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단체, 겉으로 통합속으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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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단체, 겉으로 통합속으로 갈등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8.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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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택견연맹 공식 출범했으나
문화재 지정 문제는 여전히 과제

극심한 갈등을 빚던 택견계가 드디어 통합됐다. 최근 세계택견연맹은 충주시 중앙탑면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 국제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윤진식 한국택견협회 총재를 초대 총재로 선출했다. 창립총회에는 우크라이나 체육청소년부 차관, 캄보디아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 카자흐스탄 하원의원 등 20여 개국 관계자 50여명과 국내 택견 관계자 50여명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창립총회에서는 연맹 회원국 인준, 임원 선출, 정관 인준 등의 안건이 처리됐으며, 앞으로 법인등록도 추진키로 했다. 세계택견연맹에는 택견 종주국인 한국을 비롯해 영국,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 등 21개국 22개 단체가 참여했다.

세계택견연맹은 택견이 2011년 11월 무술 분야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국내 택견계가 양분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국제기구가 구성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음에 따라 추진하게 됐다.

기존 국내 택견계는 한국택견협회와 대한택견회, 결련택견협회 등 크게 3개 단체로 나뉘어 있었다. 이 중 특히 한국택견협회와 대한택견회가 택견계를 양분해왔다. 이런 탓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음에도 발전은커녕 기존에 구축해놓은 인프라마저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됐다. 전국 택견 도장은 2014년 54곳에서 지난해 49곳으로 줄었고, 수련 인원도 같은 기간 3340명에서 2610명으로 28%나 감소했다.

여기에 분열이 지속되면서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것도 요원해졌다. 따라서 이번 세계택견연맹 창립은 택견의 해외 보급과 인지도 제고 등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 정식종목 추진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10월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택견은 사상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앞두고 있다.
문화재 지정 두고 불협 화음

택견단체는 문화재 전승 부문에서 아직도 해묵은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충북도는 최근 충주시에 보낸 공문에서 도 무형문화재 택견 신청을 보류했다.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1995년 택견 예능 보유자로 정경화 씨가 지정된 가운데, 한국택견협회 박만엽 부총재가 충북 무형문화재 신규 지정을 요청했다. 이번이 3번째 보류 결정이다.

충북도 문화재위원회 한 관계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택견이 국가 전체 뿐만 아니라 충북의 정체성도 같이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방문화재를 따로 지정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같은 스승에게 배웠고, 품새도 같은데 같은 지역에서 두 사람이 문화재 지정을 받는다는 것은 나중에 갈등의 소지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말대로 정씨와 박씨는 택견 초대 예능보유자 신한승(1987년 작고) 선생 밑에서 택견을 배운 40년 지기이자 동문이다. 택견에는 박씨가 1975년에 정씨보다 1년 빨리 입문했지만 정씨가 스승을 이어 1995년 먼저 국가 지정 택견 예능보유자가 됐다.
보유자가 되면 전통문화 확산과 세대 간 전승 의무와 함께 각종 지원 혜택이 이뤄진다. 보유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욕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때문에 보유자 선정이 두 사람 갈등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 문화재위원회는 보류 조치와 함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신청을 통한 국가관리, 현 보유자와 화합 노력 등을 재심 조건으로 포함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재의 중복 지정을 막을 법안을 준비 중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택견 등 무형문화재의 중복 지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 발의를 마칠 방침이다. 중복 지정될 경우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 무형문화재의 가치 부분에 혼란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화재청 “중복지정 막을 법안 준비

택견은 1983년 76번째 국가무형문화재가 됐는데 전승 주체로서 ‘예능 보유자’ 개인에 대해서도 함께 문화재로 지정됐다. 충북도와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택견 지방무형문화재 지정이 검토돼 왔다. 문제는 지자체와 별도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면서, 무형문화재의 ‘국가와 지방’ 중복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택견 활성화에 도움 되는 면도 있겠지만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충북에서는 지방무형문화재 지정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단체 안에 보유자 등을 별도로 지정하는 것을 아예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올해까지 법안 발의를 마칠 방침”이라고 말했다.스포츠 경기 부문에서 통합을 이룬 택견이 이번에는 문화재 전승 부문에서 갈등을 해소할 차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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