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부추기는 중장비 무면허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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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불감증 부추기는 중장비 무면허 운전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6.08.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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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 기사 상당수 무면허, 감시 단속 강화 위한 조치 절실

건설현장이나 산업체에서 무면허 중장비 운행이 횡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회사 지게차를 직접 운전해 제품 상·하차 등 작업을 하고 있다. 지게차를 몬 지 30년이 넘었다는 A씨는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다.

제천과 단양의 공사 현장에서 일당제로 굴삭기 운전을 하고 있는 B씨도 면허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A씨 등에 따르면 중장비 기사의 절반 가까이는 무면허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제천시에 따르면 시에 등록된 3톤 이상 굴삭기 면허증 소지자는 약 1800명이다. 지게차 면허 소지자는 약 1300명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는 보유 장비 없이 면허증만 발급받은 경우다. 반면 시에 등록된 중장비의 상당수는 관련 도급업체나 산업체 등 기업 소유다.

이처럼 장비 보유자와 면허증 소지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장비 작동만 가능하다면 면허 소지자보다는 무면허 인력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무면허 중장비 기사의 인건비가 면허증 소지자의 5분의 1수준에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장비를 도급제로 이용하는 현장에서 면허 소지 여부는 아예 관심 밖이다.

면허 관리와 단속의 구조적 허점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자동차와 달리 굴삭기나 지게차 등 건설현장 중장비의 면허 발급권자는 경찰청장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장이다. 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먼저 국가기술자격증을 확보한 뒤 시군구청에서 건설기계조종사 면허증을 발급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비 무면허 조종에 대한 경찰 단속이 전혀 미칠 수 없는 구조다.

A씨는 “지게차뿐 아니라 굴삭기 등 회사에 있는 중장비를 내가 직접 조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단속을 받은 적이 없다”며 “중장비는 한정된 공간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이용되는데다가 작동법도 단순해 건설현장에서 면허 소지 여부가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비 조종이 엄격한 관리가 따르는 면허 체제에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운전 미숙 등에 따른 대형사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청주 한 화장품 업체에서 지게차 운전자의 운전 과실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중장비로 인한 인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무면허로 중장비를 조종하다 적발돼도 벌금이나 형사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작해야 무면허로 운전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벼운 권고를 받을 뿐이다. 결국 중장비 시장의 고질적 수요공급 불균형과 면허 관리 체계의 허점이 이 같은 중장비 무면허 관행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잊힐 만하면 재발하는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산업 현장에 만연한 중장비 무면허 운전을 근절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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