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시장, 지방자치법 더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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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시장, 지방자치법 더 공부하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5.06.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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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이재표 청주마실 대표

지방자치법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같은 당(새누리당) 시의원들에게 은밀한 문자를 보냈다가 갈등의 씨앗을 키운 이승훈 청주시장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승훈 시장이 틀렸다. 조례에 대한 단체장의 재의요구는 이의가 있을 경우 통상적인 거부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승훈 시장은 6일 최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통합 청주시의 새 CI 조례와 관련해 새누리당 청주시의원 21명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의 골자는 ‘시장의 거부권 행사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에 대해 관련부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과 ‘여야협의를 지켜보겠다는 발언의 속뜻은 새로운 CI에 대한 홍보를 통해 시민의 호응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자메시지의 전문이 8일 아시아뉴스통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소위 입법을 하는 시의원이 무식하게…”라는 표현이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8일 시장실을 방문해 ‘시민이 투표로 뽑은 야당의원에게 무식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야당의원들은 그러나 문자메시지의 내용대로 “이번 조례 개정안에 대한 시장의 거부권행사(재의요구)가 법상 불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청주시는 야당의원들의 거부권 행사 요구에 대해 지방자치법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이미 나타낸 바 있다. 이충근 기획경제실장이 3일 기자실 브리핑을 통해 “지방자치법은 월권(지자체장 권한 침해), 법령위반, 예산상 집행 불가능 등을 재의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시장의 재의요구가 불가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승훈 시장과 청주시는 지방자치법을 잘못 검토했다. 지방자치법은 각각 26조와 107,108조를 통해 ‘조례에 대한 재의요구’와 ‘의결에 대한 재의요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데, 조례에 대한 재의는 특별한 사유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지방자치법 26조 제3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이송 받은 조례안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면 제2항의 기간에 이유를 붙여 지방의회로 환부(還付)하고,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의가 있으면’ 외에 26조 어디에도 재의요구에 대한 사유를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주장대로 시장이 필요성(이의)을 느낀다면 재의요구, 즉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107조와 108조는 조례가 아닌 ‘지방의회의 의결에 대한 재의 조항’으로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경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107조 1항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를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108조 1항이 그것이다.

새로운 CI에 대한 청주시의 갈망이 큰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는 만큼 청주시의 옛 CI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청원군이 흡수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청주시의 영문 머리글자 C와 J를 활용해 씨앗을 형상화한 새 CI에 대해 반대여론이 여전하고, 처음에는 여당인 새누리당 시의원들조차도 반대의견이 대세였다.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관 상임위에서 조례개정안이 부결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시장의 정치력 덕분인지 새누리당 의원들의 요구로 본회의에 상정됐고, 야당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참석의원들의 만장일치 의결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야당의원들은 ‘무식하다’는 표현에 열 받을 일이 아니다. 시장과 새누리당 의원들끼리 보자고 보낸 문자가 아닌가? 더구나 이승훈 시장과 청주시의 검토는 잘못된 것이다. 더 따지고 들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인정하는듯하면서도 뒤에서 갈라치기하는 이승훈 시장의 표리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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