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만 유리한 간호등급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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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만 유리한 간호등급제 개선 필요”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6.09.0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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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병원 80%는 기본수가조차 받지 못해, 수도권 인력 선점

간호 서비스의 질을 올리기 위해 시행한 간호관리료 차등지급제(이하 간호등급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지방 중소병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 11월부터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간호등급제가 도입된 이후 간호사 정원이 병원 경영의 주된 고려 사항으로 부상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의 경우 제도 도입 전보다 간호사 보유 수가 최대 두 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그러나 제천 등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이 제도 시행 이후 간호 인력 유출이 심화해 되레 최소한의 간호사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병원업계 관계자는 “간호등급제 시행 후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들이 급여를 대폭 인상하는 등 파격적 대우로 간호사들을 싹쓸이하면서 지방에 근무하던 간호사들조차 수도권으로 이탈했다”며 “이 때문에 지방 병원들은 간호인력 확보율 저하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지급받는 간호관리료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제천지역 A병원은 간호사 숫자가 제도 도입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관계자는 “간호 관리료 차등제를 도입한 목적은 의료 서비스의 확대와 간호사 고용확대였으나, 간호인력 대부분이 도시지역, 대형병원에 집중되면서 지방과 소규모 병원은 심각한 간호사 공급 부족현상이 발생했다”며 “연구자료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의 93%, 종합병원의 47.6%가 간호등급이 향상된 데 비해 일반병원은 7.8%만 간호등급이 향상됐으며, 중소병원의 경우 등급신청을 하지 않은 기관수가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간호등급제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대형병원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간호등급제에 따르면 간호사 수를 못 채우는 병원은 기본수가의 5%를 깎이게 된다. 이 때문에 만성적인 의료 인력난에 처해 있는 제천 등 지방 소도시 병원 중 80% 이상은 아예 기본수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역 의료계의 설명이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임금 인하 등 의료 인력 처우도 점점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간호 인력은 고임금 등 복리후생이 좋은 수도권 대학병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지방병원들은 수가 삭감으로 의료인력 처우가 나빠지면서 간호사가 대거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행 간호등급제는 허가 병상수 대비 간호사 수에 따라 7등급으로 구분해 입원료에 가산과 감산을 부여하고 있다. 즉 1~5등급은 10~15% 가산을, 6등급은 기본, 7등급은 5% 감산을 한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병원들은 간호사 부족으로 7등급에 포함돼 입원료를 삭감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간호등급제의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한 간호사는 “현재는 간호사 수 기준이 허가병상에 맞춰져 있어 중소병원들은 환자가 없는 빈 침대에도 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며 “실제 환자 수, 즉 가동병상을 기준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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