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지방혁신은 인재혁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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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지방혁신은 인재혁으로부터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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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환 (서원대 법학과교수)
 2003년 연말에 국회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이른바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을 제정하여,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 21세기 국가발전의 기본전략임을 천명한 바 있다. 20세기말부터 전 세계인의 화두가 된 세계화와 지방화의 의미는 지방이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가 지방을 인정한다는 상호공존의 틀이다. 이제는 세계를 몰라서는 지방 스스로의 위상을 이해할 수 없고, 전체로서의 세계 또한 지방을 무시해서는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와 지방화라는 화두를 한 국가로 한정하면, 중앙과 지방 사이의 상호공존의 틀로 이해할 수 있다. 중앙이 지방을 인정하지 아니하면 전체 국가의 번영을 기대하기 어렵고, 지방이 중앙을 인식하지 아니하면 지방 스스로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21세기의 국가발전전략으로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3대 특별법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채택한 여러 정책 수단들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지방혁신사업의 구축이다. 지방이 자주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국가 전체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방혁신사업을 구축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가? 장기, 중기, 단기적 관점에서 각각의 과제들이 설정될 수 있겠지만, 50년 넘게 구축된 중앙집중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적어도 한 세대를 예상하고 추진되어야 하는 장기적 전략임을 고려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바로 지방인재의 양성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방분권특별법에서도 지방대학의 발전전략을 규정하여 지방발전을 위한 기틀로 삼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지방대학을 나와서는 그럴 듯한 기업에 원서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을! 지방대학을 나와도 취직 잘되고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다면야 누가 큰 돈 들여가며 서울로, 서울로 가려 하겠는가?

 문제는 바로 지방의 일자리 창출이다. 모든 기업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지방에 어떻게 일자리가 생길까 하여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도 있을 터이지만, 이는 중앙집중의 결과론일 뿐 문제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물고물린 순환고리를 끊는 일은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먼저 자치단체부터 필요한 인재를 자치단체 내에서 구하도록 애써야 한다. 중앙 차원에서 지역인재할당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는 위헌적 발상이다. 지역의 인재를 중앙에 보내봐야 그게 어디 지방을 위한 일인가? 그저 중앙만을 살찌울 뿐, 지방에 도움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7 ·9급의 하위직 공무원을 자체 선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5급 이상의 고급공무원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선발하여야 한다. 직접 선발이 어려우면 광역자치단체가 매년 필요한 고위직 공무원의 선발을 중앙정부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직접 선발하든 간접 선발하든, 선발기준으로 지역소재 대학출신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여 혜택을 준다면 지역소재 대학출신자들이 우선 선발될 수 있을 것이고, 자연히 지역대학들의 위상이 강화되어 인재들의 역외유출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헌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게 선발된 고위직 공무원들이 정책결정자의 지위에 이르게 되면 중앙이 아니라 지역을 위하여 노력할 것임은 자명하지 않을까? 고위직 공무원이 중앙정부만을 쳐다보고 중앙정부에 구걸하는 능력만을 중시한다면 지역발전은 요원하다. 내 지역은 내가 책임진다는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도무지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광역자치단체의 공무원임용은 광역자치단체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전래의 속담이 이제는 더 이상 맞지 않다. 아니 맞지 않다기보다는, 사람은 나면 서울로, 해외로 보내서 많은 경험과 학식을 쌓게 한 다음,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을 가치있게 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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