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동요학교, 음성군과 임대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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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동요학교, 음성군과 임대료 갈등
  • 김천환 기자
  • 승인 2015.07.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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郡이 교육청 부지 매입 후 임대료 두배 요구…전래동요 계승사업 위기

동요 ‘고추먹고 맴맴’의 발상지인 음성 생극면에 개교한 음성동요학교(이사장 전민현)가 음성군과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어 전래동요 계승 발전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음성동요학교는 지난 2006년 6월 충북도교육청으로부터 폐교된 생극초등학교 오생분교를 임대해 인성교육과 동요, 전래교육과 함께 학교가 속해 있는 생극면 생2리 동요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진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음성군 생극면 생리에 위치한 음성동요학교 전경. 음성군과 임대 계약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으며 폐교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음성동요학교는 음성군이 옛 오생분교 1만2641㎡의 터와 건축 전체면적 847.98㎡의 건물 7동을 교육청으로부터 지난해 5월 6억6,888만원에 매입했다.

군은 이곳에 동요 에듀케어 프로젝트 기반을 조성하고 수레울권역 종합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생활공간 공공예술 가꾸기 사업 중 ‘기쁨 두배 프로젝트’ 분야에 선정돼 옛 오생분교와 마을을 대상으로 지역 고유의 역사와 지리, 생태, 문학적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공공미술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올해 3월 발표했다.

옛 오생초 건물에는 동요와 명상, 힐링 등의 ‘맴맴 커뮤니티’와 자연, 산책, 소리 등의 ‘동요길’을 작품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군, 임대료 요구하며 경고장 부착

하지만 그동안 동요학교가 교육청과 임대를 900만원에 계약 운영해 왔으나 음성군이 군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두 배 많은 1800만원의 임대료를 제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교육청은 폐교활성화 차원에서 감면 혜택을 쥤지만 행정기관인 군은 별다른 혜택을 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전민현 음성동요학교 이사장은 “음성군이 동요 에듀케어 프로젝트와 고추먹고 맴맴 전래동요 발상지 문화를 계승 보전하겠다고 2013년부터 음성교육청과 협의해 음성군 재산과 맞교환을 추진하다 여건이 맞지 않자 오생폐교 매입을 추진하겠다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에 향후 계획서를 갖고 충분히 검토한 뒤 추진하자고 했으나 군 입장에서 2014년 지방선거에 따라 문제점이 될 수 있으니 2014년 5월에 매입해야 한다고 해 별다른 문제점이 될게 없다고 판단해 이에 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음성동요학교는 무상이나 위탁을 요구했고 군은 법령이나 조례에 근거가 없는 것을 들어 거절했다.

전민현 이사장은 “군에서 동요학교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고액의 임대료로 계약을 하든지 나가든지 책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 부지의 일부는 군에서 수레울권역 센터를 신축해야 하고 동요교실과 교사, 관사로 사용하던 건물은 2015년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동요학교가 전체를 임대 계약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면서 “이같은 부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군이 지난 3월 27일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선정 되자마자 일방적으로 학교 정문에 출입금지 경고문을 부착해 동요학교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4월 15일 군을 방문해 군의 요구대로 임대계약을 하자고 있으나 불법건축물과 변상금을 들며 계약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학교측, 계약 미루고 무상위탁 주장

이에대해 군관계자는 “지난해 5월 교육청으로부터 임대료를 되돌려 받았고 교육청과 매입 이전부터 수차례 향후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지난해 12월에 대부계약 여부에 대한 내용 없이 계획서만 제출했다”면서 “결국에는 청문절차까지 가서 수의계약 의사를 밝혔으나 실행하지 않아 할 수 없이 변상금을 부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과정 속에 동요학교는 새 소유자인 군과 계약하지 못하면서 군 소유 재산을 무단 점유한 셈이 됐고 군은 7월 31일까지 변상금 1600만원과 컨테이너 박스 등 불법 시설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이에 반발해 동요학교도 군에 3억2000만원의 이전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 이사장은 “동요학교는 교육부가 최근 추진하는 창의 인성학교를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고 문화유산의 가치가 큰 전래동요 발상지의 위상을 높여왔다”며 “유·무형의 문화유산 계승에 지원한다면 지역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요학교는 맨발로 걷는 길, 공예길, 전시장, 동요교실 등을 갖추고 ‘인성교육 동요집’ 등 지금까지 많은 앨범을 제작 발표했다.

‘고추먹고 맴맴’은 1983년 3월 ‘뿌리깊은 나무’가 발행한 ‘한국의 발견-충청북도’편에 생극면이 전래동요의 발상지로 언급됐다.

앞서 ‘고추먹고 맴맴’은 1898년 ‘미국 민속학보(Journal of American Folk-Lore)’에 악보와 영문가사가 실렸다.

이 학보에는 E B. 랜디스씨의 ‘한국의 어린이 동요’란 글에서 ‘고추 먹고 맴맴’ 등 전래동요 10여곳의 가사가 영어로 음차돼 실렸고 영어 해석이 덧붙여졌다.

전 이사장은 “어떤 일을 하다가 맥락이 깊어지면 부인하기 힘들다. 농촌종합개발 사업은 추진한다 해도 박물관과 전시장이 있는 동요학교에 어린이들이 와서 볼 수 있을 정도는 음성군에서 도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이천시는 음성동요학교를 벤치마킹하고 2013년 4월 국내 최초로 한국동요박물관을 건립했고 서울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요 ‘반달’의 작곡가로 알려진 윤극영(1903~1988) 선생이 말년을 보낸 강북구 수유동 집을 리모델링 해 지난해 10월 ‘서울시 미래유산 1호’로 지정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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