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 승인 요청한 두 지자체, 초조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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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행사 승인 요청한 두 지자체, 초조한 내막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02.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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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2019 세계무예마스터십’ 청주시 ‘2018 직지코리아’ 문체부에 요청
둘 다 문체부 심의 통과하고 기재부 심의 기다리는 중…경쟁아닌 경쟁 처지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난해 9월 제1회 세계무예마스터십을 공동 개최했다. 2회 대회는 오는 2019년 열린다.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정부에 국제행사 승인 요청을 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충북도는 오는 2019년에 세계무예마스터십, 청주시는 오는 2018년에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두 지자체는 이 행사들을 지난해 9월 비슷한 시기에 열었고 국제행사도 나란히 요청해 경쟁아닌 경쟁을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충북에서 개최하는 행사 둘 모두를 승인할 것인가, 어느 한 개만 할 것인가는 알 수 없다.

 

국제행사 승인받아야 국비 내려와

기재부 국제행사관리지침에 따르면 국제행사 기준은 5개국 이상 국가에서 외국인이 참여하고 외국인 참여비율이 5% 이상인 국제회의, 체육행사, 박람회, 전시회, 문화행사 등이다. 지자체에서 국제행사 승인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국비와 국제행사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야 국비를 준다. 지자체는 돈 없이 행사를 치를 수 없고, 살림이 빠듯한 형편에 국비를 받으면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는 지자체 국비요청이 전국에서 들어오자 점점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에서 해마다 그 많은 행사가 열려도 국제행사 승인을 받는 게 10건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소수만 합격하는 것이다.

‘국제행사 유치 및 개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비 요청 예산 10억원, 총 사업비 50억원이 넘으면 행사 주무부처와 기재부 타당성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청주시는 직지코리아 행사 비용으로 국비 27억+지방비 27억+자부담 6억원 등 총 6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중 27억원을 문체부에 요청했다. 그리고 충북도는 세계무예마스터십 예산을 국비 60억+지방비 120억+민자 20억원 등 총 200억원으로 잡고 역시 문체부에 국비 60억원을 요청했다.

직지코리아와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지난해 둘 다 청주시내 일원에서 열렸다. 직지코리아는 9월 1일~8일, 세계무예마스터십은 9월 2일~8일 개최됐다. 직지코리아는 문화행사, 무예마스터십은 체육행사 인데도 비슷한 시기에 열리다보니 비교대상이 됐다. 당초 세계무예마스터십은 택견의 고장 충주에서 하려고 했으나 충주시에서 거부하는 바람에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동주최 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청주시가 빠지고 충북도가 도내 다른 기초지자체와 손잡고 치른다. 개최지는 미정.

두 행사는 현재 주무부처인 문체부 심의를 통과하고 기재부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재부는 곧 타당성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부터 4개월짜리 조사연구용역을 받도록 할 것인지 결정한다. 여기를 통과하면 다시 기재부는 타당성심의위원회를 열고 오는 8월경 최종 결정한다. 직지코리아는 지난 2015년 이 관문을 통과했으나 세계무예마스터십은 국제행사 승인을 받지 못했다. 국제행사로 승인받으려면 할 때마다 이렇게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우리는 2년에 한 번씩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하면서 이런 과정을 거쳐 국제행사 승인을 받았다. 할 때마다 어렵다. 직지코리아는 이번에 두 번째 심사를 받는 것인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9월 제1회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열었다. 기존 직지축제와 유네스코직지상 시상식을 합쳐 국제행사로 격상시켰다.

양 지자체 “열심히 준비해서 받을 것”

직지코리아는 기존 직지축제와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을 통합한 첫 행사로 예년에 비해 예산과 위상을 대폭 격상시켰다. 과거 직지축제 예산은 4~5억원 미만이었으나 지난해 직지코리아는 40억원을 투입했다. 이 행사에는 총 26만여명의 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과 다양한 전시·강연이 좋은 평을 받았고 직지가 청주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라는 시민 공감대를 확인했다. 하지만 첫 번째라 국제행사로서의 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여론과 직지를 바로보기보다 직지를 둘러싼 이벤트에 너무 치중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는 레슬링·주짓수·킥복싱·우슈·유도 등의 경기를 치렀고 세계 81개국 1900여명의 선수·임원들이 참가했다. 무예올림픽이라는 주제의 참신함은 있었으나 선수단 잠적, 진행미숙,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점 등과 여전히 청주가 무예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리고 지자체가 하기에는 버거운 행사라는 평과 이시종 지사가 임기동안 화장품·뷰티, 유기농, 중국인유학생, 조정선수권대회 등 많은 행사를 시작했는데 굳이 무예대회까지 해야 하느냐는 불평이 많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1회 행사 때는 문체부가 하계·동계 올림픽 등 메이저급 체육행사만 국제행사 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신청조차 못하게 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기준이 없어 신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회 때는 81억원으로 행사를 치렀으나 경기 종목과 참가국이 늘어 예산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 2회는 충북도내에서 하되 어떤 시·군에서 할지 협의중이다. 충주시가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게 아니다. 그리고 3회부터는 세계무예마스터십조직위원회에서 개최년도와 개최국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 지자체 담당자들은 “각자 열심히 준비해서 승인을 받으면 된다. 서로 경쟁관계는 아니다”고 말했으나 양 지자체간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는 소문이 있다. 정부가 한 개 광역지자체에서 하는 행사 두 개 모두 승인해 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주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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