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엿보자, 새들의 사생활
상태바
재미있게 엿보자, 새들의 사생활
  • 충청리뷰
  • 승인 2016.10.20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명한 생물학자 팀 버케드의 저서 <새의 감각>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은자 前 공무원
 

▲ 새의 감각
팀 버케드 지음·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펴냄.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가 되는 것과 발견자가 되는 것이다. 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따금 과학자의 우연한 말 한마디, 사소한 일화, 단순한 호기심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수없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낸다.

우리의 눈은 망막에 맺힌 역상을 뒤집는 훈련을 통하여 “똑바로 선 상”을 보게 되며, 실상은 눈이 보는 게 아니라 뇌가 훈련을 통하여 보게 된다는 사실도 그렇게 밝혀졌다. 새의 시각은 뛰어나서 세상을 멀리 조망하면서도 동시에 세밀하게 볼 수 있다. 아메리카 황조롱이는 18m 거리에서 2mm 길이의 벌레를 탐지할 수 있기에 새들은 날아다니는 빠른 속도 속에서도 먹이를 낚아챌 수 있을 정도로 시각 해상력이 뛰어나다.

저자인 팀 버케드는 왕성한 호기심, 끊임없는 지적 탐구, 위험을 무릅쓴 모험, 지속적인 관찰과 반복적인 실험, 문헌 연구 등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새의 감각을 조사했다. 그리하여 새에게도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능력이 있으며 자각과 정서를 유지한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그러나 새는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감각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그 중에서 특히 나의 흥미를 이끄는 것은 바다오리의 신비한 능력이었다. 바다오리 새끼와 어미는 수만 마리 군집 속에서도 소리로서 기막히게 서로를 구분하고, 수백 미터 거리에서 짝을 알아볼 정도로 목소리와 청각이 뛰어나다.

또한 어떠한 표식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번식지를 찾아 이동하며, 가로 세로 몇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는 좁은 장소에 해마다 알을 낳는데 20년이 넘도록 같은 장소를 고집하기도 한다. 이 책은 보물지도의 암호나 퍼즐조각을 맞춰가는 궁금함과 호기심처럼 새들의 감각 능력의 새로운 사실들을 제시해 준다.

사회성이 매우 발달한 새는 상대방 깃 다듬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것은 종간 유대관계와 유지와 기생충을 없애는 위생적 기능을 위해서이다. 배우자에게 진드기를 없애주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이유는 내게 옮을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자식에게 미칠 피해가능성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성 발달한 새의 깃 다듬기

바다오리는 1㎡에 최대 70마리가 몸을 맞댄 채 번식하여 진드기 같은 기생충이 옮겨 다니기에 최적의 조건이지만 배우자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상대방 깃 다듬기를 통하여 진드기 수를 감소시킨다. 새는 이웃과의 싸움이 치열할수록 상대방 깃 다듬기에 정성을 들이는데 상대방 깃 다듬기를 많이 할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이 덜 분비되는 것이다.

새들은 종류와 감각기관에 따라 어느 부분은 둔감하고 또 특정 감각기관은 놀랄 만치 발달돼 있다. 새는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환경과 여건에 맞게 변화하고, 우월한 유전자 선택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감각과 능력을 발달시킨다.

하지만 모든 새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의 키위 새는 파충류 등 천적이 없고 주변에 먹을 것이 지천이다 보니 눈과 날개는 퇴화되어 잘 보지도 날지도 못한다. 1년에 딱 1개를 낳는 알은 암컷 성체의 1/3정도로 커서 암컷이 알을 낳다가 죽는 수가 허다하여 멸종위기를 맞았다. 새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이 못난 새의 멸종 위기 보호를 위해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국조로 지정했다.

우리도 현실에 안주하면 키위 새의 눈과 날개처럼 도태되고 만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부단히 자신의 능력을 연마해야 원하는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 아울러 새들이 서로의 깃 다듬기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과 결속감을 다지고, 기생충과 질병을 예방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처럼 타인을 위하고 보호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새는 식물의 수정을 돕고 씨앗을 널리 분포시켜 식물 번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먹이사슬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한 새는 오직 노래하거나 울음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우리는 수많는 허언과 실언으로 다른 이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다.

1960년대 데이비드 랙이 새의 번식방법을 조사했더니 1만종 중에서 90% 이상이 일부일처제의 단혼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새는 아무 때나,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새들은 결코 함부로 자유롭게 살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