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우렁이농법 포기 증가, 왜?
상태바
친환경 우렁이농법 포기 증가, 왜?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8.11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민들 “가뭄 탓 방사 시기 놓쳐”주장에 충주시 “개인적 사정”

‘무농약 제초 일꾼’으로 알려진 우렁이농법 농가가 해마다 줄고 있다. 충주시는 친환경 우렁이농업 지원사업을 해마다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농가는 감소하고 있다. 이유는 계속된 가뭄 탓이다. 최근 폭우가 내리긴 했지만 해마다 모내기철을 전후해 가뭄이 지속되면서 우렁이를 방사하는 시기를 놓치고 있다. 충주시 신니면에서 55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종득 씨는 2010년부터 친환경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는 포기했다.

충주시는 친환경 우렁이농업 지원사업을 해마다 추진하고 있지만 가뭄 탓으로 농가가 해마다 줄고 있다.

김 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면 5년 동안 보조사업을 받고 우렁이를 넣은 게 확인돼야 시에서 인증서를 준다”며 “하지만 너무 가물어서 물 관리를 못해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중도에 포기한 뒤 제초제를 쳤기 때문에 논은 말랐어도 풀은 없다”며 “우렁이농법으로 하지 않고 다시 제조체를 쓰는 방법으로 돌아가니까 기분이 대단히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니면에서 김씨처럼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는 11곳이다.

 그중 4곳이 올해 우렁이 농법을 포기했다. 충주지역에서 180여 농가가 우렁이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가뭄 등의 이유로 지난해 단 2곳에 불과했던 포기 농가가 올해는 9곳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충주시는 개인사정으로 포기한 것이지 가뭄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본인들이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으로 봐야지 날씨 탓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충주시 지원금 턱없이 부족

충주지역에서 친환경 농법을 시행하는 면적은 323.5ha다. 이중 우렁이농법을 쓰는 곳은 165ha다. 절반가량이 우렁이농법을 짓는 것. 우렁이농법은 제초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제초효과도 월등해 농민들의 선호도가 높다.
새끼 우렁이의 제초효과는 99%이고, 큰 우렁이는 95%다. 충주시는 우렁이농법을 쓰는 농가에 한 해 14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타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예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전북 진안군의 경우 올해 친환경농업 생산기반 구축과 인증농가 육성을 위해 친환경농업 생산·유통 기반조성 4개 분야, 19개 사업에 총 51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한다.

그 중 주요 사업인 친환경 우렁이농법 지원에 5억 3400만 원을 투입한다. 충주시의 38배 규모다. 여기에 토양 개량과 지력 증진을 위해 토양개량제의 경우 4억 400만 원을 들여 15만 1496포를, 유기질비료는 12억 3500만 원을 투입해 75만 4120포를 지원했다. 또 친환경자재 지원 사업의 확대를 위해 단지별로 4억 8000만 원을 투입, 672농가(838ha)를 지원해 친환경농업 기반구축에 힘쓰고 있다.

경북 청도군은 진안군처럼 크지는 않지만 2013년부터 우렁이 지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는 사업비 약 1억 5000만 원을 들여 510ha, 250여 농가에 왕우렁이 구입비를 지원한다. 사업비는 충주시의 10배 규모다,
강원도 역시 우렁이농법을 권장하는데 철원 293농가 730ha를 비롯해 양구 228농가 374ha, 화천 116농가 98ha 등 2186농가 2300여ha에서 우렁이농법을 짓고 있다. 함평군 역시 친환경농업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면적이 우렁이농법 3100ha, 무농약 197ha, 과수 84ha, 특작 110ha 등 모두 3600여ha에 달한다. 군 전체 경작면적의 26%로 1998년 이후 군정의 역점시책으로 친환경농법을 추진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친환경 커피퇴비 등 여러 방안 필요

특히 군은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잡초 방제에 뛰어난 왕우렁이 155톤을 친환경 실천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군은 왕우렁이 농법 등으로 생산되는 친환경 벼의 경우 40㎏당 2000~3000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농협과 전량을 매입키로 재배계약을 체결했다.

우렁이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는 친환경 커피퇴비를 활용한 친환경농법 쌀 600여 톤을 생산하고 있다. 대형 커피전문점과 협약을 통해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과 자원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

이에 따라 대형 커피전문점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4300여 톤의 커피박을 모아 재활용 커피 비료 2만 5000포대를 생산했다. 이를 평택지역 친환경 벼 생산단지에 무상으로 공급, 100여 농가가 혜택을 받았다. 또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상품개발 및 친환경 커피퇴비 생산용 커피박 제공, 2만 5000포대 커피퇴비 구입을 위한 1억 원의 기금지원을 할 예정이며 비료 무상공급을 통한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생산한 친환경 쌀을 안전한 농식품(라이스바, 라이스칩 등)으로 다시 커피전문점에 공급하는 자원 선순환 구조는 국내 상생협력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에 큰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충주시가 생각해볼 대목이다.
한편, 왕우렁이는 남미 아마존강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 식용으로 도입돼 양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3년 충북 음성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벼농사에 처음으로 왕우렁이를 투입했다. 이는 왕우렁이의 왕성한 잡초 섭식능력 때문이다. 모내기 후 제초제를 2회 살포한 논은 약 90%의 제초효과를 보인 반면 왕우렁이를 풀어놓은 논에서는 제초효과가 98%에 달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논물 대기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잡초만 먹어야 할 우렁이가 모까지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렁이가 제초 일꾼으로 친환경농업 농가에 득이 될 수도 있지만 해를 입힐 수도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왕우렁이를 잘 관리한다면 왕우렁이를 양식하는 농가에서는 득을 볼 수 있지만 관리가 안되면 환경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만큼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