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상태바
자랑스러운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충청리뷰
  • 승인 2016.08.19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을 생각한다/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마지막을 맞이한 뤼순감옥을 하얼빈으로 이야기해 청와대가 이를 정정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1948년을 기준으로하는 건국 68주년을 또다시 언급해 헌법에 그 법통을 계승한다 명시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각종 국경일의 경축사와 시기별 대국민담화는 그 시기 정부의 입장을 드러냅니다. 대통령이 직접 작성하지는 않겠지만 그 의지가 분명히 반영되고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를 이를 통해 전달하려고 합니다. 이번 경축사 또한 박근혜 정부의 의지와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과제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그 국경일의 의미와 현재적 의미, 과제 또한 경축사에 담겨야 합니다. 그련 면에서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여러모로 우려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먼저 국경일 자체의 의미, 즉 광복절에 맞는 경축사였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안중근 의사에 관련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틀린것을 것을 뒤로하더라도 피해자로서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이 빠져있습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마치 낡은 것이라는 주장의 뉘앙스로 미래지향적 관계만을 강조한 한 문장이 일본에 대한 언급 전부입니다.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하는 12.28 위안부 합의에 관해서는 박근혜 정부 또한 광복절에 언급하기에는 낯 뜨거웠는지 언급조차 없습니다.

더욱이 국정과제 격인 사드배치에 관련해서 쟁정의 대상이 아니라며 이의제기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와 전쟁의 피해자로서 누구보다도 평화를 외쳐야할 광복절에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견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입장을 따르라고 말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사드에 반대한다면 대안을 이야기하라는 말도 했는데 답을 하고 넘어가자면 사드배치에 대한 대안은 평화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드와 더불어 국정과제로 계속 주장하는 노동개혁 또한 빠지지 않았습니다.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말과 정규직 노조가 양보하라는 이야기도 여느 대국민 담화 등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움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쪼개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드는 것으로 해결될만한 일이 아닙니다.

떼법과 갈등,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당한 쟁의행위를 진행 중인 충남 아산의 갑을오토텍 노동자들과 노조파괴로 인한 동료의 죽음에 항의하는 영동의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행해진 재벌의 횡포에는 아무런 제동도 없는 정부가 준법 운운하는 것은 노동자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풍토’에 대한 질타와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넘어 어떤 절망감마저 느꼈습니다. 많은 발전을 이루고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묘사한다는 언급은 그 발전을 이루느라 피땀 흘려 일하고 그 대가가 정당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많은 서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자긍심과 자신감, 공동체 의식은 강요에서 오지 않습니다. 특히 그것들이 국가에 의한 강요로 국가에 대해 가질 것이 요구되는 덕목이라면 전체주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제 청산과 사과 그리고 평화가 빠진, 독립운동이 염원했던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이 빠진 광복절 축사에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을 불의에 항거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바라며 수탈 받는 민중과 아파했던 독립운동의 결실로서 광복입니다. 정말로 광복을 아직도 이루어야만 하는 과제로 느끼게 하는 광복절 축사입니다.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강요와 겁박이 아닌 국민 스스로 그렇게 느낄 수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