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들의 반란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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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의 반란을 꿈꾼다
  • 충청리뷰
  • 승인 2016.08.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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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이헌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헌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나향욱,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최근 사회면을 뜨겁게 달구면서 국민적 공분의 대상된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의 이름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검찰실세의 자리를 거치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해 먹은 파렴치범이라면, 나향욱은 우리 관료사회가 가슴 속에만 묻어 두고 발설하지 말아야 할 천기를 누설한 일종의 확신범(?)이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썩을 대로 썩어버린 공직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기에는 매 한 가지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공직사회를 일신해도 모자랄 판인데, 정부와 매스컴은 극소수 공무원의 실언 내지는 개인적 일탈행위로 몰고 가는 전형적인 물 타기를 해대고 있으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그들의 행태들이 일부 관료의 개인적인 문제이고 그래서 한 두 명 정도 목을 치면 끝날 수 있는 일일까? 아니다. 우리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이건 건전한 다수와 상식이 지배한다면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며 지도층까지 올라 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그들은 공직사회의 최고지위까지 올라갔고 현 정권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실세로 등극하였다. 그리고 그 동안 공직내부에서 한마디의 문제제기조차 없었다.

이것은 우리 공무원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공직문화의 일단을 보여 주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코드가 맞아야 하고 조직내부의 지지가 없다면 올라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지금 파렴치한으로 지탄받고 있는 그들은 별스럽고 특이한 공직자가 아니라, 우리 공직문화가 길러 낸 비슷비슷한 공직자 중의 한 명일뿐이다. 그래서 단순히 그들 몇 명을 잘라내도 어차피 이런 문화 속에서 비슷한 인간들은 계속 성장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공직사회는 도덕불감증 비리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부정부패에 둔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특권을 누리는 것을 당연시하기에, 공식석상에서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면서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이상한 사람들의 집단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이런 이상한 나라가 어떻게 붕괴되지 않고 굴러가는 것인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이미 우리 사회는 그들과 언론·재벌들이 연합하여 구축해 놓은 부패의 구조가 굳건한 시스템으로 작동하면서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 공직사회가 왜 이처럼 추악해졌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바로 나향욱의 개·돼지론이다. 사실 우리 공직사회에서 굳어진 개·돼지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개·돼지를 부리고 잡아먹는 것이 당연하듯이, 그들은 개·돼지인 국민을 뜯어 먹는 것에 하등의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을 개돼지로 생각하는(원인) 나라에서 공직자의 부패는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결국 우리사회를 정상적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적혁신을 통해 공직사회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흥분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질타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한다. 사는 것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부패사건이 터져도 일상에만 몰두하며 방관자로 살지 않았는지, 마치 주인이 잔치에서 돌아오면 개들이 아양을 떠는 것처럼 권력자들에게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았는지.

또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짓밟거나 우리끼리 편을 가르고 반목하지는 않았는지. 분명한 것은 국민이 바로서지 않으면 올바른 정부도 올바른 공직자도 없다. 국민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저항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개·돼지로 취급해도 좋다. 어차피 그것보다 못한 삶도 살아 봤으니까. 대신에 먹을 것이나 제대로 주라. 그럼 참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먹을 것도 안주면서 피와 살을 빨아 먹기만 한다면, 언젠가 그 개·돼지는 주인을 물게 될 것이다. 그 날이 개·돼지가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주권자가 되는 날이며 부패 없는 대한민국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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