동굴에 모여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을 재결성할 때의 선언 문구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문학은 ‘BW’와 ‘AW’, 즉 before Whitman과 after Whitman으로 나뉜다. 미국문학과 미국시는 바로 휘트먼 덕분에 현재의 모습과 소리를 갖추게 되었다. 그 정도로 휘트먼이 미국문학에 드리운 그림자는 깊고 짙다. 좀 심하게 말하면, 휘트먼 이전 미국문학은 유행이 뒤떨어진 영국문학과 다름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에머슨, 롱펠로, 브라이언트 등은 영국 낭만주의 문학을 따랐다.

그러나 1855년은 휘트먼의 『풀잎』으로 미국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 『풀잎』이후 미국문학과 미국인은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갖게 된다. 휘트먼은 미국인이 되는 방법을 가르쳤다.

저자에 따르면, 휘트먼은 미국인을 “개방적이고, 적극적이고, 자기주장을 할 줄 알고, 자신감에 넘치고, 미래 지향적이고, 두려움 없고, 소란스럽고, 논쟁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휘트먼은 미국의 국민시민이라고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오늘날 미국 문학, 조금 좁혀서 말하자면 미국 소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를 꼽으라면 마크 트웨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F.S. 피트제럴드, 윌리엄 포크너를 들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 여기까지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 가운데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트웨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의 대표작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헤밍웨이의 말처럼, “모든 미국 문학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피츠제럴드나 T.S. 엘리엇도 동의했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사회비평과 풍자가 있는 두 친구의 모험이다. 만약 이것이 영화였다면 ‘우정’을 핵심으로 하는 두 남자 친구의 사회적 모험담, 즉 ‘버디 영화’(buddy movie)가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 헉은 거의 모든 것을 조롱한다. 지나친 가족 간의 의리, 많은 사람들의 어리석음, 미국의 인종차별, 행상인과 사기꾼과 그들의 피해자, 카스트 제도, 톰 소여가 좋아할 만한 모험, 종교, 기존의 도덕, 규칙 등을 비웃는다. 특히 규칙을 조롱한다.

1900년 이후 발전하는 미국 문화

1900년 이후의 미국 문학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 소설은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포크너 네 명이 주도했다. 희곡은 손턴 와일더,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가 대표했다. 시는 한 명이 주도했는데, 그 시인은 바로 로버트 프로스트다. 프로스트는 일상적 소재를 택해 ‘쉬운’(plain) 구어체의 시어를 구사하며 엄격한 운율의 구조를 구축했다.

프로스트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처럼 일상적인 자연을 시적 소재로 택했다. 워즈워스는 “시는 강렬한 감정의 자연발생적인 넘쳐흐름”으로 규정했다. 즉 워즈워스의 말에 따르면, 시는 의도되거나 계획된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프로스트의 시에서 주목할 사항은 그의 시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스트의 시는 형식과 운율 면에서 ‘전통’, 즉 영국의 낭만주의 이전의 형식과 운율을 따르고 있다.

『미국을 만든 책 25』에서 저자는 그 기준을 미국의 신화를 알려주는 책으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신화를 미국인 자신, 미국의 능력, 미국의 가치, 미국의 관심사, 미국의 가장 소중한 원칙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 신화는 신화로 그치지 않고 역사의 단계로 나아간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단지 미국의 이야기로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을 만든 책 25’라는 목록을 개인적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당연히 그 목록은 획정된 것이 아니다. 계속 변할 수 있다. 아니 당연히 변해야 한다. 또 그 목록이 문학작품이 아니라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자신만의 목록, 예컨대, ‘나를 만든 25권의 책 또는 영화’와 같은 목록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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