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 보려면 제천 ‘솔티맥주’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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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미래 보려면 제천 ‘솔티맥주’를 주목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7.09.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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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 테마로 6차 산업 가능성 활짝

최근 몇 년 동안 국가 농업 정책의 대표적 의제로 관심을 모아온 ‘6차산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홉 재배부터 수확, 정통 수제맥주 제조, 이와 연계한 지역 관광 상품 개발까지 6차산업의 롤모델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뱅크크릭브루어리(대표 홍성태)’가 그 주인공. 지난해 첫 홉 재배와 출시의 기쁨을 맛본 이 회사는 주말인 지난 9일 ‘제2회 솔티마을 홉따기 체험축제’까지 열고 지역 농가와 관광객, 기업이 함께하는 상생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미 전국의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금요일 밤만 되면 봉양읍 삼거리부터 불금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중에는 수제 맥주 마니아 중 한 명인 설문식 충북도 정무부지사도 눈에 띄었다.

지난 9일 솔티마을에서 열린 홉 따기 체험축제 장면.

하나투어 모객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은 저마다 홉 농장을 찾아 수확을 돕고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즐기며 수제맥주의 맛과 향을 만끽하는 등 여느 축제장보다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같은 모습은 단지 축제 때만 반짝하고 마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여느 농촌 마을과 다를 바 없이 노령화의 후유증을 겪던 이 마을에 솔티맥주가 자리잡은 뒤로 주민들 사이에는 활기와 희망이 넘친다. 그동안 주민들이 재배해 온 고추, 오이 등 일반 작목과 달리 홉은 일손이 많이 들지 않고 포도나 대추 등 과실류보다 시설비가 적게 들어 농사짓기에 좋다. 게다가 솔티맥주 양조장이라는 안정된 판로가 확보돼 있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소득 작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봉양읍 주변마을은 물론 타 지역에서도 경작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홍성태 대표는 “봉양읍에 수제 맥주 양조장을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홉 농사를 지으며 공감의 폭을 넓힌 결과 주민, 양조장, 소비자가 상생하는 새로운 지역 활성화 모델을 만들게 됐다”며 “다른 농가에서도 홉 재배 등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쇄도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봉양읍에 정착하기 전 미국, 슬로베니아, 일본, 벨기에 등 맥주 선진국을 3년 간 발로 누비며 수제 맥주 생산의 비법을 찾아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가는 곳마다 오해와 감시 속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벨기에 장인에게 비법을 전해 들으며 터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제 맥주 주조법을 터득했다는 기쁨도 잠시. 맥주 원료인 홉 재배 국가들이 자국 농산물 보호를 앞세워 판매를 금지하는 낭패를 겪으며 홍 대표는 또 다른 고비를 맞게 된다. 이때 홍 대표의 뇌리를 강타한 것이 ‘내 나라에서 직접 농사지은 홉으로 우리만의 맥주를 생산하자’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 농장에서 홉 400주를 들여온 홍 대표는 국내 재배와 토착화에 성공해 국내산 홉과 자신의 비법으로 주조한 수제 맥주, 즉 솔티맥주를 출시하게 된 것이다.
홍 대표는 앞으로 솔티와 주변마을을 홉과 맥주를 생산, 제조, 유통하는 국내 유일의 수제 맥주 테마 관광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주말마다 맥주 마니아들이 마을을 점령하다시피 할 만큼 유명세를 탈 정도이니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기에 정부, 지자체와 농협 등 유관 기관이 힘을 보탠다면 평범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솔티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테마 관광 명소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홍 대표와 주민들의 한결같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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