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5-28 20:39 (목)
나는 왜 NGO 활동가 삶을 선택했을까
상태바
나는 왜 NGO 활동가 삶을 선택했을까
  • 충청리뷰
  • 승인 2017.03.26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들의 아름다운 사례 구슬로 꿰는 게 역할
올해‘옥천사람들 공유공간’ 마련 목표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옥천순환경제공동체 활동가로 일하기 전, 2007년부터 8년 정도 옥천신문에서 일하며 해외취재를 나갈 일이 종종 있었다. 혼자 갈 때도 있었고 다른 지역신문 기자들과 취재단을 꾸려 갈 때도 있었는데 다른 나라의 선진 사례들을 취재하러 가면 기자들의 관심사는 보통 한 가지에 모아지곤 했다. ‘좋은 사례인 것은 알겠는데 그렇게 하기 위한 돈은 어떻게 마련했냐’는 것.

돌아오는 답변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거나 민간의 자발적 후원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면 기자들은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엔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과 함께 해당 사례를 갑자기 ‘별 거 아닌 것’으로 대하는 태도를 보였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이란 답변엔 ‘그럼 한국에선 불가능 하겠네’란 반응을 보이곤 했다. 한국의 기부문화나 자원봉사 문화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낸 것이다.

옥천사람들 공유공간 활동 모습. 올해 공동체 도전과제 중 하나가 ‘옥천사람들 공유공간’의 운영을 주민들의 자발적 후원과 참여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기자들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한국의 시민(주민)운동이나 비영리민간단체(NGO, 엔지오) 활동을 바라보는 상당수 국민들의 시선도 이러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속된 말로 나랏돈을 받았다 하면 ‘그럼 그걸 누가 못해’라 말하고 민간의 자발적 후원으로 해낸 일이라 하면 그것은 백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굉장히 특수한 경우라고 바라보는 것 말이다.

사실 NGO란 것에 대해 일상 속에서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어야 이런 저런 반응도 가능한 것이지 다양한 NGO의 존재나 활동 자체가 상대적으로 드문 옥천과 같은 농촌 지역에선 자발적 시민(주민)운동이란 것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주 낯설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여담 하나. 공동체에서 활동한 지 올해로 3년째인데 요즘도 종종 재미있는 질문을 받곤 한다. 우선은 ‘정치 할 생각이냐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오지랖 넓게 온갖 동네일에 간섭(!)하며 사는 게 업일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이다.

내 활동의 동력은 호기심과 실험정신

또 하나는 생계 걱정 할 필요가 없느냐는 것인데, 남편이든 누군가가 생계를 해결해주니 저 정도 수준의 월급을 받고도 활동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의미인 것 같다. 그밖에도 월급을 군청에서 주느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느냐 등등의 질문들 속에서 동네 사람들의 눈에 비친 NGO 활동이란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히 내가 정치적으로 뜻한 바가 있다거나 먹고 살만해서, 혹은 유난히 봉사와 희생정신이 투철해서 소위 말하는 NGO 활동가의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금 의외의 이야기일 수 있는데 굳이 내 활동의 동력을 찾아보자면 호기심과 실험 정신? 뭐 이런 게 아닐까?

앞서 이야기한 해외 취재에서 지역 사회를 바꾼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며 ‘그것이 가능한 돈을 어떻게 마련했지?’란 질문 뒤에 항상 따라붙은 것은 ‘저것이 우리 동네에서는 어떻게 가능할까’란 고민이었던 것 같다. 선진 사례를 보겠다고 비행기까지 타고 찾아갔지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사례를 만들어낼 씨앗은 이미 우리 동네에도 충분히 뿌려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가령,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시는 NBN(엔비엔, Neighbors Building Neighborhood)이라는 일종의 주민참여형 지역개발 프로젝트로 굉장히 잘 알려진 곳이다. 로체스터시는 시를 총 10개의 섹터로 나누고 각 섹터별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해 온 마을 모임이나 주민자치위원회,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섹터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민들은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만나 대화하면서 살기 좋은 섹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그것을 얻기 위해 활용 가능한 자원, 시에 요청해야 할 행정적 지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목록 등을 작성하면서 섹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갔다.

옥천사람들 공유공간 활동 모습. 올해 공동체 도전과제 중 하나가 ‘옥천사람들 공유공간’의 운영을 주민들의 자발적 후원과 참여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끝없는 낙천성으로 오늘도 산다

NBN 프로젝트가 진행된 몇몇 섹터들을 둘러보았는데 섹터10은 로체스터 도심 한 가운데에 위치한 섹터로, 흑인ㆍ라틴계 주민의 비중이 높은 가난한 지역이었다. 이에 섹터10 주민들은 GRUB(그럽, Greater Rochester Urban Bounty)이라는 도시농업 활성화 조직을 만들어 이곳에서 유기농 채소를 함께 키워 신선 채소를 사먹기 어려운 가난한 이웃에게 제공한 것은 물론 농산물 판매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활동은 이미 옥천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것들이다. 가령, 옥천여중 학생들은 해마다 학교 텃밭에서 직접 배추를 길러내고 그것으로 김장을 담가 저소득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한다. 또 각 읍면 새마을회에선 회원들이 고구마를 공동 경작해 그 수확물과 판매 수익을 저소득층 이웃에게 후원하는 활동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보여 지는 방식이나 그 의미가 전달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로체스터시 섹터10의 활동과 우리 동네 사람들의 활동은 그 취지에서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결국 나 같은 지역 NGO 활동가의 역할은 지치지 않는 호기심으로 지역사회를 바라보고 이미 주민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사례가 있다면 그 의미를 되살려 보다 많은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다른 이웃들도 한번 시도해볼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이웃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를 상상해보고 이런저런 실험과 시도들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창립 4년째를 맡는 옥천순환경제공동체의 올해 도전 과제는 지금껏 그랬듯 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주민들의 후원과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정규직 활동가를 고용하고 ‘옥천사람들 공유공간’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매일 공동체 운영비 통장의 줄어드는 잔액을 확인하며 ‘너무 과한 실험 정신인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시작한 도전이니 이웃들의 힘을 믿고 가보는 수밖에. 그러고 보니 NGO 활동가의 중요한 덕목 하나가 문득 떠오른다. 바로 밑도 끝도 없는 낙천성 말이다.

충청리뷰를 응원해주세요.
'올곧은 말 결고운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