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과 자주 만나며 공동체 확인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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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사람들과 자주 만나며 공동체 확인하는 즐거움
  • 충청리뷰
  • 승인 2017.08.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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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주민 모이게 할 목표로 특별한 ‘옥천장터’ 시작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원금내는 주민 덕분에 운영

사회적기업 10년, 나와 옥천 돌아보기(3)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지난번 글에서 밝혔듯, 옥천순환경제공동체는 3년 동안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를 추진하며 신문사도, 옥천군도 아닌 지역의 사회적경제운동을 이끌고 나갈 민간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고민 끝에 창립됐다. 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를 통해 새롭게 설립된 사회적기업들이 창립 주축이 되었고, 사회적경제를 지지하는 100명이 넘는 옥천 주민 및 지역 단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지금까지 공동체와 함께 하고 있다.

여러 그럴싸한 말로 공동체의 활동을 소개할 수 있겠지만 사실 공동체 활동의 모든 궁극적인 목표는 옥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창립 이후 공동체가 매월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는 행사가 바로 둘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옥천푸드 직거래장터&벼룩시장’(이하 옥천장터)이다.

옥천푸드직거래장터&벼룩시장 현장.

옥천장터는 옥천 지역의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주민이 직접 만나 필요한 먹거리와 물건들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나누는 자리로 기획됐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옥천농산물 직거래장터와 재활용품 및 다양한 수공예품을 나누는 벼룩시장을 함께 개최하고 있다는 것. 일방적으로 판매하거나 소비하는 관계가 아니다. 생산자 농민도 판매자이자 구매자로, 소비자 주민도 구매자이자 판매자로 옥천장터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을 만들어내고 도시화 된 읍 주민과 농촌 고유의 삶을 살고 있는 면 주민 사이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이 장터가 갖는 또 하나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옥천의 대안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활동 중인 <주민의 힘> 활동 모습.
옥천사람들 공유공간 내부 전경.

 주민모임 ‘주민의 힘’ 운영

장터와 같은 열린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공동체는 지역의 다양한 의제들을 발굴해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15년부터 3년 간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진한 ‘풀뿌리사회지표 발굴ㆍ제작과 지역발전전략 짜기’ 사업의 마지막 해로 <주민의 힘>이라는 주민 모임을 꾸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옥천에서 꼭 필요한 대안 정책들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사업으로 엘엠쓰리(Local Multiplier3, LM3) 조사가 있는데, LM3는 ‘소득이 경제에 어떻게 유입되고 순환하는가를 측정’하는 조사다. 옥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의 소득 사용처 변화에 따라 지역경제에 어떤 승수효과가 유발되는 지를 조사하는 사업이다. (승수효과 multiplier effect: 경제 현상에서 어떤 경제 요인의 변화가 다른 경제 요인의 변화를 가져와 파급 효과를 낳고 최종적으로는 처음 몇 배의 증가 또는 감소로 나타나는 총 효과를 의미)

다소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해 공동체 그리고 옥천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에서 지출하는 돈이 일반 영리기업에 비해 훨씬 지역경제에 긍정적이고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뭔가 만만치 않은 사업들이라 여겨질 텐데, 지난해부터는 ‘옥천사람들 공유공간’이라는 공간까지 덜컥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공간을 마련하는 데는 공동체뿐만 아니라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힘을 보탰지만 공간을 실제 운영하고 매월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은 오롯이 공동체 몫으로 남아 있다.

경험해 본 단체들은 알겠지만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거나 엄청나게 후원금이 많은 엔지오 단체가 아니고선, 매월 월세를 내가며 공간을 유지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공동체 회원들의 후원과 충북시민재단의 지원, 그리고 공간 대관이나 물품 판매 등으로 수익금을 마련해 월세 한 번 밀리지 않고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가 한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공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공유공간을 거점으로 동네사람들끼리 더 자주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옥천에서 재미나게 살아갈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고감을 매일 확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공동체 정기총회 기념사진.
공유공간 인권 강좌 모습.

 

후원금에 깃들인 의미

지금도 하는 일이 많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동체가 하지 않으면 지역에선 누구도 하지 않을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곤 한다. 또 늘 뭔가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때론 이것이 공동체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보일 만한 일인 것일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매월 회원들의 회비 출금 날이 돌아올 때면 이런 불안감은 더 커지는데 ‘회원들이 공동체에 내는 회비가 아깝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란 생각에서이다.

사실 공동체를 소개하며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공동체 운영의 기본 재원이 100여 명의 회원들이 내주는 후원금이라는 점을 이야기할 때이다. 나도 여러 단체에 후원을 해봤지만 빠듯한 살림에 한 달에 5000원이라도 후원금을 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공동체를 후원한다고 해서 개별 회원에게 특별한 혜택이 돌아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회원들은 말 그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역을 위해 잘 쓰일 거란 믿음으로 공동체를 후원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 회비 출금하는 날이면 회원 명단을 한 명 한 명 다시 보게 된다. 물론 자주 얼굴을 보는 분들도 있지만 일 년에 두세 번 얼굴 보는 것이 고작인 회원들도 있다. 그런 분들의 이름을 보다보면 ‘이분들은 어떤 마음에서 3년 넘게 공동체를 후원해주고 계실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인가, 공동체에 늘 아낌없는 후원을 보내주시는 70대 어른 한 분이 땀을 뻘뻘 흘리시며 A4 종이 한 상자를 공유공간에 사다주신 적이 있다. ‘이거라도 살림에 보태라’며 상자를 건네시는 손길에 코끝이 찡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공동체 회원들의 마음이 바로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전히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공동체를 잘 꾸려나가야겠다’ 다짐을 매일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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