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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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다 똑같다
  • 충청리뷰
  • 승인 2016.06.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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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오원근 변호사
▲ 오원근 변호사

보은 우리 집 헛간은 내가 기둥을 세우고 그 위로 보와 도리를 얹고, 두 쪽 벽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판자를 깔고 선반을 만들어 그 위에 물건들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했다. 거의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 진행되어 가는 일이 엄청 재미있었다. 우리 집을 들르는 사람들에게 첫 번째 자랑거리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선반 아래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선반 쪽에서 후다닥 소리가 났다. 그런 일이 몇 번 계속되었다. 호기심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니 새 둥지가 있었다. 저걸 치워 말아 잠깐 고민하다가 애를 쓴 새의 수고를 헛된 것으로 만들 수 없었다. 가끔씩 그 둥지를 들여다보았다.

며칠 지나 둥지 안에 알이 서너 개 있는 것이 보였다. 새는 엄청 열심히 알을 품었다. 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는데, 불안한 기색에 나를 빤히 노려보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새끼를 지켜야겠다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 후론 헛간에 갈 때나 둥지를 바라볼 때나 조심하였다.

우린 언제 알을 까나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는데, 2주 정도는 걸린 것 같다. 둥지 주변은 어두워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데, 가만히 지켜보면 새끼가 꼬물거리는 것이 보였다. 둥지에는 어미가 없을 때도 있고(먹이를 잡으러 갔을 것이다), 있을 때도 있다. 있을 때, 우리가 바라보아도 녀석은 둥지 언저리에 서서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동안 우리랑 자주 마주쳤으니, 경계심을 풀 법도 한데 어미 새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렇게 지극히 새끼를 돌보는 어미 새에게서 감동을 받았다. 세상 모든 생명은 다 저렇구나. 따로 배우지 않아도, 저렇게 자기 새끼를 극진히 돌보는구나.

어미 새가 없는 사이, 내가 둥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미 새가 근처에 왔다가 내가 있으니 둥지에 가지는 않고 다시 헛간 밖으로 나갔다. 멀리 가지는 않았다. 바로 옆 밭 말뚝 위에 올라가 앉았다. 내가 사다리서 내려와 헛간에서 멀리 벗어났는데도 밭 말뚝 위에 그대로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계속 바라보고 있는 것을 의식하면서, 둥지의 위치를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았다. 바로 둥지로 가면 내가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니까. 어미 새는 그렇게 1~2분 정도 앉아 있다가, 비로소 헛간 둥지 쪽으로 날아갔다.

필자는 2년 전에도 새와 관련된 내 딴에는 특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들 녀석과 함께 분평동에 있는 한 길을 걷는데, 참새 한 마리가 차도 옆 인도 위를 낮게 날면서 급하게 왔다갔다 하다가는 우리가 다가가자 더는 어쩌지 못하고 바로 옆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가 앉았다. 왜 그랬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아들 녀석이 인도 한 가운데를 가리키며 새가 죽어 있다고 했다. 급하게 날아다니던 녀석과 같은 참새였다. 그 때서야 새가 급하게 날아다닌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가가 손을 대 보니 벌써 온기가 다 가셨다. 눈을 뜨고 죽었다. 죽은 녀석을 들어 부근 화단으로 옮겨주었다(죽은 녀석은 유리에 비친 나무를 보고 날아가다가 유리에 부딪쳐 죽은 것 같았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저 참새도 동료의 죽음을 저렇게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 참새에게도 우리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감정 같은 것이 있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살아있는 생명은 다 똑같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생명은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어떤 조건에도 상관없이, 존중되어야 한다. 개미 한 마리도 함부로 밟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명에 대해 기본적으로 애착과 존중이 있어야만, 사람들 간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가 모두 원만해진다.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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