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손에 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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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손에 넣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6.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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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 막판, 유력 인수단에 합류…낸드플래시 시장 재편
경영권 인수 아닌 부분 투자…청주공장에도 긍정적 영향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여부가 이번 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에 뛰어든 SK하이닉스는 2차 입찰까지 독자적으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최근 유력 후보로 꼽히는 미·일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돼 선정 가능성을 높였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도시바메모리 인수단의 일원이 될 경우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과 견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또한 SK낸드플래시 강화는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신축공장의 투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도시바메모리 인수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세계 2위업체인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1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4파전으로 압축, 최후 승자는?

 

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은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4곳이다. 도시바와 오랜 협력관계인 WD(웨스턴디지털)는 독점적 협상권을 주장하며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법원에 매각 중지 소송을 제기하는 등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다. WD는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일본정부가 주도하는 미일연합은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 일본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과 미국 사모펀드 KKR이 참여해 미일연합으로 불린다. 이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경영권이 외국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브로드컴연합과 대만 홍하이도 유력 인수 후보 중 하나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과 미국 펀드사인 실버레이크가 손잡은 브로드컴 연합은 2차 입찰에서 2조 2000억엔(약 20조 2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했다. 통신용 모뎀칩을 생산하는 브로드컴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도시바와 사업분야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만 홍하이는 1차 입찰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3조엔(약 30조원)의 인수가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문제는 중화권 매각에 대한 반감이다. 일본 정부는 중화권에 기술을 넘기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유치전에 직접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바가 높은 금액에 흔들릴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과 컨소시엄을 이뤄 지난 5월 진행된 2차 입찰에서 도시바 경영진이 참여할 수 있는 경영자매수(MBO)방식 인수를 제안했다. 컨소시엄이 도시바메모리 주식 51%를 취득하고, 나머지는 도시바 경영진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베인컨소시엄은 지난달 돌연 미일연합에 합류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는 투자 부담(3조원)이 줄었다. 부담은 줄었지만 인수에 따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인수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일본 언론들은 미일연합을 유력 후보로 점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의미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의 한 축인 D램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2016년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 매출은 11억 5680달러로 시장점유율은 9.6%에 그쳤다. 업계순위도 5위에 머물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맹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37.1%에 달한다. 2위 도시바의 시장점유율은 18.3%다. 두 배 이상의 격차다.

인수전에 뛰어든 웨스턴디지털이나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2위업체로 부상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 격차를 10%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는 온전히 도시바를 인수했을 때 시나리오다.

컨소시엄의 12% 지분으로 이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D램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갖게 되면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청주공장 투자 관점에서도 SK하이닉스의 선택은 긍정적이다. 경영권이나 대규모 지분 확보를 노렸다면 투자여력으로 볼 때 청주공장 15조 5000억원 투자 이행이 더뎌질 가능성도 있었다. 반면 도시바 인수에 성공하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를 처음 추진할 때에는 생산기지를 얻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3D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신축공장의 투자 보폭이 커질 수도 있는 배경이다.

 

도시바는 왜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나?

 

도시바는 반도체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이유는 급히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지난 2015년 과도하게 영업이익을 잡았다가 부정 회계 스캔들을 겪었다. 또 그 해 사상 최대인 5조 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자회사인 원자력발전이 7조원대 손실을 입었다.

부실은 더욱 커졌다. 2016년 회계년도(2016년 4월~2017년3월)에 적자는 9조 5000억원으로 일본 제조업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도시바에겐 시간이 없다. 내년 3월 말까지 자금을 조달해 초과된 채무를 갚지 못하면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서둘러 매각을 성공시켜야 한다.

도시바는 당초 구조조정 방안에서 TV·컴퓨터 공장을 축소, 해외공장 매각과 함께 반도체 사업 일부 지분 매각을 계획했지만 상황이 악화되자 반도체 부문을 분리해 전체 매각에 나선 것이다.

한편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28일 주주총회 전까지 매각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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