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기념 공원이 놀이공원으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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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 기념 공원이 놀이공원으로, 왜?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6.11.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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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4기 때 시작 유엔평화공원→ 무술공원→ 놀이공원으로 변질
예산지원 끊긴 게 원인···충주시, 공원내 라바랜드에 놀이시설 설치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배출 등을 기념하기 위해 충주에 조성된 유엔평화공원이 자치단체장 교체를 거치며 무술과 놀이시설로 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배출 등을 기념하기 위해 충주에 조성된 유엔평화공원(현 세계무술공원)이 자치단체장 교체를 거치며 무술과 놀이시설로 변하고 있다. 예산 지원이 끊기며 놀이시설 위주로 재편되자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 총장이 친박후보로 알려지면서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판에 공원까지 성격이 변하자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반 총장은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지만 세살부터 고교시절까지는 충주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충주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9년 유엔평화공원이란 이름을 걸고 첫 삽을 떴다. 민선 4기 김호복 전 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유엔평화공원은 유엔 총회장을 본 뜬 유엔기념관을 중심으로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의 이념을 배우는 교육장으로 구상됐다.

반 총장 배출을 자축하자는 취지로 조성된 만큼 명칭에도 자연스럽게 ‘유엔’이 들어갔다. 당시에는 국비와 민자 등 2770억 원을 투입해 63만 4000㎡ 부지에 유엔기념관과 박물관, 호텔·콘도, 위락시설, 생태공원 등을 갖추는 프로젝트였다. 반 총장도 2009년 8월 충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엔평화공원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길 바란다”고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김 전 시장이 낙마한 뒤 예산확보에 차질이 빚어졌다. 더욱이 국책사업 전환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흐지부지 사업이 중단됐다. 민선 5기 우건도 전 시장은 “유엔기념관은 사업예산이 383억 원이나 소요되는데 단 한 푼의 국비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서 “때문에 유엔기념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연간 수십 억 원의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현실을 놓고 볼 때 유엔기념관 건축도 문제지만 유지, 관리비용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라며 “애물단지가 될 유엔기념관은 건립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우 전 시장의 이런 태도는 부산시 남구가 유엔기념공원 일원에 대한 유엔평화문화특구 지정에 속도를 냈고, 특구 내 유엔기념관 조성 사업의 국비 지원이 2010년 초 확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주시는 사업성 논란 등으로 2010년 시비 30억 원만 확보했을 뿐 국·도비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가 유엔기념관 등의 국비 지원에 난색을 표했고, 충북도도 예산 편성 지침을 바꿔 관광지 개발사업에 대한 도비 지원을 없앤 것. 여기에 호텔과 콘도 등 3단계 민자사업을 맡기로 했던 기업체가 투자를 포기하면서 추가 조성이 중단돼 반쪽 공원이 됐다.

유엔기념관 건립 ‘불투명’

그러다 민선 6기 들어 조길형 시장이 반 총장 관광 브랜드화를 추진하면서 또 다시 유엔 관련 사업 문제가 재점화됐다. 조 시장은 유엔기념관 건립을 2014년 선거 출마 시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이후에도 유엔기념관 건립을 강조했다. 조 시장은 “충주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충주가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테마를 살리고 어린이 테마공원이 필요하다”며 “두 가지 사업 만큼은 직접 챙기는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중 어린이 테마공원만 원만히 추진되고 있다. 조 시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라바랜드와 나무숲 놀이터를 조성해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지만, 반기문 브랜드를 활용하는 공원 정체성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엔평화공원으로 출발한 공원이 세계무술공원으로 바뀐 데 이어 다시 놀이공원 성격이 짙은 곳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충주시는 충주세계무술공원 내 라바랜드에 ‘라바 바이킹’을 설치해 지난달 15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올봄 개장한 라바랜드가 인기 있는 놀이시설로 자리 잡았지만 보호자를 위한 놀이기구가 없어 아쉬웠다”며 “라바 바이킹 설치로 청소년과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라바랜드는 국산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라바’를 활용한 어린이 놀이시설이다. 애벌레 레드와 옐로우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복합문화 공간으로 총 공사비 45억 원을 들여 3300㎡ 규모로 조성됐다.

실내 키즈카페에는 영유아를 위한 플레이짐, 볼대포장, 볼풀, 에어바운스, 바이크존, 트램블린, 편백놀이방과 라바극장, 파티룸, 휴게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건물 옥상과 야외에는 회전라바, 범퍼카, 기차, 스윙카, 라바로켓, 라바UFO, 관람차, 레이싱카 등 11가지 동력 놀이기구를 갖췄다. 160m 길이의 라바기차와 샌드모션 등 동작 인식형 놀이기구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어린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놀이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사실상 어린이 놀이시설 돼

충주뿐 아니라 인근 음성, 제천은 물론 원주, 청주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적지 않다. 라바랜드에 이어 지난달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와 학습 공간 ‘나무숲 놀이터’도 세계무술공원 안에 문을 열었다. 나무숲 놀이터는 대형 버즘나무를 서로 연결해 출렁다리와 원통형 터널, 무빙형 계단, 외나무다리, 미끄럼틀 등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다. 놀이터 입구 대형 통나무집에는 어린이 20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으며, 전담 교사와 함께 여러 가지 수업도 할 수 있다. 충주시는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나무숲 놀이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라바랜드에 이어 나무숲 놀이터 설치로 가족을 위한 휴식과 레저 공간으로서 세계무술공원의 기능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시는 무술공원에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하지만 어린이 놀이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육아정보지원센터도 건립될 예정인 반면, 대표 시설인 무술박물관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또 국제무예센터 안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유엔기념관 건립도 제자리 걸음이다.

시 담당부서 관계자는 “무예센터는 현재 용역 설계 중인데 유엔기념관과 관련해 명칭 결정이 된 것이 없다”며 “반 총장 집무실을 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추진되는지 모르고,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 없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 차원에서 단순 휴식·놀이공간이 아닌 공원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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