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 철거투쟁에서 신용협동조합을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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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 철거투쟁에서 신용협동조합을 만들기까지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5.06.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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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아닌 공동체를 꿈꾸는 ‘논골신협’
▲ 90년대 서울시내 대표적 달동네였던 행당, 금호, 하왕십리동 일대는 지금도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철거지역에 주택가 대문이 남겨진 채 터 닦기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이다.

논골신용협동조합(논골신협, 이사장 유영우)이 있는 서울특별시 성동구 금호동, 행당동, 하왕십리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지역, 산동네였다. 1993년 아파트를 짓기 위한 재개발 바람과 함께 원주민들을 밀어내기 위한 철거 사업이 시작됐고 이에 맞서 주민들은 생존권과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다른 철거 지역과는 달리 가이주 단지 를 만드는데 성공한다.가이주 단지란 재개발 완료 후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주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말한다. 주민들은 가이주 단지에서 4년을 함께 보내며 공동체 운동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1994년 주민협동공동체실현을 위한 금호행당하왕지역기획단(기획단) 이라는 긴 이름의 주민자치 조직을 만든다. 기획단은 다시 경제협동분과 생산협동분과 생활협동분과 사회복지협동분과로 나뉘고 경제협동분과가 1997년 논골신협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민들은 각 마을마다 출자위원을 정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3년 간 몇 백원에서 몇 천원씩 출자금을 모았다. 신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3억원의 출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합한 이들이 500여명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파출부, 가내수공업 등 불안정한 생계수단으로 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병원비, 교육비 등 급전이 필요할 때 제도권 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없었고 어쩔수 없이 고금리의 사채업을 끌어다 쓰면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논골신협의 탄생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됐고 더 나아가서는 개인적차원이 아닌 지역사회가 협동과 연대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됐다.

▲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장

유영우 이사장은 “빈민촌 주민들은 경제적 자립도가 매우 낮았지만 협동조합 이라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스스로 판단해 신협을 만들게 됐다“ 고 말했다. 1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1인을 위한다는 협동조합 이념이 산동네를 변화시킨 것이다.

유 이사장은 “논골신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지역주민운동 차원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것이고 성장하는 것이 그 존재이유이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3억원의 종자돈은 268억여원의 자산규모로 불어났다. 조합원 규모도 4천134명으로 커졌다.(2014년 12월31일 기준). 덩치가 커진 만큼 지역사회에서 역할도 많아졌다. 옷과 사람들 이라는 노동자생산협동조합설립을 위해 출자금과 운영자금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논골신협은 창립과 함께 주민협동공동체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달동네 태생의 ‘성동둘레 생협’

▲ 성동두레생협 이현옥 이사장(오른쪽) 장해영 사무장.

성동두레생협을 만들기 위해 직접출자를 하고 조합출자금을 대출해줬다. 생협 초기에는 논골신협 건물 내 판매공간을 무료로 내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지원했다.

주민들은 철거반대투쟁을 할 때처럼, 신협을 만들 때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생협을조금씩 키워갔다. 작은 매대가 만들어진지 5년만에 창립총회를 거쳐 법인을 만들었고 두레생협연합에 가입했다. 2013년에는 신협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새로운 매장으로 확장이전했다. 생협은 490명의 조합원과 3명의 상근자가 있다.(2014년 4월 기준)

하늘나무사랑방이라는 주민 모임을 지원하고 블랙앤압구정이라는 노동자협동조합 중국집을 만들기 위한 출자금을 대출해줬다. 창립 초기부터매년 일정액을 논골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적립해 다양한 지역사업에 쓰고 있고 논골두레장학회를 설계했다. 논골두레장학회는 논골신협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문호를 개방해 성동지역사회장학회로 커졌다. 지난 2013년부터는 성동협동기금이라는 사회적경제 지원을 위한시민사회기금을 조성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성동협동기금은 논골신협을 비롯해 서울시사회투자기금, 성동기금, 성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의 기금을 한데 모을 예정이다.

협동조합 방식의 중국집 ‘블랙앤압구정’

▲ 블랙앤 압구정 채 혁 대표.

채 혁 대표의 변화는 극적인 것이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청년들의 이직률이 높았다. 채 대표는 2~3년간 성실히 근무하면 출자할 자격을 줬다. 이 자격은 논골신협에서 대출 받을 수 있는 자격으로 이어졌다. 출자할 직원들은 매달 월급 이외에 배당을 받는다. 전달 가게 전체 매출을 직원수로 나눠 현금 배당을 한다. 이직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비록 채 대표가 가져가는 수익은 이전의 4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가게 전체 매출은 15% 올라갔다. 채 대표는 “우리 식구(직원)들이 그만두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다 협동조합을 알게 됐고 그 방법을 실천하니까 직원들이 자기 가게도 차릴 정도로 열심히 하고 결혼하고 애도 낳더라”며 2020년까지 성동구에 총 7개의 블랙앤압구정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 라고 말했다.

<공동연합취재단 =고양신문, 옥천신문, 순창신문, 태안신문, 충청리뷰>

이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과 사회투자지원재단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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