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신뢰성과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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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신뢰성과 존엄성
  • 충청리뷰
  • 승인 2016.07.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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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최근 공직자들의 인간에 대한 신뢰성과 존엄성을 상실한 말들이 민중들을 실망시키고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공직자들의 말들에 대해 성토하는 글과 말들이 계속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추월하는 길이 있다”며 ‘더 좋은 쥐덫론’을 제시하면서 “미국 울워스라는 쥐덫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번 여기에 걸린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가 있었고, 또 거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서 발전을 시켰다”며 기존 제품의 틀을 깬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울워스가 개발한 플라스틱 쥐덫이 처음에는 잘 팔렸지만 얼마가지 않아 고객이 외면하는 제품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말하였음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울워스의 플라스틱 제품에는 박 대통령이 말하였듯이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일시적으로 잘 팔렸지만, 잡힌 쥐를 버린 후 쥐덫을 세척해서 재활용해야 하는 과정을 소비자들은 귀찮고 불쾌하게 여겨 종래의 나무 쥐덫을 다시 선호하게 되었던 것이다.

경영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고객의 필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기술 중심으로 접근하여 실패’한 사례를 ‘더 좋은 쥐덫의 오류’라고 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박 대통은 이런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더 좋은 쥐덫’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잘못된 사례를 제시하여 개인적인 말의 신뢰성 상실은 물론이고 사실 확인도 제대로 못하는 신뢰성없는 정부라는 비난을 받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의 신뢰성 없는 말을 때마침 덮어버릴만한 사건이 같은 날인 7일 터졌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교육부 출입기자와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멘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라고 말하였고, 이 말이 널리 알려지면서 민중을 분노하게 하였다.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을 문책하라는 비난의 글과 말들이 쏟아졌는데,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의 정책기획을 담당한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헌법과 교육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즉 인권을 전면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는데서 민중의 분노는 계속 되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4조(교육의 기회균등)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이미지는 물론 교양, 인격, 마음씨를 드러내고 서로의 신뢰성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인해 소통과 불통의 씨앗이 된다. 더욱이 공직자의 말은 민중의 정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따라서 공직자는 신뢰성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갖춘 말을 하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중은 인간이다”라는 기본적인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민중으로부터 경청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인간은 동물적인 본성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질적으로 높은 쾌락을 추구한다면서 “만족한 돼지가 되는 것보다는 불만족한 인간임이 좋고, 만족한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임이 좋다”라고 한 존 스튜어트 밀의 말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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