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을 위하여! 삼겹살에 소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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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을 위하여! 삼겹살에 소주 한잔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2.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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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한국 청주시-중국 칭다오시-일본 니가타시 선정

14일 니키타시 ‘국제 식(食)문화 심포지엄’에 청주서 3명 참석, 삼겹살 홍보
김동진 대표, 대한민국 1위 회식음식 ‘삼겹살에 소주 한잔’ 제안 방청객 호응

 

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지난 198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시작됐다. 유럽 연합이 본격 출범하기 전 유럽 각국의 국가별 편차를 줄이는 동시에 더 구체적으로는 도시별 경쟁력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의 의미 있는 계획이었다. 이름 하여 ‘유럽 문화수도’ 프로젝트. 유럽 전역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기 위해서는 국가보다는 도시가 하나의 경쟁 주체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잡은 터라 당시 그리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Melina Mercouri의 ‘유럽 문화수도’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유럽 문화수도’ 프로젝트는 문화와 예술의 창의성이 기술이나 통상, 경제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며 실제로 도입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했다. 문화를 예술분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도시개발, 산업, 교육, 복지 등 여러 정책 분야에 걸친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문화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도시발전 정책을 수립해 추진한 결과였다. 관광산업 활성화, 지역 비즈니스 공동체 신뢰감 형성, 경기 활성화, 창조산업의 발전과 특색 직업군 개발 등의 효과가 있었고 특히 선정된 도시민의 대부분이 이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럽문화수도 추진위원회는 매년 1곳의 도시를 선정하다가 지난 2004년부터는 매년 2개 도시로 확대했으며, 유럽 사례를 벤치마킹해 아랍문화수도가 지난 1996년에 출범한 데 이어 지난 2000년에는 아메리카 문화수도도 시작됐다.

 

▲ 지난 15일 일본 쭈루오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청주 삼겹살을 설명하는 필자(왼쪽 두번째).

한중일 비정치 분야 관계개선 모색

동아시아의 경우 지난 2012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 처음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해 지난 2014년 처음으로 한국 광주, 중국 취안저우, 일본 요코하마 등 3개 도시를 선정했다. 특히 한중일의 경우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상당한 긴장관계에 있는 상태에서 먼저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관계를 개선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터라 발빠르게 진행됐다.

올해 선정된 도시는 대한민국 청주시, 중국 칭다오시, 일본 니가타시 등으로 2월 28일 일본 니가타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3월 중에 중국과 한국에서도 개막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번 청주 삼겹살의 첫 해외 나들이 무대가 된 ‘식문화 심포지엄’은 음식문화의 특성상 다른 어떤 주제보다 가볍고 친근하다는 차원에서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의 식전 행사로 준비된 것이다. 각 도시별 대표음식이나 음식문화의 특성에 대해 발표하고 간단한 질의응답을 거쳐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였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니가타에 이어 쭈루오카(鶴岡)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성격이 조금 다른 것이었다. 쭈루오카는 올해 한국의 전주시와 중국의 청두(成都)와 함께 유네스코로부터 음식문화 창조도시로 선정된 도시였다. 음식 창조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자축행사를 벌이는 데 전주시와 함께 청주시도 초대한 것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서문시장 상인회장과 동아시아 사무국 직원, 그리고 패널로 참여하는 나 세 명이 참가했다. 지난 12일 오후 6시 25분발 일본 니가타 행 비행기에 오른 뒤 다음 날에는 니가타시 곳곳을 답사했다. 니가타시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일본식 점심 식사를 한 뒤 니가타 역사박물관에 들러 니가타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어 니가타의 명물인 일본식 쌀떡 ‘사사당고’를 만들어보는 체험기회를 가졌다. 곧바로 일본 소주인 사케 공장을 현지 방문해 사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안내 받고 여러 가지 사케도 시음을 해봤다. 이어진 저녁 만찬에는 일본 게이샤가 등장해 노래와 연주를 하는 정통 일본식당에서 호사스런 요리를 맛보았다.

 

유료입장 불구 일본 시민 성황이뤄

심포지엄이 있는 14일에는 오전부터 파워포인트 제작과 원고 수정 작업을 하느라 호텔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하는 자리인 데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모든 발표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잔뜩 긴장돼 있었다. 오후 3시부터 니가타시 관계자 및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정도의 공개설명회가 있었고 오후 6시쯤 심포지엄이 모두 끝난 뒤에는 연회가 베풀어졌다. 만찬은 그 다양한 먹거리나 분위기에서 더할 나위 없는 축제장이었다.

15일에는 아침부터 서둘러 관광열차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해 쭈루오카에 도착한 뒤 데와산칸이라는 1500년 고찰의 신사를 방문하고 사찰음식을 맛봤다. 이동하는 동안 틈틈이 심포지엄 준비를 해야 했는데 당초 5분짜리 원고를 다시 3분 정도의 동시통역 원고로 작성하느라 군더더기를 최대한 삭제하는 동시에 전달력 있는 문장으로 바꿨다. 오후 5시부터 열린 쭈루오카 심포지엄에는 지역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고 6명의 패널들은 2시간 반이 넘도록 진지한 발표와 토론시간을 가졌다. 이어 열린 자축 만찬에서는 쭈루오카 지방의 전통공연을 관람한 뒤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재료가 많다는 도시의 명성에 걸맞는 수십 여 가지의 산해진미를 만끽했다.

14일 오후 3시 니가타 도심에 있는 140년 역사의 이탈리아겐 호텔에서 첫 번째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화 2만8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고 입장한 니가타 시민들은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있었다. 사회자를 맡은 도쿄 도시샤 대학 마사유키 사사키 교수는 유럽 문화도시의 출범 취지를 설명한 뒤 이어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성격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했다. 특히 정치적으로 갈등관계에 있는 한중일 3국의 관계개선을 위해 도시나 민간차원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칭다오에 이어 두 번째 패널로 나선 나는 처음부터 도발적인 주제어를 화두로 던졌다. 어차피 청주 삼겹살을 홍보하러 갔으니 청주의 다른 음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니가타 시민들에게 간단히 인사말을 한 뒤 ‘삼겹살에 소주 한자’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청주 사람들은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의례히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는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연속해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강조했더니 관람객 몇 명이 웃음을 보였다. 대한민국 1위 회식음식인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들고 외쳐대는 ‘위하여!’ 소리가 바로 대한민국 소통의 힘이라고 말하고 동아시아인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위하여!’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삼겹살, 함께 구워먹는 ‘소통음식’ 강조

이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의 원조도시가 바로 청주라고 단정한 뒤 청주 삼겹살의 유래와 특징에 대해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준비한 원고를 읽어 갔다. 청주라는 도시는 대한민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교통과 소통의 도시로서 특히 청주 삼겹살이라는 소통하기 좋은 음식이 있으니 방문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삼겹살은 보통 주방에서 요리사가 만들어 내어놓는 일반 음식과는 달리 여럿이 함께 참여해가며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소통성 강한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청주 삼겹살 거리의 조성 배경에 대해 설명했는데 특히 방청객들은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전통시장을 삼겹살 특화거리로 탈바꿈한 부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사회자는 뒤에 훌륭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에서는 다시 청주에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소통을 위해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삼겹살’이라는 말과 ‘위하여!’라는 말을 건네며 웃고 박수 쳤다.

발표 원고를 쓰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바로 주제어였다. 여러 가지 메시지보다는 명료한 주제의식을 전달할 핵심어를 반복함으로써 주제를 각인시키자는 의도였다. 자신 있고 우렁찬 목소리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외쳐댔더니 진지하던 분위기가 점차 유쾌하게 반전됐다. 중간에 리모콘 조작 실수로 화면을 제때 바꾸지 못해 잠시 당황하기도 했으나 화면보다는 동시통역으로 전달되는 원고 내용이 더욱 설득력 있다고 확신하고 끝까지 말하듯이 원고를 읽었다.

이어진 만찬 장소에서는 몇몇 일본 주부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함께 사진촬영을 하자고 우리 식탁으로 오기도 했으며 콜롬비아 총영사관은 삼겹살이라는 발음이 어려운 듯 ‘산겹살’을 연거푸 외치며 내게 술을 따라주었다. 처음 해보는 프레젠테이션이라 내심 걱정했고 사실 특별히 잘 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원고 내용이 괜찮았고 방청객들로부터 적잖은 호응을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지역 대표음식의 경제적 효과 공감

다음날 15일 쭈루오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한결 여유가 있었다. 이미 한 번 발표를 한 내용이라 훨씬 익숙한 데다 전날 발표 결과를 몸으로 느끼면서 자신감을 얻은 터라 마지막 남은 기회를 충분히 즐겨보자는 깜냥도 있었다.

니가타에서와는 달리 이번에는 음식문화 창조도시 대표자들이 먼저 발표를 하고 이어 동아시아 문화도시 대표자들이 발표를 했다.

전날과 다르지 않은 내용들이 발표되고 다섯 번째로 청주 삼겹살의 차례가 돌아왔다. 또박또박 발음을 분명히 하며 최대한 정제된 원고를 발표하자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들고 ‘위하여!’를 외쳐보자는 제안에 현지인들이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를 쳐댔다. 순차 동시통역 시간까지 포함해 8분 정도의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4차례 박수가 이어졌고 사회를 보는 코디네이터는 유쾌한 자리를 만들어준 내게 감사를 표했다. 일본에서 유명한 요리사이자 저자로 알려진 일본인 패널은 자신의 발표 이후 내게 악수를 청하며 “삼겹살이 위너”라고 말했다.

이어진 공통 질의응답에서는 식문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이 주어졌다. 내 차례가 오기 전에 미리 답변 내용을 종이 빈칸에 정리해 놓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로 했다.

식문화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유명한 대표음식이 있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비교해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이라며 대한민국 전주시의 예를 들었다. 한정식이나 비빔밥 같은 유명한 대표음식이 있는 전주에는 매년 수백 만 명의 외지 관광객이 몰려들고 이들로 인해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도시를 홍보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예인가. 다행히 청주시도 청주 삼겹살을 대표음식으로 만들어 공을 들이고 있으니 머잖아 일본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청주를 찾아올 것으로 확신한다 등등.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었다. 여러 가지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경쟁력 있는 한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청주에서는 그게 바로 청주 삼겹살이라는 점과 대한민국의 일등 음식이 곧 세계적인 대중음식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말에 사람들은 또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소주+삼겹살 日인기 음식조합

 

▲ 니가타 지역 신문에 소개된 행사관련 기사.

만찬을 끝으로 모든 일정이 끝나고 늦은 시각 호텔 맨 위층에 있는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이 내게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그날 심포지엄의 코디네이터였다. 일본말을 하지 못하는 나는 대신 영어로 소통을 하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20여 분이 넘도록 심포지엄 발표내용과 도시별 교류 방향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그는 두어 차례나 내게 같은 말을 했다. 다음에 꼭 청주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들고 위하여를 외치고 싶다고. 방청객들이 모두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거라고.

일본에서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매우 인기 있는 음식조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도쿄에서는 한국 삼겹살과 소주가 매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느 재일교포는 여기에 착안해 한국의 ‘시오야끼’가 일본에서 유래되었다는 논리로 일본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청주 삼겹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음식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쟁력이나 장점에 대한 자기확신이 필요하다.

전주시의 경우 이제까지 지역균형개발 특별회계 예산 1천3백여 억 원을 한옥마을 조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현재 770여 채의 한옥이 밀집해 있는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냈다. 선택했으면 집중해야 한다. 백화점식의 전시행정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전 시민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집중적인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첫 해외나들이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확신과 자신감이었다.

청주 삼겹살 거리 국제화의 시동 걸어
청주 삼겹살 ‘지킴이’의 일본 원정기 프로롤그

청주 삼겹살의 첫 해외 나들이에서 돌아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동시에 저 농후한 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다.

일본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속에서는 어떻게 인상적인 설명회를 해야 할지 고민했고, 돌아오는 기내에서는 어떻게 그 확신에 걸맞는 삼겹살거리를 만들어야 하는지 내내 고민했다. 대한민국의 삼겹살을 대표해 청주 삼겹살을 가지고 한바탕 마당놀이를 했고 폭발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적으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했으니 이제는 실제로 이들이 삼겹살 거리를 찾아 왔을 때 실망하지 않도록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청주 삼겹살과 청주 삼겹살 거리의 국제화를 위한 시동이 걸렸으니 이제는 청주의 발전을 위해서 여러 주체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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