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답답한 기간제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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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세평] 답답한 기간제 교사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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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아래에서 상처받은 가슴으로 외롭게 한숨쉬는 교사들이 있다. 정규교원의 휴직, 파견 등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비정규직 교원, 기간제교사. ‘돈벌이 된다’는 학원강사보다는 “교단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라는 자세로 학교에 들어선 기간제교사들은 그들의 순박한 생각과는 다르게 답답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 낮은 처우에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비정규직임을 확인하게 된다. 1년 기한으로 학교에 들어왔다 해도 방학이 포함된 7, 12, 2,월은 월급의 1/2에서 2/3만이 지급되고 그나마 방학중(1월, 8월)에는 한 푼도 없다. 방학 기간이 근무기간에서 제외됨으로써 1년 이상 근무자에게 지급되는 퇴직금도 당연히 받을 수 없고, 3개월 이상 근무시 학교측에서 부담하게 되어 있는 국민연금 부담금도 뚜렷한 까닭없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기간제교사는 “방중에 학원강사를 하거나 제자들 데리고 과외라도 하라는 말입니까” 도교육청에 항의전화도 해 보지만 ‘억울하면 정식교사’가 되라는 투이다. 그래도 올해는 학교장 재량으로 방중에 월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변한 것은 없다. 도교육청은 학교장에게 떠넘기고, 학교장에게 하소연하면 ‘기간제교사는 업무와 담임에서 제외하고 방중에 월급을 지급하지 말 것’을 교육청이 종용하고 있어 학교로서도 난감하다며 양해해 달라고 한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인력풀제로 교육청에서 기간제 교사를 관리한다고 하니 괜히 이곳저곳에 항의하다가는 ‘찍혀서’ 기간제교사 자리도 못 구할지 모르다!
사립학교에서 기간제교사의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 정부에서 추진하던 ‘수습교사제’가 공립에서는 저지되었지만 사립에서는 ‘기간제 교사’로 명칭만 변경되어 정착된 지 오래다. 신규교사 채용시 곧바로 임용하지 않고 6개월에서 3년까지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면밀히 살핀 후 정식교사로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습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자신의 소신보다 재단이나 관리자의 의중을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고 그런 과정을 몇 년 하다 보면 자신의 소신이 어느새 윗사람들의 소신과 일치하게 되는 ‘행복한 변증법’을 경험하게 된다. 정원내 교사로 선발된 교사를 법적 근거 없이 기간제 교사로 운영하고 있는 사립의 잘못된 관행 때문에 많은 수습교사들이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듯이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가 학교로 배정될 경우 정식 교사는 그들대로 고충을 겪는다. 학교 업무와 담임에서 제외되는(방중에 월급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기간제교사가 들어오면 그 만큼 업무를 더 맡아야 하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그들의 아픈 처지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배운다는 처음의 포부는 자신들에게 냉담하기만 한 교육현실에 직면하면서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도 열악한 처우에서 불구하고 많은 기간제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의 스승으로서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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