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질서 파괴하는 인류에게 경종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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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질서 파괴하는 인류에게 경종 울리다
  • 충청리뷰
  • 승인 2016.02.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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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생태학자 로베르 바르보의 <격리된 낙원>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은자 前 공무원

▲ 이은자 前 공무원

파리 6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생물다양성 연구자인 로베르 바르보가 쓴 책 <격리된 낙원>은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생태학의 명저다. 이 책은 생태계에 관한 번식, 변이, 소멸 과정 등의 흥미롭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아울러 인류가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면서 식량공급원과 생활의 동반자를 얻었으나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훼손해왔는지를 반추하고, 인류가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며 공생해야만 하는 이유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책이 일시 품절된 곳이 많아 중고서점에서 가까스로 구해 읽으니 매 구절이 잠언과도 같았다.

쇠물닭은 일부일처제보다 세 마리로 이루어진 혼숙의 한 쌍이 새끼를 더 낳는다. 배부른 흡혈박쥐는 굶주린 동료에게 헌혈함으로써 헌혈하지 않는 박쥐보다 사망률을 82%에서 24%로 낮춘다. 또한 비둘기는 교대로 망을 보며 포식자의 기습공격을 막아내고, 늑대는 집단사냥으로 성공률을 높이는 등 동물은 먹기 위해서, 도피를 위해서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만 인간처럼 필요에 따라 협력을 통해 공리 공생한다.

생태계에서 잡아먹고, 도피하고, 번식하는 것은 모든 생물들이 가지는 본성으로, 포식자와 먹잇감 간에는 무기와 도피 수단에 대한 경쟁이 존재하며, 이 존재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종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자연선택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환경 속에서 한 종의 사냥 능력을 발달시키고, 도피나 몸을 숨기는 능력 또한 발달시킨다. 이렇게 다양화를 통해 분화된 각각의 종들은 다양화되지 않은 단 하나의 종보다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인류와 자연의 공존, 영원한 과제

▲ 격리된 낙원
로베르 바르보 지음·강현주 옮김
글로세움 펴냄

맬더스의 인구론에 따르면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생존 수단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식량문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인류는 동물의 야생성을 약화시켜 가축으로 삼고, 거세하고, 가족을 떼어놓고, 좁은 우리에 가두며, 이성은 평생 구경조차 못하게 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식량증산과 미각 향상에 기여해왔다.

식물 또한 병충해에 강하고, 양산 가능하며, 품질이 우수하고, 재배에 용이하도록 도태시키거나, 확대하거나 변이를 가하는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하면서 생태계의 종은 다양성에서 점차 인류가 선호하는 쪽으로 단순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국영 중국화공이 농업 세계분야 1위인 스위스의 신젠타를 52조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14억 인구의 안정적 식량기반을 마련하고, 오랜 세월 축적한 유전자 변형식품 개발 노하우도 넘겨받으며 종자 산업을 집어 삼키고 있다. 이처럼 단일재배와 독점이 자연과 농업문화에 의해?수천 년 동안 전해져?내려온 풍부한 종자수확을 파괴하고 있다.

모든 만물은 자생자화 해야 다양한 종이 번식하고 자연재해나 병충해나 천적으로부터 생태나 환경에 적응하며 강한 종이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인류는 생태계의 질서를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멸종되거나 변이되거나 순환 고리가 파괴되는 참혹한 결과를 갖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깊은 참회와 자성으로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대책을 세워나가야만 한다.

“재생되는 양보다 더 많은 자원을 채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자원을 영원히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한정된 자원 속에서 자연을 파과하거나 훼손하지 않으면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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