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 충주시에 일반외과 의사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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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 충주시에 일반외과 의사가 없다니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7.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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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찔린 인터넷 수리 기사, 원주로 이송 중 숨져 ‘이럴 수가’

인터넷 수리를 위해 고객 집에 방문했다 흉기에 찔려 숨진 기사를 살릴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최근 이언구 충북도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A씨(51)를 기억하냐, 우리는 그를 두 번 죽였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의 주장은 A씨가 충주지역 병원에서 원주지역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진 것을 두고 한말이다.

일반외과 의사부족을 계기로 국가차원의 의료환경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수리기사 A씨는 지난달 중순 인터넷 수리 요청을 받고 피의자 B씨의 원룸을 방문했다. B씨는 A씨를 보자마자 “당신도 갑질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고,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집에 있던 흉기를 들어 A씨를 향해 사정없이 휘둘렀다.
A씨는 비좁은 원룸에서 온몸으로 흉기를 받아냈고, 가까스로 문을 열고 나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고 당시 A씨는 과다출혈 등으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A씨는 충주지역 유일한 대학병원인 건국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외과의사가 없어 발길을 돌렸다.
그는 충주 수안보면 중앙경찰학교 헬기로 강원도 원주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던 중 숨졌다. 건국대 병원에 확인결과 이 병원에 근무하는 일반외과 의사는 1명뿐이고, 사고 당시 외래진료로 병원에 없었다. 기존에도 1명이 병원에 근무했지만 명예퇴직했고, 이후 1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직원과의 마찰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병원은 일반외과 의사 1명만 채용했다.
건국대 병원 관계자는 “인터넷 기사가 실려 왔을 당시 병원 내 일반외과 의사가 없었다. 응급조치를 한 후 곧바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며 “일반외과 의사 품귀 현상에다 지방근무를 기피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시민 김모(44·충주시 교현동) 씨는 “22만 인구가 사는 지역에 일반외과 의사가 1명뿐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사고가 발생하면 촌각을 다투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고작 30여명
지난해 국립대학병원 전문의 과목별 지원 결과 성형외과(213%), 이비인후과(200%), 피부과(192%)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반면 외과(91%), 응급의학과(81%), 흉부외과(64%), 방사선종양학과(33%) 등은 정원에 미달됐다.
의료계에서는 외과, 흉부외과 등은 상대적으로 전공의 과정이 힘든 반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기피 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졸업 후 전공과 선택에 비급여성 진료 비율이 높은 과목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외과 기피 사태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 초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외과, 흉부외과는 아예 지원자가 없거나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외과 19명 정원에 18명이 지원해 미달됐으며, 흉부외과는 4명 정원을 간신히 채웠다.
서울아산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흉부외과 4명 정원에 단 1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심지어 카톨릭중앙의료원과 영남대의 경우에는 흉부외과 지원자가 아예 없는 걸로 집계됐다. ‘낭만닥터 김사부’,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등 TV 드라마에서 멋지게 보이는 외과의사가 의료계 현실에선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응급상황임에도 치료를 제때 못 받고 병원만 전전하다가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살배기 아이가 할머니와 차도를 건너다가 후진 차에 치어 13곳의 대형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결국 숨지고 말았다. 예고된 인재였다. 환자에 비해 외과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발행한 일이었다.
더욱이 소아외과 전문의의 경우 전국에 30여명에 불과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성인 환자 수술용보다 훨씬 작고 가는 바늘로 수술 부위를 섬세하게 꿰매는 의사가 소아외과 전문의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경우도 대학병원이지만 소아외과 전문의가 단 한명이기 때문에 수술을 마친 뒤 입원환자와 응급환자도 혼자 도맡아야 한다.
외과 기피 추세에 이어 이런 특성까지 더해져서 소아외과를 선택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병원 입장에선 어린이 수술을 30건 정도 해야 성인 간이식 수술 1건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어 소아외과는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 대책 마련 절실
때문에 기피 분야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매년 지원율이 적은 흉부외과, 외과, 결핵과 등 9개 과목 비인기과에 전공의 보조수당을 지급하지만 사립대학병원 및 사립종합병원은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9개 기피과 전공의 보조수당을 국립의료원, 서울대병원 등 국·공립 병원 전공의에게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전공의협의회는 기피과목 전공의 보조수당을 사립대병원까지 확대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정부 역시 매년 관련 예산을 상정하지만 다른 사업비에 밀려 국회에서 거절당하고 있다.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주 80시간 이상 격무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많고 특히 외과 전공의의 노동 강도는 매우 세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피과 보조수당을 사립대병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전공의간 형평성 차원에서도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련 보조수당으로 전공의들 수급만 채우겠다는 미봉책보다는 근본적인 의료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한 의료관계자는 “수련 보조수당을 민간병원까지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왜 전공의들이 외과 지원을 꺼리는지 근본 원인 검토 후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국가 차원의 의료 환경 개선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일반외과(一般外科)
의학의 한 분야로, 넓은 의미로 수술을 시행하는 전문분야를 말한다. 현재에는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의 전문분야로 독립한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분야를 말한다.
예전에는 ‘일반외과’로 불리던 분야가 ‘외과’로 개칭돼 현재에는 ‘외과’라고 말하면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두경부, 이식, 종양, 면역, 외상, 응급, 소아 등을 다루는 전문분야를 말한다. 즉, 외부의 상처나 내부 여러 기관의 질병을 수술이나 처치에 의하여 치료하는 곳을 의미한다. 주로 대장, 소장, 간, 위 등이 치료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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