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음주 적발돼도 업주만 처벌 ‘부작용’
상태바
청소년 음주 적발돼도 업주만 처벌 ‘부작용’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2.27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급기야 업주들 ‘쌍벌죄’ 요구…여성가족부는 “사회적 합의 필요, 시기상조”

청소년들이 작심하고 달려드는 음주 행태에 업소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별다른 처벌 없이 업주에게만 모든 책임이 돌아가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1월 충주시 연수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A씨는 성년인 선배들과 동행해 업소에 들어와 친구인척 행세하는 손님을 맞았다. A씨는 손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성인이었다. 이후 이들 일행들이 더 왔고 다들 친구라고 해 주류를 판매했다.

술자리가 끝날 즈음 경찰단속이 나왔는데 이들은 미성년자였다. A씨는 “신분증을 확인했는데 성년이었다. 그리고 신분증이 없는 일행은 친구라고 말하며 자신이 보증한다고 하고서 술을 마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분증은 위조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A씨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혐의로 벌금형과 1000만 원의 과태료,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A씨는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달 연수동에서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10대 청소년들이 길에서 습득한 타인의 신분증을 내밀고 들어가 술을 마셨고, 업주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청소년들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자는 사법기관으로부터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돼 있다. 또 식품위생법에 영업정지(1회 적발시 2개월, 2회 3개월, 3회 영업장 폐쇄)나 과징금(최소 5만 원~최대 166만 원)이 내려진다.

 

적발업소 두 배, 감경 사례도 증가

경찰과 충주시 등에 따르면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충주지역 업소는 2016년 19곳으로 2015년 10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적발된 업소 중 2015년 6곳, 2016년 9곳은 행정심판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해 처분을 감경 받는가 하면, 행정처분 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모든 사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관계당국이 미성년자 주류 판매 처분과정에서 일부 업주의 처분을 감경했다는 것은 술을 마신 미성년자들 역시 일정부분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청소년들은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업주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감을 알고 있는 듯 술을 마신 후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밝히면서 업주를 협박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들이 청소년 유해약물인 술을 마셔도 처벌할 근거는 없다. 강력한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보호대상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신분증 도용은 물론 신분증 검사가 허술해 ‘술 마시기 좋은 업소(일명 호구 업소)’의 순위를 친구들과 SNS로 공유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찰·지자체·교육당국 등 관계기관은 음주로 인해 훈방된 학생들에 대한 관리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재발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 업주는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쌍벌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청소년보호법 주목적이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있고, 학부모들 저항이 너무 강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술을 마신 청소년이 경찰조사를 받고 이런 사실이 자료로 남는 것으로도 해당 학생에게는 심적 충격을 준다”면서 “학부모들은 현재보다 더욱더 강력한 보호조치를 원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전까지는 교육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많이 성숙해져 있는 만큼 사회적 흐름에 따라서 법이 개정될 여지는 있다”며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상태고, 신분증 부정행사나 업주 협박 등의 사건은 개별법에 따라 조치되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업주들이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부모와 동행해 마셔도 ‘불법’

그런가하면 부모와 함께 술집이나 음식점에 온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허락을 받고 술을 마셔도 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업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음식점에서 청소년이 술을 마시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의무가 업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선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고2의 자녀를 둔 황모(46) 씨는 “부모가 동석을 하면 술을 마셔도 되는 줄 알았다”면서 “그럴 경우도 단속 대상이라니 각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홍모(44) 씨는 “집에서 종종 아들과 술 한 잔하고, 외식할 때도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배우느니 아빠인 내가 주도를 가르치는 게 낫겠다 싶어 술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충주지회 관계자는 “음식점에서 부모가 자식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마실 수도 있는 것이지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것까지 업주들을 처벌하는 건 과도한 처사”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영세 자영업체들은 줄줄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 윤호노 기자 hono77@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