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돌리기 공교육 딜레마.해법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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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돌리기 공교육 딜레마.해법은 학교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5.31 15: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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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공립 대안학교 ‘은여울중’ 변화하는 아이들

성적이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고, 학교교육의 기본으로 여겼던 인성교육은 법으로 육성해야 하는 웃지 못 할 현실에서 은여울중학교는 마치 “학교란 이런 거야”라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듯 하다. ‘공교육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여기는 충북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 은여울중학교이다.

충북 최초의 대안학교 ‘은여울중’, 40명의 학생들이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다./ 육성준 기자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銀灘里), 빼곡히 들어찬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통과하면 충북 최초 공립대안학교인 은여울중학교를 만날 수 있다. 어느 학교에서도 볼 수 없는 기막힌 풍광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은여울중은 여유로운 첫인상과는 정반대의 사정으로 태어났다.

2017년 3월 개교한 은여울중학교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 사고뭉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며칠 전에는 정원이 부족해 제2의 대안학교가 필요하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개교 80여일만에 20여차례나 경찰이 출동했다며 비판적인 보도가 폭발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은여울중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개교 80일, 기대와 우려 공존

은여울중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학교 의무화’가 그 핵심이다. 1985년 도서벽지지역을 시작으로 진행된 중학교 의무화는 2002년 도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중학교 의무화가 자리잡으면서 공교육은 딜레마에 빠졌다. 학교마다 한둘은 꼭 있다는 사고뭉치에 대한 마지막 수단(퇴학)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교사들은 꾸짖기도 하고, 교내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 등 잘못의 경중에 따라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보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의무화 이후 강제전학이 최후의 수단이 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폭탄 돌리기’라는 오명만 얻었다.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들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제전학으로는 어떤 교육적 효과도 얻지 못했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청명학생교육원이다. 2010년 문을 연 청명학생교육원은 사고뭉치로 분류된 학생들을 위탁받아 일정기간 훈육해 학교현장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27명으로 시작한 청명학생교육원은 한때 37명까지 학생 수가 늘어났지만 불과 5·6년만에 10명 내외로 줄어들었다.

관계자들은 원인을 원장의 운영철학에서 찾았다. 원장에 따라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기도 하고, 신뢰와 믿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언제부턴가 일선학교는 더 이상 교육원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에게서 변화한 모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김병우 교육감 후보는 당선되면 임기동안 대안학교 4곳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후 2곳으로 수정됐지만 그 첫 번째 결실이 은여울중이다. 제 기능을 잃은 청명학생교육원이 대안학교로 거듭났다. 지난 3월 6일 개교한 은여울중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교사들은 모두 새로운 교육에 대한 기대와 신념을 가지고 지원한 사람들이다. 40명이 다니는 학교에 교사만 33명이다. 담임·상담교사·생활지도교사·보건교사가 함께 학생들을 살핀다.

박창호 교장은 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분명한 수확이 있다”고 단언했다. 청명학생교육원 시절 진로교육장으로 2년여 근무했던 박 교장은 “경험상 아이들이 변하는데 2개월반 가량 걸린다”고 설명하며 “은여울 학생들은 더 빨리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학교에 경찰이 찾아오고, 싸움이 커져 119구급차가 오는 것도 예사였다. 처음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희망적인 것은 빈도가 줄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믿음은 단단했다. 때로는 몸을 다치고, 마음의 상처도 생겼지만 한결같이 아이들을 대했다. 박 교장은 “첫 번째가 안정된 환경이다. 안정된 환경은 따뜻하게 대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은여울중 첫 번째 선발기준이 바로 가정 등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요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다. 안정된 환경이 주어지자 아이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학부모교실을 통해 부모들도 달라졌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됐다. 교사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을 자식으로 대한다.

“일반학교였으면 ‘너 말하는 꼬라지가 뭐야?’라고 다그치며 부모님을 불렀을지도 모를만한 일에도 너그러이 잘못을 알려주며 고칠 수 있게끔 유도해주는 선생님들이 계셔 우리가 ‘학교 밖 문제아’가 아닌 ‘학교 안 학생’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중략- 이제는 학교에 나와 이렇게 생활하고 참여하고, 더이상 학교에서도 문제아라고 따로 불리지도 않고, 한 학교의 학생으로 살고 있어요.”

스승의 날, 세영이가 SNS 단체방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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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2017-06-13 11:51:07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선생님들이 있어 안전하고, 희망이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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