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성 행사만 하니 발전하겠나
상태바
전시성 행사만 하니 발전하겠나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5.02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택견’ 기반 붕괴…수련인원 2년 새 28% 감소

무술분야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에 등재된 택견의 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주시의회 최근배 의원은 최근 열린 216회 시정질문을 통해 오는 10월 전국체전 충주 개최를 앞두고 ‘택견의 정식 종목화’라는 기회를 맞이하고도 단체들의 통합이 확정되지 않은 점과 택견발전 방안에 대해 지적하고 대책을 물었다.

최 의원은 “충주는 택견의 메카로 택견전수관이 있고 세계무술축제를 열고 있으며,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열 예정”이라며 “세계무술연맹과 무예센터를 건립하고 세계택견대회와 택견시범단을 운영하고 있는 등 그간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얼핏 겉모습은 화려하게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우리의 속내를 보면 안타까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택견 관련 단체들의 사분오열을 지적했다. 현재 택견 단체는 한국택견협회, 택견보존회, 대한택견회, 결련택견협회, 세계택견본부 등 5개로 분열된데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는 대한택견협회만 가입해 충주 중심의 한국택견협회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겉모습만 무예종주국 ‘속빈강정’

또 충주에서조차 한국택견협회와 택견보존회의 불화 및 갈등이 양 단체의 회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두 단체 사이 고소, 고발 사건이 끊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관련 단체들의 갈등으로 전국체전에서 택견은 시범경기 종목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달 택견의 양대 산맥이라 할 충주 중심의 한국택견협회와 체육회 가맹단체인 대한택견회가 통합을 위한 원칙적인 합의를 마치고 협약서를 맺은 것인데 원만히 추진될지 관심사다.

이들 단체가 통합되지 않으면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 조건인 12개 광역시·도 중 8개 지자체의 지난해 등록선수 50명 이상 씩의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이들 단체가 통합하면 택견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종목 운영비와 통합단체 중앙사무국 충주 설치가 가능하고, 운영비를 정부와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을 수 있다.

관련 단체들의 분열로 택견 보급은 최근 해마다 줄고 있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국 54곳에서 3340명이 수련을 받았지만 2015년에는 54곳 3160명, 지난해에는 49곳 2610명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충북지역은 같은 기간 10곳 720명의 수련생에서 13곳 870명으로 늘어 다행이지만 충주, 제천, 증평, 청주에 편중됐고, 영동의 1곳은 폐쇄됐다. 택견의 고장인 충주는 제천보다 2곳이 적은 3곳이고, 택견 지정학교는 2014년 11개 초·중·고교 920명에서 올해는 8개교 421명으로 크게 줄었다.

최 의원은 “인적 자원이 없어 교통대에 택견 전공과를 설치하려 해도 추진이 어렵고, 전국체전 식전·후 프로그램에 택견을 도입하려 해도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택견을 빌미로 무술축제, 세계택견대회, 세계무예마스터십 등 마치 무예의 종주국처럼 외화내빈으로 치닫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통합실패 시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 요원

한국택견협회와 대한택견회는 최근 택견계 대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들 단체는 경기규칙과 수련체계, 지도자 자격증, 동증(단증) 등 단일화를 거쳐 단체 통합을 최종 목표로 한다. 주류 택견계는 이들 두 단체와 결련택견협회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주도적 역할을 하는 건 한국택견협회와 대한택견회다.

따라서 이들 단체가 통합에 성공하면 사실상 택견계의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택견계에서 통합 추진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지난해 7월경이다. 외견상 내세운 통합 추진의 명분은 택견계 화합과 발전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측면이 강하다.

두 단체 모두 여러 문제에 직면해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통합이 절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택견회는 문체부 산하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정부 지원을 받아왔지만 2014년 당시 회장이 보조금 유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큰 위기를 맞았다. 체육계에서 뛰어난 정치적 수완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회장의 구속으로 보조금 지원이 끊기고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충주를 중심으로 한 한국택견협회는 정통성을 상대적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대한택견회의 ‘정치력’에 밀려 경기적 측면에선 아직도 제도권 밖에 머물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가입하지 못한 탓에 택견이 2011년부터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뒤에도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 전국체전은 충주에서 열리는데 통합에 실패하면 이번 대회에도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단체는 전국체전 이전에 경기규칙이라도 단일화해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 택견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택견계의 한 관계자는 “택견을 주도하는 두 단체 모두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통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통합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했다.

/ 윤호노 기자 hono77@hanmail.n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