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시의원 상호폭행 사건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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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시의원 상호폭행 사건 ‘일파만파’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6.09.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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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 사과 기자회견 불구 시의회 “시장 사퇴” 강력 반발
▲ 이근규 제천시장이 시청 고위 공무원의 시의원 폭행사건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밤 제천시청 현직 공무원과 시의원 간에 벌어진 폭력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사건 직후 가해 공무원이 피해 의원에게 즉각 사과하는 등 진정 국면으로 정리되는 듯했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시의회가 강력 반발하고 경찰이 인지수사에 나서는 등 분위기는 되레 악화하는 형국이다.

이같은 기류를 감지한 때문인지 지난 26일 이근규 제천시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례적으로 ‘사과’와 ‘강력한 조치’를 언급하는 등 파문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최근에 발생한 공직자와 시의원 사이에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 깊은 분노와 자성의 심정”이라며 직접 사과에 나선 이 시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잘못을 저지른 점에 대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법이 허용하는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시장은 사건 직후 가해자인 행정복지국장을 직위해제하고 26일 미래전략사업단장을 직무대리로 즉각 발령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역대 시장들에 비해 자존심이 강해 좀처럼 굽히지 않는 성격인 이 시장이 공직자의 일탈에 대해 이처럼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은 이 시장이 이번 사건을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의회와 관계가 더욱 틀어져 후반기 안정적 시정 추진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은 이 시장 바람대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제천시의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는 이번 사태가 이 시장을 비롯해 시 집행부에 만연한 의회 경시 태도에서 비롯된 예고된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의회는 시장 기자회견 직후 즉각 A4용지 4쪽 분량의 성명을 발표했다.

제천시의회 의원 일동으로 발표된 이날 성명은 관련자 문책뿐 아니라 책임자인 시장의 사퇴까지 거론할 만큼 강경 일변도다.

이들은 “(집행부 공무원이 시의원의 의정활동을 문제 삼아 폭행하는) 무법천지의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제244회 임시회 의사일정을 중단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발단은 그동안 의회를 경시하고 사리사욕을 위해 독선적으로 시정을 이끌고 있는 시장에 있으며, 특히 공직기강 관리 핵심 간부 공무원의 일탈행위는 누가 뭐래도 시장의 수수방관 책임이 가장 크다”며 이 시장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이근규 시장의 즉각 사퇴와 시장의 직권남용 및 불법 지시 의혹에 대한 수사기관 수사, 관련 공무원 즉각 파면과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제천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고소·고발 절차 없이 자체 인지 사건으로 수사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상호 고소·고발은 없었다”면서도 “당사자들이 공인인데다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어 주변인 조사 등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가 종결되면 막바로 당사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 주변에서는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이 아닌 상해죄를 적용해 폭행 공무원을 기소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렇게 되면 사건은 정치적, 행정적 차원을 넘어 사법처리 수순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제천시 이모 국장과 제천시의회 홍모 의원은 지난 22일 저녁 제천시 장락동 한 음식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도시계획조례 개정 문제에 대한 언쟁을 벌이다 상호 폭력을 행사해 홍 의원이 전치 3∼4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었다. 시는 폭력을 행사한 책임을 물어 이 국장을 직위해제했다. 시에 따르면 이 국장은 제천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 건립 사업 주무 국장으로 최근 제천시의회 임시회에 관련 안건을 제출했지만, 상임위에서 사실상 부결되자 반대 측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찬성을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사건 배경된 경관지구조례 개정안이란?

제천시 국장과 시의원 간 폭행 사건은 시가 의회에 제출한 ‘경관지구 조례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산업건설위원회)에서 부결된 데서 발단이 됐다.

의회는 당초 충북도와 의회는 경관지구 조례 개정 전제 조건인 자치법규 규제 완화에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는 이를 위한 의회의 요구에 번번이 무성의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스토리창작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해 의회는 올 초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내부 점검 과정에서 대상 부지인 청풍면 교리 산 26-6번지 일원이 용도지역 변경에 최장 2년이 소요되는 부적합 부지임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시는 단독주택만 건축 가능한 경관지구 조례를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공관 및 공연장이 건축될 수 있도록 일부 개정해 우선 착공한 뒤 도를 통해 보존관리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는 편법을 추진해 왔다는 게 시의회의 설명이다.

한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은 굳이 의원들의 반대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감사원 지적, 지역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심각한 하자로 지적받은 사안”이라며 “법적인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조례 일부개정이라는 또 다른 꼼수를 강요한 이근규 시장 등 집행부의 행태가 이번 폭력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제천시는 2010년 한방엑스포를 추진하면서 엑스포 공원과 한방생명과학관 등 전시시설을 무리하게 건립해 매년 BTL 상환 원리금과 운영비, 공원 유지관리비 등 30여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스토리창작 클러스터에 대한 시 용역보고서를 볼 때 20억 원을 상회하는 운영비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고 시가 여러 차례 제시한 운영비 내역이 매번 상이하는 등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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