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농민 사과 남아 한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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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농민 사과 남아 한걱정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3.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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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과일에 밀려 매출 감소...재고량 4071톤, 평년보다 증가

충주는 사과 주산지이다. 그러나 올해 사과 재고량이 평년보다 훨씬 웃돌아 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충주시는 최근 각 읍면동에 공문을 보내 사과 재배 농가의 재고 현황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과 재고 물량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에 들어간 것.

그 결과 이달 현재 사과 재고량은 4071톤으로 파악됐다. 평년보다 415톤이나 많은 것인데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APC)를 비롯한 농협 재고가 3063톤, 일선 농가의 재고가 1008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충주지역에서는 1817농가에서 3만 2359톤의 사과를 생산했는데 재고량이 약 13%에 달한다.

이 같은 원인은 지난해부터 수입농산물이 증가하고,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황 때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먹거리 가운데 선택 품목인 과일 소비를 먼저 줄이는 경우가 많다. 오렌지, 바나나 등 비교적 값싸고 당도가 높은 외국산 과일이 국산 과일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5만 원 이상의 선물을 금지하고 있지만 업무 연관성 규정 등을 의식해 아예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과수농가 “폐기처분할 판” 울상

충주사과발전회 김상섭 회장은 “각 가정의 저장고마다 사과가 가득 들어 있다. 농민들은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특단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장고에 보관 중인 과일은 출하가 늦어질수록 상품성이 떨어진다. 수분 증발로 육질이 안 좋아지고 중량도 줄어든다. 날이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면서 판매가 불가능한 상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저온저장고가 없는 농가는 보관 기간이 더욱 짧아 재고 처리가 절박한 상황이다. 충주지역 사과 생산 농가 1800여 곳 중 저온저장고 보급률이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추위가 물러가고 날이 따뜻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렇게 되면 제값 받기를 포기하고 인근 시장이나 노점상에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 생산비도 건지기 힘든 실정이다.

사과농사를 짓는 서모(65·충주시 용관동) 씨는 “10㎏들이 한 상장에 3만 원 정도는 돼야 포장비, 운송비 등을 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데 현재는 2만 원대 초반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며 “심지어 브랜드와 품질에 따라 1만 5000원 안팎인 상품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 황모(54·충주시 달천동) 씨는 “이 상태로 계속가면 모두 폐기처분해야 한다”며 “수입시장 확대로 농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값도 안 비싼 국산 농산물에 청탁금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에도 공판장용 콘티박스 18만 개 분량의 사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충주APC는 대형 할인점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사과를 공급하는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전년 대비 월별 매출이 30%씩 줄었다.

市, 소비 촉진 운동 전개

지난 설에도 판매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보통 설 대목에는 알이 굵은 대과 상품 5㎏ 한 상자가 2만~2만 5000원 정도에 팔리는데 올해는 반값 수준인 8000원~1만 2000원이었다. 선물용으로 몰려 들어오던 단체 주문도 뚝 끊겼다. 매년 설에 2억 원 이상의 물량을 택배로 보냈지만 올해 매출은 1억 원에도 못 미쳤다. APC는 자체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콘티박스 3~4만개 물량을 추가 수매하기로 했다. 재고 물량 처리에 속앓이를 하는 농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충주시는 궁여지책으로 소비 촉진 운동을 펴기로 했지만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시는 최근 늘어난 사과 재고 물량 소진을 위해 다양한 사과 소비 촉진 운동에 들어갔다. 충주사과발전회와 함께 ‘사과 후식 먹기 캠페인’을 펴기로 하고,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1가정 1상자 팔아주기’에 나섰다.

또 지난 2월 25~26일 경기도 여주 아울렛에서 사과 직거래 장터를 마련한데 이어 이달 정부대전청사와 수도권 하나로마트, 롯데백화점 등에서도 직거래장터와 산지 직송전 등을 잇따라 열 계획이다. 김익준 충주시 농정과장은 “수입 농산물 증가와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둔화된 사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추진 중”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사과를 구매해 농가도 돕고 건강도 챙기는데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과를 주재료로 한 가공식품을 더 확대하겠다”

인터뷰/ 최재응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더 좋은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충주사과는 ‘2016 대한민국 소비자대상’에서 소비자 브랜드부문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충주시농업기술센터는 더 좋은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미생물 연구와 보급은 물론 새로운 품종 보급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7월에 출하가 가능한 ‘썸머킹’, 홍로를 능가할 수 있는 ‘아리수’ 두 품종은 2세대들에게 이미 시범적으로 보급을 마치고 활발한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거리에 심은 사과들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충주는 사과의 고장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로수도 사과나무다. 1997년부터 20년 동안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어 충주거리에서는 사과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사과나무는 가로수라는 상징성을 넘어 수확기에는 장애인을 고용해 과일을 지키게 하고 어린이들의 사과따기 체험학습으로 활용한다. 나머지 수확된 과일은 충주푸드뱅크에서 선별해 장애인복지단체나 사회단체에 나눠준다.”

-농민들이 사과 재고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농산물과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 등으로 사과 재고량이 쌓이다보니 농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충주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소비 촉진 운동이다. 늘어난 사과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공무원인 우리도 노력하겠지만 우리 농산물 팔아주기에 많은 동참을 부탁드린다.”

-사과를 재료로 만든 제품이 있는가.

“사과 자체로 물량을 소진할 수 없어 만들어진 것이 ‘충주 사과빵’이다. 건대 글로컬캠퍼스 창업보육센터와 입주기업인 페트라가 산학연관 상호연계 융합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충주사과를 이용해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신선도를 위해 즉석에서 구워낸다. 충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물론 전국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요 지역 관광지 및 온라인 판매 등과 연계해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과국수, 사과순대, 사과주스 등 사과를 주재료로 만든 가공식품을 만들었고, 또 다른 제품들을 확대하면 농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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