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멜축구단 독단적 연고지 이전, 여론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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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멜축구단 독단적 연고지 이전, 여론 악화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6.11.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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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10억 요구 5억 예산 편성하자 일방적 연고 포기
시민 반발 “저조한 성적에도 적극적 응원, 배신감 느껴”

충주험멜프로축구단이 충주시와 사전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해 충주시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특히 충주시는 매년 수억원을 지원하면서도 험멜의 연고지 이전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해 ‘소통 부재’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충주험멜축구단은 최근 시내 곳곳에 ‘그동안 충주시민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추억으로 간직하며 작별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충주험멜이 독단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그 배경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더욱이 최근 충남 천안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 축구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충주험멜은 충주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충북 유일의 프로축구단이다. 현재 K리그 챌린지에 소속돼 있으며 올 시즌 7승 8무 25패로 리그 11개 팀 중 10위를 기록 중이다. 험멜이 연고지 이전을 추진 중인 이유는 예전보다 들어오는 돈이 줄었기 때문이다.
 

▲ 험멜 축구단이 사전 협의 없이 연고지를 떠나는 현수막을 붙였다.

충주시에 따르면 그동안 험멜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창단 지원금으로 연 10억원씩 3년간 지난해까지 30억 원을 받았다. 또 충주시와 충주교육지원청, 충주기업도시 등 지역에서 4년간 23억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충주교육지원청은 2013년 3억원을 지원했지만 교육감이 바뀌며 중단됐다. 충주 교육지원청의 험멜 지원은 청주지역 축구계가 도교육청에 지원요구하는 명분이 됐다는 것. 결국 도교육청은 긴축 예산편성을 이유로 충주교육지원청의 험멜 지원을 중단토록 했다.

2013년 프로팀으로 전환한 험멜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3년간 한시적인 지원금도 작년까지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제외됐다. 이에 험멜은 연고지인 충주시에 10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충주시의회가 심의과정에서 삭감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까지 지원했던 연 3억원의 보조금을 올해부터 5억원 늘리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험멜의 요구금액과 많은 차이를 보이면서 험멜이 보조금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려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다. 이에대해 반대 시민들은 “충주에 와서 저조한 성적에도 시민들이 지지를 많이 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현수막 하나 걸고서 간다는 것은 상식 이하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지역 중·고교 축구 악영향

충주험멜의 연고지 이전설은 지난해도 불거졌다. 당시도 괴소문이 돌면서 지역 중고교 축구에 악영향이 우려됐다. 충주 신명중, 충주상고는 스포츠토토 유소년 지원사업 대상학교로 충주험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선수를 양성해 충주험멜 프로선수로 입단시키는 등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이때 이런 소문이 난 배경은 충주험멜이 연고지를 옮기기 위해 타 지자체 4곳과 협의했지만 상호간 지원금액 등의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충주험멜 한규정 단장은 “험멜은 공식적으로 연고지를 이전할 계획이 없다”면서 “2014년 험멜의 도민구단 전환 논의가 이뤄질 때 괴소문이 번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충주험멜은 2010년 충주로 연고를 이전하고도 2011년까지 공식 팀 등록지는 서울시로 전국체육대회 대표로 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는 충북도와 팀 등록지 변경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험멜의 주무대였던 ‘내셔널리그’ 홈경기가 충주에서 열리며 이를 모르는 충주시민이 많았다.

결국 험멜은 2012년 충북도로 팀 등록지를 이전해 충주시 연고 축구단이 됐다. 1999년 12월 창단한 험멜축구단은 2003~2005년까지 경기도 의정부시를 연고지로 ‘리그’에 참가했고, 2006~2007년까지는 경기도 이천시와 연고지 협약을 했다. 또 2008~2009년까지 서울시 노원구와 연고지 협약을 맺고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승강제 도입으로 프로 2부리그가 출범하면서 이에 맞춰 프로팀으로 전환, 2013년 시즌부터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게 됐다.

천안시 “제안받았지만 인수못해”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지원금이 지난해로 종료되면서 연고지 이전설은 지속해 나왔고, 최근 다시 천안으로 이전이 결정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천안에서 연 15억 원을 지원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소문이 돌은 것. 그러나 확인 결과 험멜 측이 천안에 이전 의향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천안시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시 관계자는 “험멜이 연고지 이전 의향을 천안에 전해온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현재 천안에 내셔널리그 축구단도 있는 상황이어서 험멜축구단 인수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 구단 창단 추진을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할 생각이어서 현재로선 험멜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험멜은 천안시가 받아들이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험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계 인사는 “험멜이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팀 해체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충주시에 요구한 지원금 10억 원이 줄어든 것이 이전에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충주시는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지만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험멜 측에서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고, 그동안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며 “당장 내년도에 지급할 5억 원의 지원금을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험멜 구단 측은 “충주시에서 당초 10억 원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충주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면서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작은 회사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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