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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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
  • 충청리뷰
  • 승인 2016.04.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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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 전문가 김은하씨의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연호 꿈꾸는책방 대표

▲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
김은하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참으로 변덕스러운 것이 봄바람이다. 아장거리는 걸음으로 또박또박 불어오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수선스런 골목을 차갑고 너저분하게 누벼대는 것이 봄바람이다.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이 눈물처럼 뚝뚝 지고 마는 것이 그 탓이다. 대한민국의 봄이 그렇다. 2016년의 봄도 여전히 지랄맞고 아프다.

일요일조차 누워 쉬지 못하고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는다. 세상의 변화를 읽어보겠다는 시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에서 새로 개발한 스피커 이야기가 진행자의 목소리를 타고 청취자의 관심을 이끈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피커는 조용히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들려준단다.

쌀쌀한 봄날의 귀가 길도 걱정 없다. 춥다고 웅얼거리기만 해도 알아서 척척 보일러를 작동시켜 준다니 말이다. 바쁜 출근길에 끄지 못한 전등 하나쯤은 일도 아니란다. 슈퍼컴퓨터 같은 것이나 값비싼 가사도우미 로봇 같은 것이 아니고 재킷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한 스피커 하나면 만사 오케이란다. 사물인터넷 세상이다. 세상의 변화가 빠르고 무섭다.

목련이 지고부터 봄 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익숙한 통증이 관자놀이 근처에서 돋는다. 아린 기억이 많은 봄날이라서, 그 기억을 단단하게 지켜주던 흰색 목련이 뭉텅뭉텅 떨어지고 말아서 그렇다고 핑계 삼는 중이다. 변화된 트렌드를 보여주겠다는 진행자의 현란한 말솜씨가 어지러운 봄바람 같아 차를 갓길에 잠시 세우고 현기증을 누른다. 여하튼 따라가야 한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써서 창작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온 이후 작가들도 바빠졌다. 아직은 우스갯소리로 주고받는 수준이긴 하지만 조만간 소설가나 시인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주 없지는 않다. 안절부절 하기는 출판계나 서점계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기울기가 가팔라지면서 출판·서적계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플랫폼’이다.

얼마 전부터 조심스럽게 논의되던 ‘플랫폼’이 이제는 대세가 되었다. 물론 이 용어엔 출판· 서적계의 전망과 희망이 오롯이 담겨 있기는 하다. 또한 논의의 성과도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엔 정보 과잉의 세상으로 인해 누적된 출판·서적계 내부의 힘겨움과 독자들의 피곤함이 함께 담겨있기도 하다.

전통적인 출판의 형식만으로 담기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맥락을 살펴 정리할 여유조차 없이 세상을 떠도는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오히려 인지의 곤란함을 겪는 시대가 되었다. 출판·서적계에서 내놓은 정보의 ‘플랫폼’은 이처럼 양 쪽의 측면을 모두 포함한 용어가 아닐까 한다.

독서 문화 플랫폼의 출현

‘플랫폼’에 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성과도 적지 않아 보인다. “작가, 도서관, 독자, 출판사, 서점이 함께 만드는 독서 문화 플랫폼을 만들어보겠다”는 이들의 움직임은 시작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정보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지나침에 지쳐버린 독자들의 피곤함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몇몇 출판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이론적, 실천적 검증도 두루 거치고 있으니 독서 문화 플랫폼의 출현이 느닷없지는 않다. 그리고 이 책이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런 움직임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라는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독서동아리는 독서 문화 플랫폼의 구체적이고 실질적 물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독서 문화 플랫폼이 여러 곳에 복제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새로운 자양분을 제공하는 곳으로써도 큰 의미를 가진다.

저자가 갖춘 풍부한 현장 경험은 ‘플랫폼’을 통해 축적되고 분석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독서동아리’ 활동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공유함으로써 처음 독서동아리 활동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독서 문화 플랫폼에 접속하고 있는 작가, 출판사, 서점들의 협업 과정이 덧붙여진다면 독자들에게 새롭고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문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독서 문화 플랫폼은 과학 기술의 영역에서 구축한 플랫폼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하나로 집약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한 곳으로 집중하고 축척하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파장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생활 단위 곳곳에서 다양한 층위의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공유되고 연대하는 방식으로 파장이 이어지길 희망한다.

또한 축적된 기술과 정보로 ‘플랫폼’을 꽉 채울 것이 아니라 여지와 틈의 미학을 통해 삶의 여백을 풍성히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 피어보지도 못한 꽃망울들이 바다 깊이 수장되던 그 날도 여지의 공간 없이 꽉 채워진 욕심으로 인해 상실된 복원력이 문제였지 않았던가? 이 책이 우리 사회 곳곳에 독서를 통한 여백과 다양한 파장을 자꾸자꾸 새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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