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사퇴 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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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사퇴 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10.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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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B면 이장단협의회 해외연수 성추행사건 피해자 고소로 경찰 조사중
피해자 “일부 이장들, 여행사 여직원들을 접대부 취급···절대 용서 못한다”
▲ 충북여성연대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2일 청주시 이장단협의회 성추행 의혹 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얼마전 청주시 청원구 B면 이장단협의회 소속 일부 이장들이 여성들을 성추행하고 성매매 알선을 요구한 사건이 터져 전국적 망신을 당했다. B면 마을 이장단과 주민자치위원장, 지역구 새누리당 의원, 농협조합장 등 42명은 청주시내 A여행사를 통해 지난 9월 18일~22일 4박5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왔다. 비용은 각자 75만원씩 부담했고 명목은 해외연수였으나 관광성 외유로 채워졌다. 이 여행에는 관광안내를 위해 여행사 여직원 2명이 동행했다.

그러나 대부분 60~70대의 이장단은 출발하는 날부터 귀국할 때까지 두 여성을 성희롱·성추행하고 모 씨는 성매매 알선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모 씨는 버스안에서 여직원에게 야동을 보여주고 노래방에서 여직원의 엉덩이에 얼굴을 비볐는가 하면 끌어안기도 했다고 한다. 이번에 성추행을 한 가해자는 민 모, 이 모, 한 모씨 등 3명이고, 현지에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또 다른 3명이라는 게 여행사 직원의 말이다. 여행지에서 성매매를 한 사실은 여행사 측이 현지 가이드와 통화하면서 드러났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자 충북여성연대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청주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여행사 직원은 접대부가 아니다’ ‘여성친화도시 청주시 먹칠하는 이장단협의회 성추행 해외여행 관련자 징계하라’ 등의 구호를 걸고 피켓시위를 했다. 피해자 두 명중 한 명인 모 씨는 지난 13일 청원경찰서에 가해자들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현지 성매매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법적 처분을 요구했다. 가해자들은 이장직을 사퇴한데 이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향후에도 ‘주홍글씨’가 찍혀 활동하기 힘들다. 잘못된 처신이 불러온 업보이다.
 

피해자 모 씨는 “거기 있는 동안 지옥 같았다. 이장단은 여행사 여직원들을 도우미나 접대부로 생각했다. 그동안 업무상 여러 번 여행에 동행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어떤 이장은 노래방에서 나를 끌어당기며 ‘내 파트너하면 다른 이장들이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도 했다. 모 언론에 가해자가 사과한 것처럼 보도됐으나 제대로된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여행사 측에서 이들을 불러 사과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수수방관한 회장·시의원·조합장 ‘무책임’

그는 “여직원이 두 명 이었기 망정이지 혼자였으면 큰일 날 뻔했다. 여직원들에게 성매매 장소를 알선해 달라고 하고, 여자들이 고분고분하고 부드러워야지 왜 그러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기가 막힌다. 그럼에도 이장단협의회장, 시의원, 농협조합장 같은 주민대표들은 수수방관하면서 그대로 두었다. 이장단협의회장이 버스안에서 방송을 한 차례 했으나 소용없었다. 우리가 분명한 의사표현을 했으나 역시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민대표자라면 이런 행동을 강력하게 제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여자 두 명이 몰염치·몰상식의 극치를 달린 남자 42명을 통솔하기는 당연히 어려웠을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모 이장단협의회장, 전 모 시의원, 변 모 농협조합장도 무책임 했다는 비판과 지탄에 시달리고 있다.
 

이장들의 협의체인 전국 이장단협의회는 지역별로 매년 한마음체육대회 등을 통해 화합을 다지고 지역활성화 간담회 등을 개최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은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이런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상처가 되고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하숙자 충북여성연대 대표는 “청주시는 전체 이장단과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을 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여성연대는 앞으로 피해자 보호와 함께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청주시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할 것이다. 청주시 관련 국장 면담과 청주시의회 여성의원 간담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청주시 관계자는 “매년 주민자치위원과 이·통장들에게 교육을 하는데 성폭력 예방교육을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이 이장직을 사퇴하고 청주시는 재발방지를 위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상처는 바로 낫지 않는다. 정신적 충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해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이·통장 기본수당 월 20만원에 상여금 200%
후보 많아 직선으로···대부분 60~70대 남성

 

청주시내 이·통장들은 현재 1640명이다. 이들은 매월 기본수당 20만원, 회의참석 수당 4만원, 명절 상여금 200%를 받는다. 10만원하던 수당이 지난 2003년 김두관 행자부장관 시절 인상됐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시·군정등의 홍보이다.
 

이·통장은 직선으로 뽑는다. 이장을 역임했던 모 씨는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등 선거가 자주 돌아와 이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선거 때 가장 최일선에서 여론의 향배를 읽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속된 말로 힘 좀 쓴다. 거기에 월 수당과 상여금이 있어 이장·통장 하려는 사람들이 좀 있다. 경쟁이 치열한 동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주시 이장단협의회는 한 해는 국내연수, 다음 해는 해외연수 식으로 번갈아 다녀온다. 비용은 개인부담이다. 이장들은 대개 60~70대이고 남자가 절대적으로 많다”고 말한 뒤 “지금 어떤 세상인데 여성들을 성추행 하느냐. 귀엽다고 만지고, 더듬었다가는 쇠고랑찬다”고 덧붙였다.
 

청주시는 이·통장협의회 해외연수나 체육대회, 견학 등의 보조금 지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는 21일 공포되면 시행된다. 조례안은 ‘청주시 행정동·리, 통·반설치 및 동장·이장 정수 조례’ 일부개정안. 이에 따르면 시장은 직무능력 향상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예산범위내에서 단체해상보험가입이나 교육, 국내외 연수, 견학, 체육대회 등의 사업을 시행할 수 있고 그에 필요한 경비 일부 또는 전부를 보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행사운영비로 지급하던 것이다. 행자부에서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법이나 조례상으로 지원 근거가 없으면 줄 수 없게 돼있어 일부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장협의회 해외연수나 체육대회, 견학 등에 청주시 보조금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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