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도 인간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상태바
경제학도 인간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4.23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장지상주의의 대안을 모색한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서명석 (주)블루소프트 대표

서명석 (주)블루소프트 대표

작은 것이 아름답다.
E.F 슈마허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무슨 책을 읽을까? 책을 선정할 때, 그나마 없는 시간 쪼개가며 읽는 독서다보니 좋은 책을 선택하고 싶고, 그래서 이미 검증된 스테디셀러, 인문고전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이번엔 인문학의 경계를 벗어나서, 인문학보다 더 삶에 직접적으로 닿아 있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었던 경제 분야의 도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문학처럼 경제학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지향한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견지하며 배우는 경제학이라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분야의 도서 목록에는 이 근본적인 목적을 생략하고, 경제발전은 곧 개인의 행복이라는 등식을 불변의 법칙처럼 생각하는, 자본주의 주류 경제학자의 딱딱한 전공 책들이 도사리고 있다. 학자가 아닌 대중들은 경제가 인간의 행복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나아가 경제가 어떻게 인간의 행복에 기여해야 하는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경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경제학 분야의 대표적인 책은 피케티(Thomas Piketty)의 <21세기 자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조차 읽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고, 방대한 내용 때문에 '가장 읽히지 않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였으며, 대부분의 독자는 700페이지 중 26페이지에서 멈춘다고 한다. 이미 이 코너를 통해 지난 2월에 소개된 책이지만 책을 구매한 독자는 있어도 완독한 독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책의 난이도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21세기 자본>으로 경제를 이해하려 하다가는 오히려 경제와는 담을 쌓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피케티를 이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김동진 著 <피케티 패닉>을 추천한다. <21세기 자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피케티의 핵심 이론과 주장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이론을 지지, 또는 반박하는 논리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책이다.

이미 40년전 경제성장보다 행복을 주장

<피케티 패닉>이 요즘 유행하는 경제학이라면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인간의 행복의 근원적 관점에서 경제를 이야기한 책으로 E.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73년에 쓰여졌다. 경제 분야에 40년 전 이야기가 오늘날 이야기와 같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슈마허에게 경제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즉 지금과 같은 성장방식이 인간과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할지 몰라도, 진정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하다고 본다. 40년 전 이야기가 아직도 유효한 이유는 그 40년 동안 경제는 ‘성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을 뿐 여전히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슈마허가 이 책에서 제사하는 해답은 경쟁과 속도전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경제 규모를 유지할 때 비로소 쾌적한 자연 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경제구조가 확보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이 자신의 행복에 맞추어 성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이다. 40여년에 지난 지금 읽어도 쉽게 반론할 수 없는 해답이다.

지금처럼 고도화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작은 경제규모를, 그것도 인간 스스로 그것을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40여년 전 슈마허는 지금의 이러한 의구심에 대답이라도 하듯 탄탄한 논리와 내용, 대안으로 채워 놓아 한 문장도 대충 넘어갈 수 없도록 흥미롭게 구성하였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경제와 평화, 과학기술, 교육 등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중간기술, 적정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영자로서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시대가 빨리 변하니 독서도 천천히 정독하는 것 보다는 빨리빨리 다독하는 습관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미 읽은 책은 다시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만 산더미 같다. 한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경우도 드물다. 그래도 나중에 꼭 다시 한 번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몇 권의 책들이 있고 그 목록에 슈마허의 <작은 것은 아름답다>는 꼭 들어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