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부실대학, 부실대학, 덜 부실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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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부실대학, 부실대학, 덜 부실대학
  • 충청리뷰
  • 승인 2016.09.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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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홍성학 교수

우리나라 대학을 더 부실대학, 부실대학, 덜 부실대학으로 분류하고 모든 대학이 부실대학이라고 말하면 너무 지나치다고 말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을 비롯해서 소위 우리 사회에서 일류대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수도권의 대학은 물론 지방의 국립대학이 부실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매긴 서열상으로는 일류대학 또는 명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대학들도 부실한 측면들을 가지고 있다. 서열을 매기다보니 서열상 앞서 있을 뿐 대학이 갖추어야 할 각 측면들을 개별적으로 절대평가한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실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부실대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도에 따라 더 부실대학, 부실대학, 덜 부실대학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월 5일 2015년에 이어 재정지원가능대학과 제한대학을 구별하여 발표하였다. 각 대학을 A, B, C, D, E 등급으로 나누고 D, E등급에 속하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재정지원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낮은 등급을 받는 대학은 퇴출까지도 시키겠다는 것이다. D, E등급에 속하는 대학들은 부실대학이라는 명칭을 갖게 되고 다른 등급의 대학들은 부실대학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A, B 등급 대학들도 부실한 측면을 가진 부실대학이다.

최근 모 일간지에서 발표한 영국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각 나라 대학의 평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대학으로 알려져 있는 서울대학의 경우 여러 주요 지표 중 ‘연구영향력’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58.8점을 기록했다. 정부로부터 매년 4,5천억 원 정도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다보니 연구비 및 연구논문수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69.8점이었지만 연구영향력이 낮아 논문의 질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학과 연세대학은 산학협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을 뿐 다른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50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많은 다른 대학들도 산학협력 점수는 대체로 높았지만 연구와 교육환경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웃 일본과 중국에서 올해도 과학분야 노밸상 후보자가 거론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비된다. 우리나라 일류대학들이 서열과 등급에 안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학 서열이 초·중·고교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부실한 측면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더욱 발전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등급 매기기를 멈추어야 한다. 지금의 등급 매기기는 평가항목별로 배점이 부여되고 이를 종합하여 A, B, C, D, E 등급을 매기도록 되어 있는데, 이 보다는 항목별로 절대 기준을 정하여 지키도록 해야 한다. 서열과 등급을 매기는 평가가 아니라 부실을 개선하기 위한 평가로 전환하여 서열과 등급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을 평가하는 항목으로는 교육여건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대학의 정체성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고등교육법에 일반대학과 산업대학, 그리고 전문대학의 목적이 각각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음에도 교육부의 각 종 재정지원사업의 성격은 일반대학이 본래의 목적과 달리 산업대학이나 전문대학 영역의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취업을 강조하면서 시행되고 있는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이 대표적이다.

등급에 따른 정원감축이나 정원감축에 비례한 등급 매기기도 중단되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대학 정원을 감축하기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대학 정원을 감축한다고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등급에 상관없이 전임교원 대비 입학정원이 많은 대학과 연구중심대학이 입학정원을 줄이고 정원외 모집을 중단해서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을 개선시켜야 한다. 무리하게 학과를 폐지하지 말고 학과당 정원을 줄여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2010년 미국 포브스지는 교수 1명당 학생 7명인 윌림엄스 대학을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한바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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