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사업 위해 계속 철거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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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유치사업 위해 계속 철거 ‘NO’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10.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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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옛 청주연초제조창 4개동 이어 9개동 철거 시도, 시민 반대 확산
공공건물 남기기보다 민자유치사업 우선···350억원씩 주고 산 의미 묵살
 

청주시가 옛 청주연초제조창내 일부 건물을 철거하려고 하자 반대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시는 식당동·후생동 등을 철거한다는 내용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시의회 10월 임시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시는 식당동·후생동·검신장·유류고·호련장·물품창고·상차장·창고시설·연결통로 등 9개 동을 철거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옛 연초제조창 입구 왼쪽 4개 동을 철거하고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는데 이어 다시 철거 이야기가 나오자 시민사회와 문화예술단체들이 건물 보존 필요성을 주장하며 행동에 나섰다. 만일 행정문화위원회에서 26일 철거계획을 승인하면 반대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청주시 도시재생과는 이미 이에 대한 업무를 상당부분 진행했다. 지난 7월 8일 9개동 철거에 대해 시장 결재를 받고 7월 18일 도시재생선도지역 공공시설사업 건축설계 공모를 한데 이어 7월 22일에는 9개동 철거를 공유재산심의위원회에서 승인 받았다. 또 9월 21일에는 신성종합건축사무소와 지선정건축사무소가 공동 출품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발표했다. 육미선 의원(더민주·분평,산남)은 시의회에서 철거에 대해 승인하지 않았는데 업체를 선정했고 상금을 1000만원이나 줬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시민들 역시 몰랐다. 공론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9월 27일에서야 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에 철거계획을 골자로한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를 올렸다. 여기서 부결됐으나 시는 1개월 후 같은 의견을 다시 올렸다. 육 의원은 지난 24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5분 자유발언을 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은 폐공간의 문화재생이 핵심인데 13개 기존건물을 철거하고 민자유치를 통한 개발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절차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 깜깜이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옛 연초제조창을 활용한 사업을 펼치는 곳은 도시재생과·도시재생지원센터·문화예술과·문화산업진흥재단 등 4군데이다. 여기서 제각각 진행되고 있다. 또 재생보다 개발중심으로 가고 있고 도시재생지원센터도 문화기획과 도시재생 전문가가 부족해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과정이 빠져 있다. 시는 이미 2012년부터 수십차례 논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청주시가 만든 도시재생선도지역 활성화계획안에 따르면 옛 연초제조창 본관동·국립현대미술관·식당동·후생동·동부창고·첨단문화산업단지를리모델링하고 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는 사무동은 철거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변경됐다. 시는 당초 공예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주차장 조성으로 바꾸고 후생동·식당동 리모델링을 둘 다 철거하고 입구에 게이트센터를 신축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게이트센터는 도시재생 마중물사업으로 추진하는 문화업무시설 및 무대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진입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방식은 도시재생 아니고 도시개발”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국비 250억원 받자고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이 개발사업으로 가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동부창고 7개동을 철거하려고 한 것을 살리는데도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이제 LH와 손잡고 사업을 한다는데 더 나쁜 방향으로 갈 것 같다. 민자유치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시민들에게는 민자유치 개발보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이 중요한데 청주시는 민자유치 개발이 필요하므로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 아니냐. 도시재생은 끝났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토부에서 도시재생선도지역 활성화계획 승인을 받았을 때 후생동은 철거계획에 들어있었다. 1954년 지은 건물인데 지진 등에 약한 조적식구조로 돼있다. 큰길에서 광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당동은 당초 리모델링해서 소극장으로 쓸 계획이었는데 수선하는데 65억원 정도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본관동과 동부창고는 보존가치가 있지만 식당동은 그렇지 못하다. 안전진단도 D등급으로 나왔다. 이곳을 철거하고 20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을 만들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 승인없이 공모를 먼저 시행한 것에 대해서는 국비 58억원을 올해까지 쓰지 못하면 반납해야 돼서 한 것이라며 민선5기에서 6기로 넘어오면서 달라진 것은 식당동 철거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65억원이라는 비용은 산출 근거가 부정확하고 야외공연장은 급조된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민선시대들어 청주시에는 지금까지 재선에 성공한 시장이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이 크게 떨어진다. 민선5기 한범덕 시장이 생각한 옛 연초제조창 모습과 민선6기 이승훈 시장이 생각하는 그 것과는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전 시장은 문화에 방점을 찍었으나 이 시장은 경제와 접목한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옛 연초제조창을 그대로 살리면서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시민 대다수의 의견이다. 청주시가 벌써 몇 번씩 옛 연초제조창 건물 철거에 나서자 시민들의 불만도 고조돼 있다.
 

▲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린 옛 연초제조창

민선5기 때 매입한 옛 청주연초제조창
‘문화’에 방점, 6기 때 방향 바뀌어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 경성전매국 청주연초제조창으로 출발했다. 14만㎡ 규모에 30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연간 100억개비 이상의 담배를 생산, 17개국으로 수출하는 중부권 최고의 담배공장이었다. 그러나 담배 소비인구 감소와 기계화에 따라 1999년 기계 가동이 멈췄고 2004년 최종 문을 닫았다. 이후 10여년 동안 방치됐다. 민선5기 한범덕 시장일 때인 2010년 12월 청주시는 침체된 북부지역 도심활성화 및 문화산업 중심지 육성을 목적으로 KT&G로부터 350억원에 사들인다.

또 시는 2014년 3월 국토부에 도시재생선도지역 도시경제기반형 사업 공모에 참여했고, 같은 해 4월 선정됐다. 당시 세운 계획을 보면 지금과 관점이 다르다. 무엇보다 개발보다는 문화가 중심이었다. 시는 도심공동화가 심각했던 상당구 내덕 1·2동, 우암동, 중앙동 일원을 묶어 '옛 연초제조창을 활용한 창조경제타운 조성'이라는 명칭으로 사업에 응모했다.
 

담배제조창을 문화제조창으로 바꾼다는 전략으로 산업·가공(문화산업단지), 창작·제조(동부창고), 유통·체험(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장소), 전시·프로모션(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원)이 어우러지는 자립형 선순환 구조의 창조경제문화타운 조성계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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