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주권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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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주권자 실패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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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19일에 이어 이번에는 선거구획정 헌법 불합치결정을 내려 지역구국회의원선거구 인구 상하한 편차(3.9대1)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본지(7월 30일자)에서 이미 문제점을 언급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욱 심각한 다른 문제점을 피력하려고 한다. 10월 25일 같은날 3지역에서 재보궐선거가 있었으나 참여율이 저조하였다. 바로 참여의 실패는 앞으로 민주정치에 많은 문제점을 던져줄 것이다. 예컨대 국회의원선거에서 甲, 乙, 丙, 丁 4명의 후보가 출마했을 경우 현행 단순다수대표제(여러 후보자 중 1표라도 많은 후보가 당선됨)하에서 가장 최소의 표로 당선될 표는 25%+1표 이다. 甲이 (25%+1표), 乙이 25%, 丙이 25%, 丁이 (25%-1표)를 얻게 되면 甲은 가장 최소의 표로 당선이 확정된다. 이 경우 당선자인 甲에 대한 반대표는 75%-1표로 지지표의 거의 3배에 가깝다. 이렇게 민의(民意) 반영의 왜곡이 심각해도 甲이 지역과 국민의 대표가 된다. 더욱 가공할 예를 들겠다. 이 지역에서 만약에 주민의 투표참여율이 40%라고 하면 甲은 지역주민의 약 10%정도의 지지율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심각한 참여의 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상 이 지역주민은 약 90%가 甲 후보를 싫어하거나 반대 하는 데도 주민대표가 된 것이다. 이는 사실상 가짜 대표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의 일들이 전국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경우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우리선거구에서는 뽑을 만한 대표가 없다.”는 의사표시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대통령선거,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지방자치의원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할 수 있다.
여차하면 선거무효선언을 하고 대표유보(대표부재)를 선언하는 일이 발생할 수 도 있다. 겨우 10% 지지로 국회의원에게 세비, 의원사무실, 대여섯 명의 비서관월급 등 수 십 가지의 각종 특혜를 준다는 것은 세금의 낭비이다. 솔직히 요즘 같아서는 273명 모두가 의사당안에서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민생보다는 모두가 내년 지방자치선거와 대선에 마음이 가 있다. 굳이 의석 수를 다 채울 필요도 없다. 이는 오히려 민주주의에 근간인 대의제 민주정치의 위기를 초래하고 파괴하는 행태인 것이다. 원래 민주주의는 직접민주정치가 원안이다. 국민투표, 국민발의, 국민발안, 국민청원, 국민소환 등등...... 그러나 4,600만 명이 한꺼번에 매번 이런 식으로 국정을 논할 수 없으니, 대리인인 의원에게 맡겨놓은 것이다. 그러나 대리인이 모인 의사당은 주권자는 아랑곳 없고 그들만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결국 주권자의 참여부실이 주권자실패를 야기하고 이는 선거실패-대표실패-입법활동실패-의회실패-행정실패-정부실패로 이어져 급기야 국가실패로 직결되는 것이다. IMF위기가 단적인 국가실패의 경우이다. 결국 국가가 망하면 그 손해는 주권자인 국민이 몽땅 뒤집어 쓰는 것이다. 그래서 주권자는 선거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국민의 대표(주민의 대표)는 그들끼리 철저한 정치카르텔(Political Cartel)을 결성하고, 주권자감시가 소홀하면 당리당략적 정쟁, 부패 담합, 각종 게이트발생, 이권 개입, 비리 연계 등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실패한 주권자가 저질의 대표를 선출하여 지속적으로 국민들은 소수의 정치꾼들에게 농락당하게 되는 것이다. 속았다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임기가 끝날때까지 기다려야한다. 그러나 또 다시 선거때만 되면 주권자는 이들의 비리를 망각해 버린다. 주민이 적극 참여하고 철저히 감시하고 채찍질하지 않으면 비리 정치인은 다음 번 선거에도 또 당선되는 실패의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다. 어떤 자치단체의회는 무려 80%이상의 의원이 범법자였다. 뽑은 후의 집단시위보다는 뽑기 전의 깐깐한 참여가 민주주의유지비용이 훨씬 덜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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