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에게 죄를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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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게 죄를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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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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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첫째, MB는 4대강을 청계천으로 착각했다. 그러지 않고선 청계천 복원이 조금 성공했다고 해서 4대강을 그토록 자신있게 파헤쳐 강토를 묵사발로 망가뜨릴 이유가 없다.둘째, MB는 현대의 신화를 이끌면서 너무 오랫동안 돈에 매몰된 나머지 나중엔 아예 돈에 대한 감각조차 잃게 됐다. 안 그렇다면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으로 상징되는 그 엄청난 비리로 무려 100조원에 가까운 나랏돈을 탕진하고도 저렇듯 태연하게 살 수는 없다.

셋째, MB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국가 권력이라는 것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 이게 아니라면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그 것도 21세기 대명천지에 국정원 등 국가기관을 대선에 동원하려는 그 무모한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제5호, 즉 4대강사업에 대한 전면조사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앞으로 관련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 지는 지금으로선 예측불허다. 전임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도 인식될 수 있어 이를 주문하는 측이나 받아들이는 쪽 모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이 문제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끊임없이 거론되면서도 제대로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의 체감과 반감지수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4대강’이라는 괴물이 10년의 줄타기곡예 끝에 드디어 낙마의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이전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감사는 세 번이나 있었다. MB정부에서 두번, 박근혜 정부에서 한번이다. 결과는 MB 정부에선 ‘모두 적법, 적합, 별문제없다’로 나왔고 박근혜 정부에선 대기업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행위가 드러나 과징금조치가 뒤따랐다.

예나 지금이나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여론은 아주 명쾌하게 정리된다. 4대강 사업의 정책입안자와 건설사 등 이(利)의 당사자들은 찬성하고 나머지 거의 모든 국민들은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문제는 단순히 수질과 환경오염만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흘러야 할 강물을 가둔다는 건 무슨 댐이나 저수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라의 핏줄을 다 죽이는 꼴이 된다.

4대강 사업에 투입된 돈은 향후 관리비를 뺀 순수 건설비만도 22조원에 달한다. 연봉 2천200만원의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는 수치다. 이 것이 지금 철거논란에 휩싸이고 있으니 이 돈을 제대로만 썼다면 현재 우리나라를 옥죄는 실업문제는 한방에 해결하고도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업이 도저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은 이명박 당선후 불과 6개월만에 완료됐다. 22조가 투입된 공사는 고작 4년만에 마무리됐다. 하찮은 아파트를 하나 짓더라도 4년이라는 기간은 그다지 충분하지 않다. 인허가와 주민민원 등 절차가 여의치 않으면 5년, 10년도 걸린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경부고속철도(ktx) 건설과 비교해도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됐는지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4대강 사업과 거의 비슷한 21조원이 투입된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무려 22년 동안이나 차근차근 공사가 이뤄졌다. 그래도 잊을만하면 하자가 불거진다.

정치적 논란을 우려한 문재인 정부는 4대강사업의 재조사 방침에 대해 “개인의 위법과 탈법을 적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부의 운영 원리와 원칙을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말장난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 그러려면 아예 건드리지를 말아야 한다. 이 사업의 배경에는 반드시 특정인의 탈법적인 욕심과 무리수가 깔려있고 그러기에 개인의 불법과 비리 역시 얼마든지 사정권 내로 조명될 수밖에 없다. 다름아닌 이명박의 반인간, 반문명의 과오다.

이명박은 4대강 사업 뿐만 아니라 자원외교와 방위산업 비리의 궁극적 책임자라는 점에서도 국민들의 모진 시선을 피해갈 수 없다. 이명박이 외국 자원개발을 명목으로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가스공사를 내세워 투입한 나랏돈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국고 손실의 총액이 물경 44조원에 달하고 이 사업과 관련해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지불해야할 이자만도 12조원에 달한다는 전문기관의 추정치까지 나왔다.

당초 이명박의 청사진대로라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산유국이 되었어야 맞다. 아무리 시행착오라고 하더라도 밀실에서 이루어진 이 사업의 추진과정을 보면 국민들로선 열불이 안날 수 없다. 방산비리는 여전히 그 규모를 가늠키가 어렵고 다만 국민들은 MB정부에서 무려 14조원의 무기도입이 있었다는 사실에 비춰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뿐이다.

정권교체가 원인이 되겠지만 사람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묶어서 권력의 일탈을 논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달리 구분할 필요가 있다. 참으로 개념없는 대통령 박근혜는,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국가권력을 이용당하는 비위를 저질렀다면 이명박은 스스로가 국가권력을 악용한 성격이 짙다. 실정법으로 따져봐도 박근혜는 직무유기, 이명박은 사기에 해당된다. 때문에 그 죄의 중함에 있어 이명박은 박근혜보다 10배나 크다. 물론 실정법의 잣대다.

문재인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곧추세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은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가능케 한 그 뿌리를 뽑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허구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확실하게 뒷받침할 한가지 근거가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의 국가기관 개입이다. 늦었더라도 이를 냉엄하게 응징하지 않고선 광화문의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그 어떤 통치행위도 결코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유는 이렇다.

정책의 실패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지만 정책의 고의(故意)는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 인류 역사에서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끝까지 용서하면 안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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