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도 없이 떠난 괴산수력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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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도 없이 떠난 괴산수력발전소장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7.2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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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항의·부정적 언론보도 등 중압감 못 이기고 극단적 선택 한 듯

이번 충북권 수해 때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괴산수력발전소장 김모(59) 씨가 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자 김 소장의 죽음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 부담을 느꼈다는 설, 홍수 조절을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는 설 등 논란이 크다.
 

충북권 수해 때 한국수력원자력 괴산수력발전소장이 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분명한 것은 그의 죽음이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오전 6시쯤 상류지역에 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내리자 20여 분 만에 수문 2개를 열었고, 이후 수위가 급격히 치솟자 낮 12시 경 수문 7개 모두를 개방했다.

괴산댐 만수위 기준은 134m로, 오후 3시쯤에는 댐 수위가 물이 댐을 넘어서는 ‘월류’ 기준인 137m 65㎝에 불과 5㎝ 모자란 137m 60㎝까지 차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댐의 물이 월류해 넘치는 비상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달천강 하류지역인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등에 침수피해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김 소장은 홍수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주민들은 괴산댐이 폭우로 저수량이 급증해 한계 수위에 육박하자 급하게 방류를 시작해 피해를 키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김 소장은 20일 오전 한수원 자원봉사자 10여명과 함께 외사리 수해지역을 찾았다. 하지만 격분한 주민들이 홍수피해에 대해 언쟁을 높였고 이는 거친 실랑이로 이어졌다. 주민들은 김 소장에게 지난 16일 집중호우 때 괴산댐 홍수조절을 잘못해 수해가 발생했다며 큰 소리로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욕설이 오가는 등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후 김 소장은 사무실로 올라왔다. 김 소장을 발견한 직원은 “점심을 함께 먹으려고 했으나 계시지 않았다. 찾아보니 옥상에서 목을 맨 채로 있었다”고 말했다. 한수원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김 소장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괴산댐은 상류지역에 위치한 댐으로 이번 홍수처럼 단시간에 많은 비가 오면 불과 1시간 이내에 만수위까지 도달하는 소규모 댐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최초 수문 개방 전 3시간 전에 관계기관 및 하류주민 등 이해 관계자들에게 통보했고, 수문 방류량 증가시 매번 안내방송을 실시했다. 관련 매뉴얼을 따라 철저히 대응했다는 것이다.

그는 홍수피해 최소화를 위해 며칠 밤낮을 지새우며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계속적인 부정적 언론 보도와 주민들의 항의, 지역 민원인의 요구사항 해결을 위한 책임감 및 중압감 등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이 숨진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경찰은 김 소장의 정확한 사망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분석할 계획이다.
 

올 가을 子婚 앞둬 더욱 애석
 

김 소장은 괴산댐에 지난 6월 부임했다. 2012~2015년까지 괴산수력발전소장을 역임했고, 이후 2년 동안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부임한 것. 김 소장은 내년 말 보직(임금피크제)에서 물러나게 돼 있었는데 부임한지 한 달여 만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1979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그는 평소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이 근무했던 A씨는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전력산업 현장에서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주민들을 위해 일했는데 마치 잘못을 인정해 목숨을 끊은 것처럼 비쳐지는 시각이 두렵다”며 “그런 오해들은 고인에 대한 잘못된 평가”라고 말했다.

김 소장이 숨지자 발전소장 대행으로 B씨가 내려왔다. B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소장을 비롯한 괴산댐 전 직원 15명은 비상근무를 하며 최선을 다했다”며 “특히 발전소 제어실에 근무하던 2명의 근무자는 수위계 고장을 인지해 계측이 불가하자 댐 정상부로 이동해 위험을 무릅쓰고 자를 이용해서 수위 측정을 하는 등 비상대처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1남 1녀를 뒀는데 딸은 출가했고, 아들은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해 더욱 애석하다”며 “현재 전국사업소 임직원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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