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배우는 것’과 ‘해보겠다’는 것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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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배우는 것’과 ‘해보겠다’는 것의 차이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9.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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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해 숙 (청주역사문화학교 대표 )

 올해는 초가을비가 많이 내려서일까요. 뜰 앞 감나무에서도 땡감이 선뜩선뜩 많이도 떨어져 내렸습니다. ‘저러다 저 감 다 떨어지고 말지’ 싶었는데, 이제 여물만큼 여물었는지 더 이상 떨어져 내리진 않고 발그레한 감빛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고운 가을빛입니다.

 어제는 한 직업교육과정 수료식에 갔었습니다. 아이들 교육지도자 과정이었는데요. 수료생 90퍼센트 이상이 3-40대 주부들이었습니다. 대개의 마치는 시간이 그렇듯이 소감 한 마디씩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뜻깊은 6개월간의 과정이었다는 말과 함께,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 배우겠다는 다짐을 함께 하시더군요. 또 개중에 어떤 분은 과정이 끝난 것을 시작으로 삼아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한 분들도 있었습니다(극히 소수지만).

 가만히 뒤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던 저는 ‘배우는 것’과 ‘해보겠다’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배움!’ 참 의미 있는 일이지요, 즐겁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배운다는 말 뒤엔 왠지 수동적인 느낌이 짙습니다. 순순하기도 하고, ‘지금 이대로는 부족하니 더 배워서 채워야겠다’는 겸양의 미덕도 보입니다만.
반면에 ‘해보겠다’라는 말엔 뭔가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게 느껴집니다. 잘 할지 못할지, 잘될지 잘 안될지, 뭐, 그런 것을 이리저리 재지 않고 그저 해보겠다는 건데요. 거기엔 당연히 불안감도 상당히 내포돼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그 수료생들은 어느 만큼 인생을 살아온 3-40대가 대부분입니다. 결혼, 육아, 직장 생활 등 인생의 한 과정 과정들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들입니다. ‘배우고, 뜻을 세우는’ 과정들을 잘했든 못했든 이미 거쳐온 세대들입니다. 실제로도, 뭔가 잘 할 자신감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고, 불안감 속에서 아이를 낳아 또 다른 기대감으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거기엔 잘 안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사랑과 믿음이 주는 긍정적인 희망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이제 우리 중년기 때 배우는 ‘배움’은 본인의 외형을 장식해주는 어떤 학위 같은 게 필요한 과정이 아닐 겁니다. 그런 방법으로는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감을 없앨 수도 없습니다. 그보다는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거기서 생기는 직관을 믿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해보겠다’라는 말속엔 ‘열정’이라는 아주 중요한 동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사실 그 수료생 중엔 제가 아끼는 후배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후배는 다른 수강생들이 새로운 배움에 즐거워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동안, 후배 자신이 느꼈던 기쁨을 곧바로 자녀와 그 친구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본인이 느꼈던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감동을 곧바로 주위의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자녀의 친구 어머니들이 제대로 된 보수와 함께 정식으로 교육을 부탁해 오더군요. 교육과정 수료선물로는 아주 적격인 셈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은 창조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처럼 상상력이 꿈틀대는 대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대상에게는 역시나 생기 있고, 창의적인 삶을 살 줄 아는 지도자가 제 격이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누구보다도 시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들어버린다는 건 창조하는 삶을 메말라 버리게 하기 마련이지요.

 전하고 싶고, 알게 하고 싶어하는 그 의욕은 창조력을 지탱해주는 힘입니다. 마찬가지로 ‘어! 이거 좋은데! 재미있는데!’ 하면서 ‘야! 해보자’ 하는 생각만큼 사람을 생기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없을 듯 합니다. 그러려면 ‘해봐야지!’하는 열정은 필수겠지요.

 짙푸른 생기로 무성했던 감나무가 고운 가을빛을 담아내듯, 열정과 생기로 즐겁게 살아가는 그런 삶이 빛깔 고운 삶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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