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문 2년 만에 유해성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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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 파문 2년 만에 유해성 ‘無’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7.09.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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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발표에 치명상 입은 제천 농가·제조업체 ‘망연자실’

2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가짜 백수오’와 유사 약초의 인체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최종 결론이 발표됐다. 당시 백수오 제품에 독성이 있는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비자원 고발로 촉발된 이 사건으로 백수오 주산지인 제천지역 백수오 농가들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지난 8월 식약처가 백수오와 유사 백수오에 대한 2년 간의 독성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소비자원 등이 주장한 정도의 독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소량의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와 곁들여 먹을 경우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도 관련 고발 사건을 무혐의 종결해 독성 등을 문제 삼아 농가를 매도하고 형사고발까지 한 소비자원의 경솔한 처사에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또한 논란을 조속히 종결해 국민 불안을 불식시켜야 할 식약처가 사건 결론을 2년 만에야 내 놓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백수오 농가는 “당시 소비자원 등 정부 기관이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에 독이 가득한 것처럼 여론을 조장하고 관련 농가와 업체들을 고발까지 해 백수오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재배 농민과 가공 업체들을 돈에 눈이 멀어 국민 건강까지 해치는 파렴치한처럼 매도한 정부가 국민적 관심조차 사라진 시점에 이런 결과를 발표한 것은 농민을 두 번 울리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제조업체 관계자도 “일부 독성 함유 가능성을 침소봉대하고 언론 플레이에 앞장선 소비자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관련 업계들이 도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조속한 조사와 결론을 통해 사태를 수습해야 할 식약처가 2년 뒤에 결론을 발표한 것은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달 말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독성시험·위해평가 결과 발표를 통해 “백수오를 뜨거운 물에 오래 끓여 추출한 뒤 액상·분말·환 형태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다만 열처리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소비자가 직접 갈아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의를 부탁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 2015년 5월, 백수오를 원료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수오 제품에 대한 불안이 일자 실시된 것이다. 식약처가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성시험 결과 백수오는 뜨거운 물, 즉 ‘열수’ 추출물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말 형태에서 암컷은 저용량(500㎎/㎏)부터 고용량(2000㎎/㎏)까지, 수컷은 고용량(2000㎎/㎏)에서 체중감소 등의 증세를 보였다. 독성시험에서 체중은 동물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대표적 지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무독성량 설정 시 성장장애를 중요한 독성 지표로 보고 있다.

이엽우피소는 열수 추출물 형태로 고용량(2000㎎/㎏)을 투여한 경우 간 독성(수컷)이 나타났다. 분말 형태에서는 저용량(500㎎/㎏)부터 고용량(2000㎎/㎏)까지 암컷은 부신·난소 등에 독성, 수컷은 간에 독성이 관찰됐다. 시험 물질을 동물에 투여했을 때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 용량인 무독성량은 백수오 분말과 이엽우피소 분말 모두 하루에 몸무게 1㎏당 150㎎이었다.
백수오를 뜨거운 물에 오래 끓여 추출한 ‘열수 추출물’ 형태로 만든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에 이엽우피소가 미량(3%) 혼입되더라도 위해 우려는 없었다. 다만, 열수 추출하지 않고 백수오를 그대로 분말이나 환으로 가공한 제품은 표시된 섭취 방법에 따라 매일 평생 최대량을 섭취하면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이런 평가 결과에 따라 현재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백수오를 앞으로는 열수 추출물만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식품 기준 및 규격’을 개정할 예정이다.
시와 백수오 재배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월 ‘가짜 백수오’ 여파로 백수오 주산지인 제천지역 재배 농가는 사실상 농사를 포기해야 할 만큼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의 한 업체가 생산한 백수오 가공품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당시 제천지역에서는 보조금을 지원받는 68개 농가를 비롯해 모두 100여 농가가 110㏊ 면적에 백수오를 재배했다.

지역 농민들은 백수오 씨앗에 일부 잘못 섞인 이엽우피소 씨앗을 백수오로 잘못 알고 재배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제천지역에서는 20여 개 농가가 이미 재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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