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변해야 할 충북의 대통령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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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변해야 할 충북의 대통령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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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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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에 도내 기업인 한 명이 유일하게 포함돼 화제가 됐다. 오송에 둥지를 틀고 있는 메타바이오메드 오석송 회장이다. 첨단 의료용 소재를 연구, 개발, 생산하는 이 업체는 세계시장에 판로까지 개척한 충북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오 회장은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 네 번의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 해외순방의 경제사절단에 단골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시대로 이어지면서 강대국 및 선진국과의 정상외교에 경제인 자격으로 함께한 것이다.

대기업은 그럴 수 있다지만 역대 정권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지방 중소기업이 이같은 기록을 갖기란 아마 전국에서도 유일무이할 것이다. 이 것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메타바이오메드는 기업으로서의 모든 긍정적 정체성을 보장받고도 남는다. 실제로 이 회사는 업계에서조차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은지 오래다. 굳이 대통령 마케팅을 거론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사례도 없다.

아닌게 아니라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여론을 움직이는 것중에 하나가 다름아닌 대통령 마케팅이다. 기업활동이든 사회활동이든 ‘대통령과의 관계’를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순간 운신의 폭은 그만큼 넓어진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똑같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마케팅도 여러 번 여론화됐다. 경남 거제시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문 대통령 생가복원계획을 발표했다가 청와대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는 문 대통령이 취임후 첫 주말에 출입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 때 입은 오렌지색 바람막이 재킷이 입소문을 타는 바람에 단종됐던 제품을 재출시하는 법석을 떨었다.

충북에서 대통령마케팅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실로 오랫동안 옥천출신 영부인 ‘육영수’ 마케팅이 이를 대체하다가 이후로는 대통령이 지역을 방문할 당시 어디를 찾느냐가 대통령마케팅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이럴 때 흔들리지 않고(?) 등장하는 게 청주 육거리시장이다. 대통령이 청주에 왔다하면 십중팔구 찾는 곳이 육거리시장인 것이다. 대선 때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대구에 서문시장이 있다면 청주엔 육거리시장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만들어졌다.

대통령이나 장관, 정부 고위관료들의 지역 내 기업체 방문도 거의 변함이 없다. 늘 가는 데만 간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메타바이오메드도 마찬가지다. 이미 총리 등 여러명의 정부요인들이 여기를 다녀갔다. 그러기에 앞으로 있을 문재인 대통령의 청주방문 때에는 과연 어느 업체를 찾을 것인가가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제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였고 그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인천공항을 전격 방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한 만큼 이같은 콘셉트에 걸맞는 행보가 되지 않을까하는 예측이 이미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는 수백명이나 되는 전 직원이 100% 정규직인 업체도 있고 기타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도 그 어느 곳보다 모범적인 기업들이 눈에 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은 대개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으로 이루어지고, 대통령의 지방 행차시 민생행보 대상지는 주로 해당 광역자치단체나 그 지역 여당의 입김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좀 바뀔 필요가 있다. 청주에는 육거리시장뿐 아니라 운천시장도 있고 북부시장도 있다. 일선 시·군에는 더 의미있고 흥미있는 재래시장들이 수두룩하다. 꼭 대통령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문재인 정부에선 이런 것에서도 늘 하던 식의 관례에서 벗어나 다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대통령 마케팅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고 한다. 효과의 양과 음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대통령 테마주는 대박을 치기도 하고 쪽박을 차기도 한다. 아직도 논란 중이지만 서울 차병원은 박근혜마케팅으로 한 때는 최고의 호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그룹 전체가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공정과 평등 사회를 천명한 문재인 정권에서는 대통령마케팅도 분명 변화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무슨 특혜나 특전을 누리는 것으로 악용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모든 이에게 골고루 희망과 온기를 안길 수 있는 그런 이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단계로 문 대통령의 민생탐방 대상지가 더 이상 특정 시장이나 특정 기업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충북에 내려와서도 서민들의 손을 부여잡고 애환을 함께 나누는 ‘친절한 문재인씨’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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