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삼겹살거리 박근혜 사진 떼고 '촛불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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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삼겹살거리 박근혜 사진 떼고 '촛불소주'
  • 뉴시스
  • 승인 2016.11.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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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촛불시위 토요일 소주 한병 1천원 판매 안내문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덕에 한때 유명세를 치렀던 청주 삼겹살거리에 '촛불소주'가 등장했다.

23일 청주삼겹살거리발전위원회 김동진 회장(51)은 그가 운영하는 식당 안팎에 '촛불 소주도 제 몸을 불태웁니다. 촛불집회 열리는 토요일엔 소주값 3분의 1'이라고 쓴 안내문을 붙였다.

삼겹살거리에서 직선거리로 500m가량 떨어진 충북도청 앞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열린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에는 소주값을 1병당 3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리겠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며칠전 페이스북에 "사유화된 권력이 법치 앞에 단죄받고, 유린당한 민주주의가 역사 앞에 회복되길 간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분노하고 절망한 우리네 민심을 조금이라도 위무하고 미력하나마 지역에서 시민사회적인 역할을 담당하려는 것"이라고 이벤트의 취지를 적었다.

김 회장의 이런 뜻에 공감한 업주들도 속속 동참하기 시작했다. 삼겹살거리 음식점 15곳 중 10곳이 '촛불소주 캠페인'을 함께 벌이기로 했다.

박근혜 마케팅을 상가활성화 사업의 핵심으로 활용했던 이곳에선 10월 말부터 박근혜 흔적 지우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이 언론을 통해 속속 세상에 알려지고, 불편해진 민심이 들끓기 시작할 때부터다.

박 대통령이 2014년 7월 통합 청주시 출범식에 참석한 후 이곳을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과 상인들이 함께 찍었던 사진은 거의 모든 식당에 내걸렸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적어도 60%선을 유지할 때였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삼겹살거리를 충북의 쓸만한 관광상품 중 하나로 보고, 삼겹살거리를 전국에 홍보하는 지원사업을 도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삼겹살거리에선 박 대통령 사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삼겹살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한때나마 장사에 도움받을 생각으로 박 대통령을 활용했던 상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기억을 이젠 지우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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