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고]헌법위에 국민정서법(?)
상태바
[리뷰고]헌법위에 국민정서법(?)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문 펼치기가 짜증나는 요즘이다. 정치, 경제, 교육 따질 것 없이 국가경영의 적색경보로 눈이 어지럽다. YS정권 때 겪었던 임기말 레임덕 현상으로 한 수 접고 볼 수도 있지만, 체감지수가 너무 심각하다.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우리 현대사의 큰 진전으로 일컬었던 97년 12월, 그 날의 흥분과 기대감은 온데간데 없다.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YS는 ‘머리를 잘못 빌린 대통령’으로, 최초의 노벨상을 탄 DJ는 ‘자신의 머리만 믿은 대통령’으로 실패한(?) 역대 대통령 명단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실패할‘ 대통령을 뽑은 우리 국민들은 무엇인가. 부산 영도다리에 목을 메고 목포 앞바다에서 단지(斷指)를 해야 마땅한 것인가. 왜, 우리 국민은 대통령 선거때 마다 실패하는가? 대표적인 주범은 유권자의 ‘이중의식’이다. 도덕성, 경륜, 참신성을 얘기하다가도 막상 선거직전에는 ‘우리가 남이갗로 휩쓸린다. 지역감정의 가공할 ‘싹쓸이 바람’이 몰아치는 선거판에서 ‘한송이 장미꽃’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게 탄생된 정권은 ‘지역구도 타파’를 소리높여 외치지만 뒤에서는 자기 사람 심기라는 제2의 싹쓸이를 모색한다.
며칠전 열린 아시아기독법률가대회에서 서울지법 부장판사의 글이 화제가 됐다. 한국에는 ‘헌법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고 일갈한 그는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법관은 ‘일반인과의 사적교제에도 한계를 둬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용호게이트를 거론하면서 ‘법관은 친교의 자유가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을 맡고있는 변호사 접촉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들끓는 여론속에 엄벌을 받은지 얼마 안된 전직 대통령들이 대통령 취임식장 단상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도 (국민들이)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가 번성한 곳은 없을 것이다. 향우회와 동창회는 양다리 걸친 경우도 많아 성인 한사람이 한달이면 서너번씩 이같은 연고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그 자리엔 원칙이나 명분같은 무거운 옷이 필요없다. 오로지 서로의 안녕과 이익을 위하여 ‘위하여’를 합창한다.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연고를 배경으로 인사서열이 뒤바뀐다. 관급공사의 주요 거래업체 명단도 뒤바뀐다. 지방선거가 3차례 거듭되면서 이러한 그릇된 관행을 당연시하는 풍조까지 생겨나고 있다. 원리원칙을 고수하고 ‘외로운 처신’ 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
자신의 집단에 속한 사람은 큰 허물도 덮어주고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은 티끌도 잡아낸다.
이성보다 인정과 연고를 우선하는 국민정서법은 국가의 근간을 위협하는 암세포다.
한국적 집단주의 ‘위이즘(Weism)’ 이른바 ‘패거리즘’이 사라지지 않는한 앞으로도 실패할 대통령이 출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인간이 지배하는 사회보다는 룰(Rule)이 지배하는 사회’를 희망한다는 또다른 소장판사의 주장도 꼽씹을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