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살충제 파동 우리에게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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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살충제 파동 우리에게 준 교훈
  • 충청리뷰
  • 승인 2017.08.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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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으로 키우는 방사닭과 공장식 축산 차이점 극명
식품안전·농업구조 개편 문제 고민하고 대안 만들어내야
박완희 두꺼비살림 로컬푸드 총괄이사

올 한해는 식품안전과 관련해서 그 어느해보다 논란이 많았다. AI와 구제역 파동을 시작으로 GMO라면, 맥도널드 햄버거병, 용가리 과자, 그리고 살충제 달걀, E형 간염 소시지와 햄까지 일년 내내 식품 안전 문제가 이어져 왔다. 이쯤 되니 최근에는 푸드 포비아(food phobia), 음식 공포증이라는 용어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광주의 2개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피프로닐',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발표를 했다. 곧바로 대형마트를 비롯하여 편의점 등 모든 식료품 매장에서 전수조사 전까지 달걀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던 터라 정부 발표를 보고 곧바로 방사유정란 생산 농부에게 전화를 드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달걀 살충제는 기존 케이지에 키우는 공장식 축산의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통방식으로 키우는 방사닭은 평상시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 살충제를 쓰는 이유는 닭에 발생하는 진드기와 벼룩 때문인데 방사닭은 진드기나 벼룩이 생기면 흙목욕으로 스스로 이겨낸다는 것이다.

방사닭은 평상시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 방사닭은 진드기나 벼룩이 생기면 흙목욕으로 스스로 이겨낸다고 한다.

정부 발표로 오히려 공포증 확산

하지만 좁은 케이지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알을 낳는 공장식 산란계 농장의 닭들은 진드기나 벼룩이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이겨낼 면역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살충제를 닭의 몸에 뿌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체내 알에 살충제가 전달되거나 낳아 논 달걀에 살충제가 닿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항생제 검사만 해 오다가 작년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올해 들어 농약잔류 검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미 유럽산 달걀에서는 살충제 파동이 일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살충제 달걀이 시중에 판매되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걱정 때문인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달걀을 먹어도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발표를 한다. 이 발표로 달걀 공포증을 해소하길 바랐던 것일까? 오히려 국민들의 달걀 공포증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안전하다면서 왜 전국 달걀농장 전수조사를 해서 발표를 하느냐고 아우성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거기에 최근 경북 경산과 영천의 친환경 산란계 농장의 토양 조사에서 DDT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두 농장에서 사용 중인 농업용수와 사료에서는 DDT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DDT가 검출된 흙을 닭이 체내로 흡수해 계란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DDT 달걀 생산 농부는 귀농을 해서 동물복지 수준으로 안전하게 방사유정란을 생산해 왔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DDT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검출되었다니 이 농부도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국내의 경우 농경지나 가금류 사육지에 대한 DDT 허용 기준이 없다. 국내에서는 1973년 DDT 사용이 전면 중단되었다. 그럼에도 흙속에서 DDT가 검출되는 이유는 오래전에 뿌린 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로컬푸드 운동의 중요성 높아져

이미 오래전부터 축산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공장식 축산을 동물 복지형 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시도로 지속가능연구소’의 유병덕 소장은 “동물복지 형태로 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렇게 될 경우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형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안전한 달걀을 구입하기 위해 지급할 수 있는 의향 금액, 그리고 실제 생산자들이 안전한 달걀을 생산하는데 더 높아질 생산 비용, 그 차이를 정부가 보상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번 과정에서 친환경 유기농업이 위축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식품안전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로컬푸드 운동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로컬푸드 매장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속에 식품이 유통된다.

결국 이러한 식품안전의 문제는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신의 사회를 반영한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 누가 생산한 것인지, 누가 먹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자본 중심의 사회가 이런 문제를 만든다.

그래서 요즘 농업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먹을 농산물이라고 생각하면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부, 농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우리지역 소비자가 있을 때 우리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은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 거기다 중간 유통마진을 최소화 할 수 있으니 가격도 착하다. 출하해서 1시간 내로 매장에 공급되는 거리에서 생산하니 유통과정에 이산화탄소 발생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번 과정을 통해 식품안전의 문제, 근본적인 농업구조 개편 문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건강한 축산을 위해서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해왔던 노력이 이번 달걀 살충제 검출 건으로 모두 폄하되고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 모두에게 아픈 현실이지만 이 과정이 신뢰사회 회복의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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