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상태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충청리뷰
  • 승인 2017.06.09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김묘순의 <정지용 만나러가는 길>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정지용 만나러 가는 길 김묘순 지음 국학자료원 펴냄

김묘순 시인의 <정지용 만나러 가는 길>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교토에서 만난 정지용.’, 2부 ‘정지용, 김영랑, 김현구와 함께 기행하다.’, 3부 ‘정지용, 길진섭 화백과 여행을 떠나다.’, 4부 ‘남해기행, 정지용 글 ·정종여 삽화로 남기다.’, 5부 ‘정지용, 인연이 있는 풍경’ 등으로 47편의 작품과 부록 ‘정지용 생애 여정지도.’, ‘기행산문 여정지도.’, ‘정지용 연보’ 등을 수록하였다.

김 작가는 서문에 정지용의 기행 산문과 그 발자취를 따라간 산문의 연결고리를 독자들에게 어떻게 쥐어줘야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책 발간하기에 앞서 어려웠던 심경을 토로하였다. 정지용의 외로움과 그리움의 발자취를 김 작가의 다양한 감정과 심미안적 통찰로 풀어내었다. 1부 정지용 시인이 1923~1929년까지 일본 동지사대학에 유학하던 시절로 올라가서 ‘교토에서 만난 정지용’을 시작으로 지용의 발자취를 찾아간다. 비에 젖은 ‘압천’의 시비를 바라보며 정지용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90년 지난 그 자리에 머물러 서있다며 작가는 그의 촉각과 시각에 가두며 전율한다. 동지사대학교 정지용 문학포럼으로 다시 핀 지용의 흔적을 찾는 작가의 마음은 자연스레 지용의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

2부 ‘정지용, 김영랑, 김현구와 함께 기행 하다’는 정지용의 동시 ‘별똥’을 통해 시가 독자에게 미치는 새로운 세계의 창의적인 발견과 친근한 정서를 불러 정지용의 마음이 작가에게 걸어와 담겨있다. 그리고 정지용이 들렀던 김영랑 생가에서 정지용의 체취를 찾는 작가의 마음이 아련하다. 정지용은 1938년 김영랑, 김현구와 함께 여행하며 ‘남유다도해기’ 12편을 완성한다. 김 작가는 강진, 목포, 제주도를 유람하며 집필한 지용의 길을 따라간다. 작가적 정신을 기리며 예술가와 작가의 본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김 시인의 마음에 함께 숙연해진다.

3부 ‘정지용, 길진섭 화백과 여행을 떠나다’ 편은 정지용의 문학 혼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연변 지용제에 참여한 소회를 드려준다. 평양, 선천, 의주는 북한이라 갈 수 없고 중국 오룡배를 찾아 정지용과 길진섭이 쓸쓸히 기차를 타고 들어섰을 길을 눈으로 가늠한다. 그들의 외로움이 고약한 향신료를 뿌린 참게 튀김의 진한 냄새에 매달렸다는 작가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당신에게 이르는 길

4부 ‘남해기행, 정지용 글 · 정종여 삽화로 남기다’는 남해오월점철이라는 부제로 정종여와 부산, 통영, 진주 일대를 여행하며 1950년 국도신문에 연재한 기행문이다. 김 시인이 2015년에 발표한 <원전으로 읽는 정지용 기행산문>을 함께 읽어가며 김 작가와 지용의 사랑을 엿보는 기회를 가졌다.

5부 ‘정지용, 인연이 있는 풍경’은 신석정 시인이 순수 서정시의 지향과 옹호라는 성격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맺은 인연의 고리를 찾는다. 김 작가는 지용의 문학적 만남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놓았다. 정지용을 떠나지 못하고 그리워하였을 모진 인연의 사람들의 풍경을 잃어버린 자아를 찾듯 스케치해 놓았다.

신희교 평론가의 말처럼 부부가 오래 살면 닮는다고 하듯 김 시인은 어쩌면 정지용의 초상을 그려가면서 그 초상 안에서 저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이 책은 정지용 초상의 소묘이면서 동시에 저자 자신의 자화상 소묘라고 평했다. 허구가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지용 기행산문은 그의 시처럼 해석학적 공백을 많이 허용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기행 산문에 해석학적 공백이 전무하다고 할 수 없다며 정지용의 감정 공백을 메우려는 주체적 독자의 분투로 수필적 자아의 감정 투사가 깊은 작품이라 하였다.

정지용의 작품에 심취하여 미쳤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정지용의 삶과 문학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옥천으로 시집갔단다. 육신으로는 남편과 생활했지만 정신은 정지용 시인에 빠졌다고 한다. 정지용 시인에 대해 탐구를 하면 할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단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성으로서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김 시인은 말한다. 솔직히 함께 생활하는 남편보다 정지용 시인에 대한 절절함이 작가의 가슴을 더 뜨겁게 해 정지용 시인과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26년 정지용 사랑의 산물인 산문집은 그의 발자취와 그를 찾아간 여정을 부록으로 엮어 놓았다. 정지용 생애 여정 지도와 정지용 기행 산문 여정 지도는 정지용을 향한 김 작가의 진정성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정지용 바라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정지용이 고향을 잊지 못하듯 김 작가가 정지용의 발자취를 따라간 그곳을 차마 잊지 못할 것이다. 김 작가가 지용의 문학적 만남을 따라가며 그려놓은 다정다감하고 수려한 문장은 기행 수필 문학의 예술적 가치와 새로운 수필계의 장을 제시하였다.

김묘순 시인은 전북 진안 출신으로 우석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월간 <문학세계> 수필 부문과 시 부문에 등단하였다. 제8회 문학세계 문학상 수필 부문 본상과 (사)세계문인협회 문화예술공로상을 받았다.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여백문학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옥천지부장과 (사)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