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외팔… 두 바퀴로 둥글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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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외팔… 두 바퀴로 둥글둥글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5.10.0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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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구두 배달 41년, 연규동 씨

오른쪽 팔이 없는 연규동(57)씨가 나머지 한쪽 팔로 중심을 잡고 능수능란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사람들로 북적이는 청주 육거리 시장 거리를 지난다. 마치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운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그의 팔 한쪽은 없다. 그가 하는 일은 닦을 구두를 수거하는 일이다. 오전 반나절 남문로에서 성안동과 남주동 일대를 돌아 거둬온 구두는 고작 한 켤레다. 연 씨는 “구두 닦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요, 근처 은행도 이사 가고 더 그렇죠.”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저녁때 챙겨오는 구두는 평균 8켤레 정도 된다고 한다. 팔은 어떻게 잃었냐는 질문에 열네 살 때쯤(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함) 서울 성수동에 있는 고압선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 오른팔이 절단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지금까지 41년간 구두 수선집에서 구두를 수거하고 닦은 구두를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두 손으로 배우기도 힘든 자전거를 10대 어린나이에 한손으로 배우고 일을 시작한 셈이다.

40년이 넘게 일대를 돌아다녔으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한 가구점 사장은 “저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이곳을 지나고 우리 가게를 들르지. 그래서 15년 동안 매일 구두를 맡겨. 안타까워서 장애수당 받고 그만 쉬라고 해도 계속 일을 하는 게 좋대.”

반평생 인생을 자전거와 함께 해 온 연씨에게 이 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 같았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보다 언제까지 자전거를 탈 것이냐는 질문이 더 맞는 듯했다. 그는 “힘 닿는 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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