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공화국’ 성 평등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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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공화국’ 성 평등이 가능할까
  • 충청리뷰
  • 승인 2016.07.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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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김수정 젠더사회문화연구소 ‘이음’소장
▲ 김수정
젠더사회문화연구소 ‘이음’소장

한국탐사저널리즘센타 ‘뉴스타파’는 7월21일 “삼성 이건희회장의 성매매의혹.. 그룹차원 개입”이라는 제호아래 31분에 달하는 뉴스를 전했다. 뉴스에 따르면 글로벌부자인 그는 손이 컸다. 4명의 성노동자여성을 불러 개인당 5백만원씩 회당 2천만원을 썼다. 마음에 들면 다음 달 미리 ‘콜’을 예약했다. 용도가 불분명했다던 공시지가 128억의 삼성동 자택은 성매매 장소로 이용되었고, 계열사 사장이름으로 13억 전세계약을 맺은 논현동 빌라 역시 그렇게 이용되었다. 삼성공화국의 수장으로 윤리와 책임경영을 강조했던 그는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민낯을 공개 당했다.

누군가는 이 사건을 두고 4인가족의 1년 치 생활비를 물처럼 쓰는 그의 재력이 부러울 수도 있다. 어쩌면 ‘회장님 스캔들’은 물증이 없었을 뿐 관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돈과 권력을 가진 호방한 사내들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며 별일 아니라고 치부하는 배포 큰 아량을 베풀 수도 있겠다.

색을 탐하는 것은 영웅호걸의 취미쯤으로 인식하고 있던 우리문화 속에서 성매매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위안부를 필두로 미군정시대의 양공주까지 국가의 보호아래 자행된 사례가 많다. 작금에 이르러는 신자유주의라는 미명아래 ‘여성의 몸’이 하나의 매력자본이 되면서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상품진열대에 올리듯 경쟁적으로 깎고 다듬는다.

성매매부터 범죄라고 인식조차 못하는 ‘성희롱’까지 우리 사회는 일상적으로 여성은 남자의 시선아래 발가벗겨지는 성적대상에 불과하다. 최근 경찰관의 성폭행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지도층 인사조차 시선의 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선글라스를 쓰면 해변 가의 비키니여성들을 마음대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공공장소에서 농담이라고 내뱉어 빈축을 산 바가 있다.

이렇듯 문화는 여자를 성적대상으로 각인시키고, 그렇게 되어야 섹시한 여자라고 광고를 하면서 온갖 물건을 팔아대는 현실에서 ‘여성 친화도시’를 한들 ‘성평등교육’을 한들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까?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성폭력사건이 뉴스에 매일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여성들이 각성했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억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전의 여성들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피해자이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면, 지금의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해 주체적이다. 버스에서 옆자리의 아저씨가 허벅지를 더듬으면 큰 소리로 버스를 경찰서로 직행시켜 법적 처벌을 받게 할 만큼 용감해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물론 피해자가 용감해져야 하지만 가해자를 신고하고 처벌하지 않으면, 여자가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농담이라고 희롱을 해도, ‘내 자식같이 귀여워서’ 어깨를 껴안는 행위를 일삼아도 그것은 그저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하면 끝난다. 피해자를 문제 삼고, 가해자를 문제 삼지 않는 이상한 유령이 우리사회에는 곳곳에 어슬렁거리고 있는 듯하다. 여성문제에 있어서는 특별히 더.

일상적으로 여성을 살 수 있고, 돈에 대한 대가만큼 봉사를 요구하고, 그것이 비인격적인 것에 관계없이 ‘돈을 지불했으니, 할당된 시간만큼은 어떻게도 좋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면 그 사람이 성매매업소를 떠나 일반여성을 만날 때도 그와 유사한 생활태도를 보일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인간을 사고 팔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돈으로 거래되는 모든 것에는 소유권이라는 것이 붙는데 인간은 소유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한 여성이 동등한 인격이라는 구호는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성이 평등하려면 매매되지 않아야 하며 ‘성적 대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인간으로 대우해야 하는 것이다. 여자사람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범주에 여성이 들어갈 때 성 평등한 사회를 꿈꿔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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