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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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 김영회 고문
  • 승인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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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쌓입니다. 바야흐로 조락(凋落)의 계절입니다. 김광균의 시처럼 ‘폴란드망명정부의 지폐’같다던 낙엽은 한적한 오솔길에도, 을씨년스러운 공원에도, 그리고 인도에도, 차도에도 수북하게 쌓입니다. 언제고 이맘때면 해 진 거리에서 샹송 ‘오텀리브스’ 가 들리고 낙엽이 맥없이 떨어져 쌓이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가을이 깊어 감을 느끼게됩니다.
R·구르몽의 ‘낙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몬, 나무잎새 저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나뭇잎 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낙엽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 낙엽은 덧없이 버림을 받아 땅위에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석양의 낙엽모습은 쓸쓸하다. 바람에 불릴 적마다 낙엽은 상냥스러이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가까이 오라. 우리는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 되리라.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바람이 몸에 스민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소리가-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가 아니었다해도 학창시절 이 시를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여름 그처럼 무성하던 푸른 잎들은 이제 한낮 추억을 간직 한 채 누렇게 퇴색해 마른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있습니다. 낙엽은 바람이 불면 날리고 사람들이 밟으면 밟힙니다. 쓸면 쓸리고 비가 오면 젖고, 젖은 나뭇잎은 그렇게 아무렇게나 딩굴다가 썩어 갑니다. 그리하여 먼지가 되고 흙이 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새봄에 돋아날 새싹의 거름이 된다한들 낙엽은 그저 쓸쓸한 낙엽 일뿐입니다.
낙엽을 보면 인생의 허무와 무상을 보는 듯합니다. 없어진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의 순환에 다름 아니지만 이 가을 그 허전함은 더욱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제 곧 날이 추워집니다. 엊그제 소설(小雪)이 지났으니 본격적으로 겨울 문턱에 들어섭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됩니다. 그들에게 추위는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기 때문입니다. 달동네와 쪽방촌의 사람들, 불우시설의 의탁 할 곳 없는 노인들과 어린아이들, 그리고 지하철 역사(驛舍) 한 귀퉁이 날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는 실직자…등등,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그늘진 삶을 사는 이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그들도 남들처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같은 국민들인데도 말입니다. 오늘 우리사회가 추구해야할 공동선(共同善)이 있다면 다함께 그와 같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남을 돕는 사람입니다. 찬 겨울날 남을 돕는 사람의 모습은 밤하늘의 영롱한 별처럼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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