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한 영육아원 원장 교체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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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한 영육아원 원장 교체 정당”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7.05.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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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학대행위는 시설의 부실에서 기인” 판결…제천시 승소

엽기적 아동 학대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제천영육아원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방법원 행정부(양태경 부장판사)는 21일 제천영육아원 운영 법인인 A복지회가 제천시장을 상대로 낸 ‘시설장 교체 처분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장 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위탁 취소 처분은 정당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제천시 고암동에 위치한 제천영육아원 전경. 청주지법은 이 시설에 대한 제천시의 징계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이 기관은 보육교사들이 훈육을 앞세워 아이들을 체벌하거나 생마늘을 먹이는 등 온갖 학대를 벌인 사실이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접수됐다. 직권조사에 나선 국가인권위원회는 영육아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선 결과 이 같은 학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전 원장 B씨가 사무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1.5평 크기의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을 만들어 욕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길게는 1주일 이상 이곳에 격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문기관은 이런 훈육방법이 아이들에게 폐소공포증이나 불안 등을 일으키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천시에 시설장 교체 처분과 함께 관계자들의 검찰 고발을 권고했다.

이에 제천시가 시설장 교체 행정처분을 내리자 A복지회는 2013년 11월 B씨를 경질하고도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던 기존 입장에서 자세를 바꿔 “50년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길러낸 복지회와 영육아원의 명예 회복과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5년에 가까운 긴 소송 끝에 영육아원에서 벌어진 학대행위가 개인의 위법보다는 시설의 총체적 부실에서 기인했다는 판단에 따라 행정기관의 해당 처분이 정당했다며 제천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동복지시설의 운영 및 관리상의 잘못으로 발생한 인권침해 등의 종국적인 책임은 해당 시설을 운영하는 원장에게 귀속된다”며 “문제의 행위들이 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폭력으로 학대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종사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육아원에서 이뤄진 아동학대가 단순한 보육사 개인의 위법행위라기보다는 시설의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에 기인하고, B씨 자신도 학대행위를 자행한 점을 고려하면 시설장 교체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복지회가 제기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위탁 취소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역시 같은 취지로 기각했다. 앞서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한 영육아원 보육사들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해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5년 소송 끝에 돌아온 ‘사필귀정’

A복지회는 법정에서 “원장이 보육사에 대해 지휘·감독의무를 다했음에도 이들의 학대행위를 막지 못한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고, 보육사 개인의 행위를 영육아원 전체의 행위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B씨가 원장으로 있기 전이므로 원장 교체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963년 벽안의 미국인 백제인 원장(미국명 제인 화이트)이 고암동에 설립한 영육아원은 부모에게 버려진 영유아들을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에 입양시키거나 친부모를 찾아주는 등 지역복지의 요람으로 칭송을 받았다. 평생을 영유아들의 어머니로 살아온 백 원장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으며, 2001년에는 제15회 제천 시민대상을 받았다.

이후 고령의 백 원장이 시설 운영을 한국인에게 맡기고 명예롭게 은퇴했으나, 새로 물려받은 운영진들이 원생 학대 등 물의를 빚으며 설립자의 숭고한 뜻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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